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터미널케어라고도 불리는 임종간호. 불교에서는 2500여 년의 불교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부처님 가르침에는 죽음을 둘러싼 모든 문제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대처하는 지혜와 방법이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초기경전인 아함부의 <유행경(遊行經)>은 죽음의 수용, 고통의 완화나 증상완화,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해 응대하는 이상적 모습과 사후 처리 등의 문제를 부처님과 아난 존자의 대화를 통해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종교계를 중심으로 호스피스 활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호스피스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불교는 생로병사를 어느 종교보다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 해답을 제시하면서도 그 실천법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임종간호에 대한 활동은 이웃 종교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이미 1991년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한국호스피스협회를 각각 설립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가톨릭은 48개의 호스피스기관, 개신교는 100개 기관을 각 협회에 등록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해 불교계의 임종간호 전문시설은 정토마을 한 곳뿐이다. 교육기관은 아미타호스피스회, 환희불교복지대학, 영남보현자원봉사단 등 15개 기관 및 시설이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임종간호가 필요한 불자들이 이웃종교계 로부터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개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불교계 최초로 호스피스활동을 전개해온 아미타호스피스회가 10월 11일 불자 호스피스 인력을 결집해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를 창립했다.
협회장 지현 스님은 “죽음의 문턱에서 두려워하는 이들을 정토로 인도하는 희망의 등불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뒤늦은 출발에 포교원도 지원을 약속했다. 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협회를 종단산하 단체로 등록하도록 힘 쏟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협회 설립에 늦은 감이 있다는 뒷말이 들린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르다고 했다. 환자를 돌봄은 여래를 돌봄과 같다고 했다. 이웃 종교에 뒤쳐진 만큼, 임종을 앞둔 불자들에게 자비의 등불과 감로수가 되기 위한 발원을 더욱 새롭게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