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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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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는 나를, 없애는 게 나무(無)라고
가슴에 묻어둔 거, 한(恨)없이 풀어내고
서로가 잡아주면서 같이 가는 길 하나
말이란 함부로이 헤프게 쓰질말라
곱게 다듬은 말씨, 여운이 있어 향기롭고
사랑도 울림과 같아, 퍼질수록 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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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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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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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어느 날 푸른 맹세이다가
너 또한 나의
어느 날 붉은 심장이다가
이제야
좋다좋다 손뼉치며
천지를 밝히는
순백의
한 소식
-권수형/ 시집 <당신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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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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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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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 발짝 떨어진 나무에 옮겨가자
나무 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 번 또 한 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 번 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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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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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피어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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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 틀고 손바닥을 하늘로 펼친다
일곱 개의 차크라가 꿈틀거린다
회음, 꼬리뼈 마디마디 올라오는 호흡
상단전을 지나온 신열에 들뜬 알갱이들
투둑 콧등에 떨어진다, 나는
사라지는 내 몸뚱이를 바라본다
나는 어디든 날 수 있는 새
천개의 빛이 정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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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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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화산방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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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머물고 싶기도 하지마는
밥하러 가야하기에 마지못해 떠나구나
이승의
끼니 거르는
중생들을 위해
-김해인/정형시집 <이화>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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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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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어리연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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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걸어와서
웅덩이에
암자 하나 세운다
그 순간
등신불이 되는 꽃
그보다
더 눈부신 날 없으리
-김경/시집 <누가 바람의 집을 보았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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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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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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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고영민/ 시집<공손한 손>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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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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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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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고영민/ 시집<공손한 손>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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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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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 끝대궁에 앉은 잠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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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좁아터진 尖端에다
禪房을 열다니!
간댕간댕하면서
무량법열의 경지에 든
저것 좀 보게나
-상희구/시집<숟가락>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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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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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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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바람의 푸른 지장경을 읽어 내린다
길이 나지 않는 묘지 쪽으로
소비나물 두어 송이가 고개를 젖히고 있다
봄의 떡밥에 물린 하늘은 피안을 향하여 햇살을 흔들어대고
먼바다 섬을 끼고 오는 상여소리
풀깃 아래로 징검을 놓는다 내 방향을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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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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