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아야 행복할까? 이 물음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화두이다. 최근 국감 자료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신체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놀이 문화가 사라지고 학습 환경이 실내중심으로 바뀌면서 ‘약골 청소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청소년 자살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고, 청소년 흡연율의 증가는 점점 저학년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년 학교를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늘어나 2008년에는 무려 7만 2000명을 넘어 섰다. 이외에도 게임중독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 가정환경으로 결식하는 학생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지덕체(智德體)를 강조하던 교육 이념이 활발하던 때에는 적어도 교육의 방향성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하지만 요즈음 교육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입 수능시험 결과와 소위 명문대학교 진학률 등의 잣대로 학교 평가 등을 다해버리는 어리석음을 함부로 조장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도 있듯이 교육의 본질은 다양성을 담아내고 있다.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민주 시민이 될 수 있는 덕성(德性) 등이 청소년시기에 잘 형성되어야 한다. 또한 중·고교 교육과정은 이런 점을 감안해 다양하게 편성돼 있고 그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교과 성적 위주로 집중되고 있고 기타의 고려 요소는 상당히 무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학교에서 가장 선호하는 특목고인 외국어고나 과학고는 이름 그대로 외국어와 과학 분야에 대한 특수 교육을 수행하는 곳이지만 현실은 어떤가?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도구일 뿐 본질적 가치에 얼마나 충실한가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렇게 선망하던 외국어고에 진학해서 스스로 자퇴한 학생이 지난 5년 동안 전체 외고 학생의 2%에 달하는 1900여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온갖 노력을 다해 들어간 외고에서 왜 자퇴를 하는 것일까?
주요 언론에서 습관적으로 강남 교육특구니 명문학교 진학률이 아파트 가격 형성에 절대적이니 하는 등의 표현을 하고 좋은 학교, 나쁜 학교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 현실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대도시 중심의 평준화 지역과 기타 지역의 비평준화 지역이 있고 도시와 농촌이 환경 차이가 매우 크다. 대도시 내에서도 경제 여건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학업 성적과 대학진학률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거시적 관점과 여유를 가지고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자. 지덕체가 조화이룬 민주 시민 양성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가자. 고졸이나 대졸이나 스스럼없는 선진 사회처럼 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야 한다. 체면과 명분을 앞세운 조급한 결과주의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기본적인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못하고 지식인층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解弛)가 심각한 것도 지나친 성과주의가 가져온 결과라고 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잊지 말자. 또한 극소수 상위권만 부각시키는 폐단을 버리고 전체의 다양성을 살펴보는 올바른 교육관이 논의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근간에 편견을 버리고 공교육의 틀 속에서 훌륭하게 자리 잡은 장애우 교육이 좋은 사례이다. 배려하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또한 바로 눈앞의 성과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투자하는 교육철학이 수용되는 사회의 성숙을 기다려본다.
이학송
의정부 광동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