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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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마을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하나 되길
26. 계룡산 신원사
영원전 뒤 누운 불상 모양의 산능선

“몇 집인지 몰라요. 굿당 이름도 뭐인지. 원주민 중에서는 별로 없어요. 그 사람들이 신 핑계대고 먹고 살지. 마을 사람들은 농사짓고 살죠.”

지나가는 할머니 한 분에게 왜 이렇게 당집이 많으냐고 물으니, 불쑥 나온 말이다. 한 집 건너 굿당이라, 대나무에 신장기 펄럭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양화리 전경

“마을은 오래 되었죠. 옛날에는 전부 통 틀어서 양화리라 했는데, 인구가 많아져 1,2구로 갈렸어요. 1구가 이 도량에서 저 아래로 마을이 솔찬히 커요. 저도 여서 나서 여서 컸지마는 옛날부터 양화리라 했응께 양화리고. 국립공원하고 사찰하고 같이 있었는데, 국립공원 떨어져 나가고. 본토박이고 동네 사람 잘 알거 아니냐 해서 주지스님이 있으라 해서 있는 거지요.”

매표소 이성근씨

매표소의 이성근(65)씨는 토박이다. 예전에는 국립공원소속으로 일을 하였는데, 국립공원을 일반에게 무료 개방하면서부터 절 매표소에 근무하게 되었다 한다.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접근한다. 그런데 대뜸 “국립공원은 형질 변경을 할 수 없는 거요?” 묻는다. 옆에 있다가 기자라는 말을 듣고 온 것이다. 형질변경 같은 것은 아무래도 나에게는 무리다. 무속인인 그는 자신의 굿당에 ‘약사여래, 석불도사, 용궁할머니’ 등을 석상으로 모시려고 중국에 주문을 하여 제작은 끝났는데, 들여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힘이 없다”는 말을 하여도 막무가내다. 그는 무속인이다.

“1999년 익산 망성에서 있다가 왔어요. 무속 사람에게 조상 달래는 일 하면서 사람을 치료했어요. 만져서 했어요. 그래 가지고 좋아진 경험도 있고, 그러다 식구를 만났어요. 식구가 그 쪽으로 완빵이라 이거야. 그래서 하는데, 우리가 배운 것도 없고 그래서 계룡산에 왔는데, 계룡산에 개인 도량이 없어요. 땅을 샀는데, 길이 없다고 형질 변경이 안 된다고 그래요. 그게 내가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는데, 이상하게 잘 안 되드라고.”

이용우(65)씨는 내게는 어떤 답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내게 그가 원하는 답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사실대로 말해도 믿지 않는 그에게 그의 세계에 대해 묻는다.

“그게 내가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는데, 이상하게 잘 되드라고. 상대 아픈 곳이 내 몸으로 와서 아플 수도 있고, 말하자면 손이 청진기라. 아픈 데로만 가. 신원사에 몇 사람이 서울서 왔는데, 부유층 같아. 그런데 제일 나이 든 양반이 이상하니 시들시들해. 물었더니, 체했나 봐. 그래 만져주고 내려주니까, 고맙다고 막 그래.”

자신이 치료했다는 사람들 이야기다. 그는 그가 받은 영으로 사람을 치료하였다고 한다. “계룡산이 쎄고 저희 같은 사람도 산에 갔다 오면 굉장히 시원해져요.” 그는 한 때 사람의 병을 만졌으나 지금은 하지 않는다.

“계룡산이 굉장히 영험하고 여기는 사람을 치유하는 그런 기운이 굉장히 세요. 그래, 만지고 뭐 하는 사람이 많지요.”

굿당이 많은 것과 관련이 있다. “하늘의 빛과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 산에서 공기 이런 것들을 받아야 해요. 등산할 때 얼굴에 쓰고 다니면 안 돼요. 그건 가면이라. 하나님도 부처님도 땅님도 다 불러요. 그렇게 불러서… 그러니까 마음으로 그 사람을 치료하고 그런 거예요. 스스로에게 질문해서 만약 다리가 아프면 마음으로 묻고, 다리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내가 어딘가 아프면, 계속 아프면 그런 손님이 오려나하다 나스면 그런 사람이 와요.”

지금은 굿당을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직접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이용우씨. 그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이 대신 아픈, 다름 사람과 한 몸처럼 느끼는 옴살(매우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이다.

