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6 (음)
> 종합 > 기사보기
조용한 선거의 함정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가 자승 스님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당초 출마를 검토하거나 의사를 밝혔던 스님들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음으로 대세는 자승 스님으로 굳어진 형국이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경합 구도가 아니어서 선거정국이 조용하다는데 무게를 두는 관점이다. 1998년의 조계종 사태는 선거를 둘러싸고 발발했었다. 이후 대다수 불자들이 조계종 선거에서 불협화음이 표출되어 망신스러운 일이 생길까 조바심을 쳐 온 게 사실이다. 때문에 경합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번 선거는 “조용해서 좋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선거가 지나치게 사전 합의에 의존되어 ‘야합’ 냄새가 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왕 치르는 선거라면 건전한 토론을 통해 종단 비전이 다양하게 제시되는 것이 올바른 선거문화라는 것이다. 중앙종회의원과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드러내 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후보자 검증 문제를 주문했던 측에서 주장하는 청정성 문제와 특정후보의 자격을 두고 사회법에 제소하는 등 잡음은 여전하다.
공개적인 종책토론 한 번 없이 치러지는 선거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시각이 양분되고 있다는 것은 대세론을 만들어 낸 후보에게 보다 겸허하고 공정한 행동을 주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조용한 선거’와 ‘야합의 냄새’는 현실이다. 문제는 당선자의 행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