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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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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뉘신가?
내 육신에 몰래 스며들어
집 짓는 자
내 뼈를 뽑아
서까래를 엮고
내 살을 이겨
벽을 바르나 보다.
-임보/시집 <가시연꽃>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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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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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經 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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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이 모여 놀던 저녁구름들 뿔뿔이 흩어져 제 집 돌아간다.
성긴 빗낱에 씻긴
먼 산 뒤통수
환한 쪽빛 속에 둥글둥글 돌출했구나
마음 밖인가 마음 안인가
내 가고 난 뒤 여느 때 역시 저와 같으리
-홍신선/<현대시학>2008년 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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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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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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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봉정암이다
한 바가지 샘물 떠 마셨다
저 아래를 슴벅 내려다 보았다
백팔번뇌야
백팔번뇌야
너희들이 나를 살렸구나
이제 내려가도 되겠다
-고은/<유심> 2009년 1·2월호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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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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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마는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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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수유중앙시장
가게마다 흰 김이 피어오르고
묽은 죽을 마시다 보았지, 김밥을 말다가
문득 김발에 묻은 밥알을 떼어 먹는 여자
끈적이는 생애의 죽간(竹簡)과
그 위에 찍힌 밥알 같은 방점들을,
저렇게 작은 뗏목이 싣고 나르는 어떤 가계(家系)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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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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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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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팔상전을 등에 얹고 있는 축대
돌 틈 사이에 뱀이 허물을 남겼다
자신의 허물을 벗고 달아난 뱀
뱀은 돌 틈을 지나기가 고통스러웠는지
허물이 되어서도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뱀에 물려 단청으로 독이 오른 팔상전
가을 산이 피를 뚝뚝 흘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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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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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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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저 단풍나무처럼
말하지 않고 잎을 키웠으면 좋겠다
키운 잎
노랗게 물들였으면 좋겠다
떨어져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봄을 맞고 여름을 견뎌내고
가을에 익었으면 좋겠다
겨울을 살았으면 좋겠다
말하지 않고,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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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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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미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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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이 뱃쫑 뱃쫑,
피이 뱃쫑.
산새들 요란히 우짖는 소리에
돌에서 막 깨어난 미륵불,
슬며시 세상 문 밀치고 밖으로 한 발짝
발을 내 딛다가
추위로 싸늘하게 굳어 다시 동면에 든다.
극락은
가릴 것, 숨길 것 없어
벗어버린 맨 몸으로 사는 세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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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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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미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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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이 뱃쫑 뱃쫑,
피이 뱃쫑.
산새들 요란히 우짖는 소리에
돌에서 막 깨어난 미륵불,
슬며시 세상 문 밀치고 밖으로 한 발짝
발을 내 딛다가
추위로 싸늘하게 굳어 다시 동면에 든다.
극락은
가릴 것, 숨길 것 없어
벗어버린 맨 몸으로 사는 세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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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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