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이 뱃쫑 뱃쫑,
피이 뱃쫑.
산새들 요란히 우짖는 소리에
돌에서 막 깨어난 미륵불,
슬며시 세상 문 밀치고 밖으로 한 발짝
발을 내 딛다가
추위로 싸늘하게 굳어 다시 동면에 든다.
극락은
가릴 것, 숨길 것 없어
벗어버린 맨 몸으로 사는 세상,
춥고 배고픈 중생들로 가득한
이승의 사계절은 여름도 겨울이다.
얼음 녹아 돌돌돌 계곡물은 흐르는데
산비탈 진달래꽃 활짝 웃고 있는데...
-오세영/신작 시집 <바람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