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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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바퀴를 굴리신 은혜
1980년 겨울, 나는 무작정 동국대학교를 찾아갔다. 불교를 접하게 된 두어 달 후였다. 불교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여러 교수님들의 연구실을 노크하며, “불교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수업을 청강하게 해주십시오”라는 당돌한 부탁을 했다. 교수님들께서는 다른 학교 출신의 학생이 찾아와서 하는 당돌한 청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청강을 허락하셨다. 청강의 절차나 수강신청의 절차도 없이 개강하던 날부터 <불교의 이해>, <한국불교사> 등의 여러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고, 교수님들께서는 불교학과에 다니고 있던 학생들과 다름없이 지도해주셨다. 불교 교양대학도 흔치 않던 시절에 나는 그렇게 불교를 알고픈 갈증에 목을 축였다. 1년을 청강하며 불교 공부를 한 후에 내가 다니던 숙명여대로 돌아와 대학원에 진학했고, 인도의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다.
<불본행집경>의 「범천권청품」에는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중생들이 깨달음의 경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법을 펴기를 망설였지만, 범천의 간청을 듣고 중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녹야원)로 향하셨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르나트는 부다가야에서 180Km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부지런히 걸어도 1주일은 족히 걸릴 거리이다. 이 거리를 걸어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법을 전하셨다. 이 초전법륜이 오늘날 우리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게 된 인연이다.
돌이켜 보면 부처님께서 ''어떻게 중생이 이 심오한 경지를 이해할까''하며 망설이셨듯이, 당돌하기 짝이 없는 나를 보고, 교수님들도 ‘무엇을 제대로 배울 수 있으랴’라는 생각을 하셨을 법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청강을 허락하시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따듯한 지도를 아끼지 않으셨다.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리지 않았다면 2500여 년이 지난 지금 불법(佛法)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내가 무작정 연구실을 찾아갔던 그날의 교수님들이 나에게 불교 공부를 허락하지 않으셨더라면 오늘날 내가 인도사를 연구하는 불자로 살아갈 수 있을까. 부처님은 중생을 위해 법의 바퀴를 굴리셨고, 내가 만난 교수님들은 나를 위해 법의 바퀴를 굴리셨다. 부처님과 교수님들의 큰 은혜를 제대로 갚지는 못하더라도 갚는 흉내라도 내며 살고 싶다. 아마도 내가 유마경의 한 구절 ‘중인불청 우이안지(衆人不請 友而安之: 사람들이 청하지 않아도 벗이 되어 편안케 한다)를 좌우명으로 삼게 된 것도 부처님과 교수님들로부터 받은 은혜가 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직 턱없이 부족한 중생살이를 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찾아와 불교를 접하고 싶다고 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할 수는 없으나 손은 내밀어 주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의 은혜를 갚는 일이고,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금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연꽃의소리 대표
200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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