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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국가사업 지원자격에 '종교제한' 없애야
28. 국가의 선교지원 안 돼
“국가(예산 집행되는) 사업에 특정종교인만 지원할 수 있다니….”

수년 전 외교통상부의 산하기관인 국제협력단(KOICA)이 시행하는 해외봉사단 파견 지원사업에서 특정종교 성향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봉사단원 선발에 종교제한을 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국가와 종교 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사건으로, 부분적으로 시정이 되었다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슈로 남아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NGO들은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해원협)를 결성하고, 자체 기준에 따라 선발한 봉사단원들에게 국내 사전훈련과 현지훈련을 실시하는데, 봉사단원 선발과정에서 ‘해원협’ 홈페이지에 ‘비전 있는 기독교인, 심신이 건강한 개신교 청장년 남녀’ 등으로 자격조건을 특정종교인으로 제한하는 공고를 냈던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종교차별’이라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항의에 KOICA의 관계자는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은 NGO를 통하지 않고 직접 KOICA 봉사단원 모집에 참가하면 된다”면서 사안의 본질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냈다. 선발과 파견 과정에서 종교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국가사업에 특정종교인에게 특별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헌인지조차 모르는 공무원들의 무지가 놀랍기만 하다.

이를 계기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2006년 2월7일 28개 중앙부처와 174개 산하 기관의 2005년도 입사지원서를 조사해 모두 16개 기관 응시원서에 종교 항목이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행정자치부에 이에 대한 시정과 개선을 촉구한 바 있는데, 26일 “중앙인사위원회로부터 ‘시험시행기관별로 시행하는 특별채용시험을 통해 국가직 공무원을 채용할 때 시험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힘으로써 오랜 관행 중의 하나였던 종교차별 사안 한 가지를 확실하게 시정해 놓기도 했다

그 후 다행히도 KOICA와 해원협 측은 잘못을 시인하고 특정종교 자격조건을 삭제했다. 그런데 이 상식에 어긋나는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국제구호단체들의 협의체인 해원협 홈페이지에서만 그런 자격조건이 삭제되었을 뿐, 실제 개별 단체들의 선발과정에서는 아직도 공공연하게 특정종교인들만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원협 소속 60여 개의 단체 중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국제기아대책기구, 한민족재단’ 등 잘 알려진 단체들을 포함 90% 이상을 차지하는 개신교계 단체들이 대부분 자신의 종교인들만 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선발된 인원은 한 해 수십 명이며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각 봉사단원에게는 연간 2천5백만 원에서 3천만 원 가량의 지원금이 국가 예산으로 지급된다고 한다. NGO 활동가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국가예산으로 특정종교인을 선발, 교육과 훈련을 거쳐 해외봉사의 경력을 쌓게 하는 특정종교 육성 편법이 정부의 묵인 아래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뽑힌 종교인들이 과연 봉사만 할까. 이번 아프간 단기선교 활동가들처럼 봉사를 가장한 선교활동도 함께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KOICA는 개별단체들의 선발과정까지 문제 삼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선발과정까지 국가사업의 성격에 맞게 적법한지 감독해야 할 책임이 예산배정을 하는 상위기관에 있음을 모른 척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미 문제 제기를 한 바 있지만, 교사 임금 전액을 국가가 지급하고 있는 사립 중ㆍ고등학교 교사 채용에서 특정종교인에게만 자격을 주는 것도 명백한 종교차별이며 정교분리 위배의 대표적인 사례인데, 해외봉사단 선발도 이와 유사한 성질의 것이다.

학교나 해외봉사단만의 문제일까. 국가의 재정 지원 아래 종교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에서의 특정종교 일색의 직원 채용과 운용 방식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문제다. 여기엔 불교계 시설도 예외가 아닐 듯싶다.

도대체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이 왜 국가사업에서 소외되어야 하며, 국가 재원이 왜 선교사업에 간접 지원되어야 한단 말인가. 정부가 시급히 답할 일이다.

겉으론 일반 국민에게 열려 있는 사회단체나 자선단체인 듯 보이지만 실은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일을 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가 지원 받아가며 훈련된 기독교 인재들이 사회에 나가 세력을 형성하는 악순환 구조를 갖게 된 것 아니겠는가.

국가예산이란 불자들도 내는 세금이다. 그 세금으로 개신교 인재 키우고 선교하는 상황인데도, 불교계는 의식도 없고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없다. 오히려 ‘그런 작은 일에 매달려 되겠는가, 시시비비를 떠나라’며 허풍마저 떨기도 한다. 사실 모든 사회문제가 원칙에 어긋난 그런 사소한 일로부터 점점 커지는 줄도 모르고. 양자강가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 하는 것이 몇 달 후 뉴욕에 태풍을 몰고 온다는, 소위 ‘나비효과’''라는 것이 가장 불교적이라는 사실을 불교인들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광서 교수(서강대) |
2007-09-10 오후 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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