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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종교로 인한 군 내 인권침해 없어야”
32. 군(軍) 종교편향
2004년 한 예비역 군종장교가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군대 내에서의 기도 강요 행위가 헌법 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으로 인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바로 그해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공식회의를 주재하는 지휘관이나 공식행사에 초대된 군종참모인 성직자가 특정종교의 기도를 강제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은 군대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다. 아직도 지휘관의 종교가 문제가 되는 후진적 군대라는 아쉬움과 함께 군 내부의 문제를 일간지에서 공개적으로 다룰 만큼 어느새 언론의 자유가 많이 신장되었다는 사실 이 반갑기도 했다. 다행히도 그 기사가 나간 후 군에서 바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여 전군에게 종교적 강제성이 없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공문을 내려 보냈고 그 후 지휘관들의 종교편향 문제는 크게 개선되었다고 전해진다.

상명하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공공조직이라는 군의 생리 상 사병이나 계급 상 하급자가 상급 지휘관의 지시를 거역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종교 강요에 대해 불쾌하면서도 거부의사를 밝히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충분히 이해된다. 반대로 바로 그 특이한 조직 생리 때문에 다른 여느 분야보다도 개선 조치도 속도감 있게 처리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에 군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일 것이다.

지휘관으로서보다 특정종교 신자로서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장교들이 가끔 물의를 일으켜 온 것은 사실이다. 오래된 얘기지만, 개고기 파티를 연 후 못 먹겠다는 불자 참모들에게 개고기를 먹든지 아니면 기독교로 개종하라고 엄포(?)를 놓았던 장군도 있었다니, 계급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존재하는 군대 사회에서 하급자들이 얼마나 난처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전도사라면 모를까 군 지휘관이나 공직자로서는 적합한 인물일 수 없다.

군의 최종목표는 국토방위와 국민의 안전이다. 이를 위해 군 당국은 항상 전투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지휘관들도 당연히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병사들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특히 종교인권은 인간의 소중한 권리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종교적 취향이나 종교편향적 언행으로 인해 병사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지휘관이 있다면, 그는 군조직의 사기를 심히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셈이며 그것은 곧 이적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군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아 종교문제 발생 시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함은 물론, 사전 예방 차원에서 평소 모든 지휘관들이 종교인권에 대한 각별한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영삼 장로 대통령 시절인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종교관련하여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기독교 집회에 국가예비군을 강제로 동원해 사회적 비난을 받은 적도 있고,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93년 2월 육군 제17사단 전차부대(대대장 조병식 중령)에서 법당을 철거하고 불상을 파괴하여 화형까지 했을 뿐만 아니라, 1996년 초파일에는 특전사(부대장 박희만 대령, 예편 후 목사)에서 법당 주위에 오물을 뿌린 사건이 발생해 불교계가 강하게 반발, 국방부장관이 사과하는 등 크고 작은 종교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에서 종교편향이 유독 심했던 것은 대통령의 종교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진군대를 지향하고 있는 한국군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휘관 개개인의 리더십 못지않게 인사·시설 등의 군종정책도 합리적인 기준 하에서 종교중립적인 수립 및 집행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현재 군종장교 숫자는 군목사 265명, 군신부 82명, 군법사 140명으로 기독교계가 불교계의 2.5배나 된다.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종교시설의 비율도 이와 유사하다. 종교간 형평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나, 아직도 종교간 균형을 맞추는 데는 미흡하다. 군종장교의 해외파병에서도 타종교에 비해 불교계는 늘 소외되어 왔다. 군법사는 초기 이라크전을 포함해 동티모르·소말리아 내전 등 유엔평화유지군 파병 때마다 제외되었다가 불교계의 항의로 이라크 파병 2차 때부터 겨우 포함될 수 있었다. 수년 전 국방부에서 군종장교들의 상담업무에 도움을 주자는 목적으로 펴낸 ‘선도활동’이란 책자도 기독교적 색채가 짙게 풍기도록 편집되어 있어 말썽이 되었는데, 책을 펴낸 편집위원 10명 전원이 군목사로 구성되어 조직적으로 불교와 천주교를 배제한 의혹마저 사기도 했다.

다종교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인권과 종교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함으로써 화합과 단결을 도모할 때 국력은 극대화 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종교편향적 관행이 사라진 건강한 군대이기를 바라는 이유다.
박광서 교수(서강대) |
2007-10-24 오전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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