신원사는 계룡산의 남쪽에 위치한 절이다. 절로 가는 길엔 참나무 종류가 많다. 참나무 몸통의 상처는 오래 전 열매를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두드렸던 자국이다. 상처의 역사서를 간직한 참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신원사는 조용하다. 신이 머무는 곳이란 이름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절의 뒤쪽으로 누운 부처 형상의 바위 능선이 보인다. 절 옆에는 중악단이 이웃집처럼 있고, 중악단 앞에는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5층 석탑이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공사가 한참이다. 잔디가 심어진 앞마당에는 5층 석탑과 석등 각 1기가 있다. 백제 의자왕 12년(652) 열반종의 개종조인 보덕 선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그 동안 흥망을 거듭하다가 고종 13년(1876) 보련화상이 중건하면서 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신원사 현판

요사채로 보이는 건물에는 ‘新元寺’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낙관 자리를 파내고 새로 끼워 넣은 흔적이 역력하다. 현판을 기증하였을 원래의 이름은 사라지고, 도둑질한 이름만 남아있는 셈이다. 역사에서 위증은 드러났는데, 진실을 알기는 힘든 경우가 있다. 이도 그와 같다.

노인 회장 집을 찾아 대문에 들어서려는데 손사래를 친다. 환자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기자라고 하였더니, 마침내 대문 안으로 들인다.

“이 마을이란 데는 무궁무진해서 나는 그 역사를 모릅니다.”
정명산(79ㆍ양화리)씨는 퉁명스럽다. “우리 옛날부터 살아온 노인들 보면 먹을 거 없어 일본놈들한테 뺏기고 자운영 동사풀 삶아먹고 소나무 껍질 벗겨 먹는다하며 살았는데, 현 시국은 자손들이 너머 호화롭게 사는 거 아닌가 싶어요.”

5대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정씨는 절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옛날에 원우당이라고 그 분이 여기 토지 분배를 할 때 동네 사람한테 못 받게 했어요. 다 절에다 줬어요. 그래 농사를 지어도 지금은 다 도지를 주지요.”

정명산옹과 박옥림씨

이웃집에서 왔다는 박옥림(67)씨가 콩 터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집에 있는 환자는 정씨의 아내인데, 정씨보다 한 살이 더 많고, 치매를 앓고 있다.

“똥오줌 다 받아서 하고, 그래도 이런 양반 칠을 해 가지고, 세상에는 이런 남자가 없어.”

박옥림씨의 말이다. 무릇 사랑이란 그 사람이 아팠을 때 똥오줌을 치워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리라. 누운 부처를 다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국가 주도로 산신제를 지냈던 중악단-구중회 회장
중악단 앞에 선 구중회 회장

계룡산에는 나라에서 주관하여 산신제를 지냈던 중악단이 있다. 계룡산 중악단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계룡단을 만들어 산신께 제를 올렸던 곳인데, 1651년(효종2) 미신이라 하여 단을 폐지하였다가, 1879년(고종16년) 명성황후의 명에 의해 재건되었다. 그 후 국가 주도의 산신제를 지낸 곳으로는 묘향산의 상악단과 지리산의 하악단이 더 있었는데, 모두 소실되고, 지금은 계룡산 중악단(보물 제 1293호)만이 남아있다. 계룡산 산신보존회 구중회 회장(공주대 국문과 교수)을 만났다.

“보통 나라를 세울 때는 5악이 있어야 해요. 일월오악도라고 아세요? 일월오악도는 왕 뒤에 있던 병풍 그림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산과 강이에요. 그래 어깨에 산도 있고, 용도 있고 그래요. 흰 게 달이고 빨간 게 해야.”

중악단 전경

나라에는 오악이 있어야하므로 산신제를 지내려면 삼악이 아니라 오악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삼악밖에 없다. 그 이유를 구 회장은 건설하려다 중단된 것으로 본다.

“지금 몇 시에요?”
그가 문득 물었다.
“세 시 이십사 분인데요.”

“세 시라는 말이 1896년부터 있었죠. 그 전에는 점이라고 했죠. 열두 점. 우리 사고가 거의 일본식, 서구식으로 바뀌었어요. 책도 한 권 두 권 하죠? 그 전에는 책이었죠. 절 문화는 동으로 하죠. 근데 이게 뒤집어졌어. 남북으로 바뀌었어.”

구회장은 민속학이나 복식 연구 등에 있어서 깊이가 남다르다. 이야기는 자유자재로 불교와 성리학과 우리의 전통 사상 등을 넘나든다.

“봄에는 예축제, 가을에는 감사제고. 거의 틀이 그래요. 그런데 지금은 3월 16일 전후에 토요일, 일요일 끼고 하지요. 3월 16일이 산신하강일이라서 그래요.”

입구엔 솟을삼문이 있는데, 중앙의 문은 오직 왕만이 출입할 수 있었고, 사람 중심으로 오른쪽 문은 승려가, 왼쪽 문은 나그네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식 건물인 중악단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위엄과 무게가 느껴진다.

이대흠 객원기자 |
2007-09-10 오후 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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