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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성시화운동' 등으로 사회분열 조장
25. 정장식 前 포항시장
2004년도는 강의석군의 ‘예배거부’ 사건과 이명박씨의 ‘서울시 봉헌’ 사건 외에도 사회적으로 유난히 종교문제가 계속 불거진 시기였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종교갈등을 부추겼던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장식 당시 포항시장의 과도한 종교활동을 들 수 있다.

정 시장은 기독교인 기관장 모임인 ‘홀리 클럽(Holy Club)’ 활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의 기독교화를 목적으로 한 소위 ‘성시화(聖市化)운동’에 포항시 예산 1% 지원을 계획했다는 의혹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그는 2004년 5월 30일 1만5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참가한 ‘제1회 성시화운동 세계대회’의 명예준비위원장을 맡아 신앙간증을 통해 “포항을 거룩한 기독교 도시로 만들겠다”고 발언했고, 특히 성시화운동본부가 준비한 ‘행사기획안’에 ‘포항시의 재정과 교회, 개인의 수입에서 1%를 모금하여 교회 성장을 위한 기반조성, 교회연합 모색, 사회선교, 세계선교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고 명시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9월 19일 포항 MBC 뉴스에서 포항시장 종교편향 사건이 보도된 후 불교계는 뒤늦게 ‘종교편향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실 확인과 성명서 발표, 그리고 12월 15일 2만5천 명이 참석한 ‘사회와 종교화합 실현을 위한 범불교도대회’라는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어 정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무엇이 문제였나.

첫째, 국가 재정의 특정종교 지원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물론 기독교계는 시 예산으로 복지 사업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어디에 쓰느냐 못지않게 누가 쓰느냐가 문제다. 그런 공공사업비는 종교와 무관하게 시민대표들이 관리ㆍ집행해야지 왜 특정종교인들만 시 예산을 끌어다가 생색을 내는가. 간접적인 선교사업 지원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비록 미수로 그치긴 했지만, 시장이란 직위를 이용해 소중한 시민의 혈세를 개인의 종교활동에 사용하려던 발상은 우려와 유감 차원을 넘어 포항시민과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다.

둘째, 공직자의 홀리클럽 활동은 단순한 사적 신앙생활로 볼 수 없으며, 역시 ‘정교분리’ 정신을 심각히 훼손하는 행위이다.
홀리클럽은 ‘성시화 운동 같이 기독교 정신을 사회에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각급 기독교 인사들의 모임’이다. 공직 신분인 정 시장의 홀리클럽 탈퇴, 대시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한 것은 당연하고, 그는 2004년 말 거센 항의에 못이겨 마지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 후 “개인적인 신앙생활이다. 날 보고 하나님 믿지 말라는 얘기냐.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여 불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이러한 껄끄러운 관계는 2006년 4월 그가 경북도지사 출마를 위해 포항시장직을 내놓을 때까지 무려 1년 반 이상이나 계속되었는데, 정 시장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못했던 것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깊은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02년 5월에 창립된 포항 ‘기관장홀리클럽’은 당시 정 시장을 비롯, 이상득ㆍ이병석 국회의원, 공원식 시의회 의장, 김영길ㆍ박찬모 대학총장, 김영우 검찰지청장, 허영 법원지원장, 지역언론사 대표, 금융계 인사 등 포항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기관장이자 개신교 신자 23인의 모임으로, 이들이 매주 한 번씩 만나 기독경 공부와 기도회를 갖는 것을 단순히 사적인 종교생활로 믿어달라는 주문은 억지다.

생각해 보라. 온갖 고급 정보를 갖고 있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지도급 기관장들이, 그것도 특정종교 또는 특수 이해관계 집단에 속하는 기관장들끼리만 지속적으로 만난다면, 편파적 정보제공 내지 권력집행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겠는가. 특히 선출직 시장의 경우 오해받을 만한 모임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한다.

사필귀정이겠지만,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종교활동으로 인해 정장식씨는 치명상을 입고 결국 경북지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 큰 일을 할 인재가 종교문제라는 걸림돌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손실이다. 정 시장 주위에선 그가 상식적이고 전문성 있는 엘리트 관료였는데 그런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당시 기독교 입문 초기라 열정이 넘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이 신앙심을 과시하고 싶어 했고, 한편 그로 인한 정치적 득실을 저울질하느라 적절한 수습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뒷얘기가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공직자도 자신의 종교를 신봉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무지’이든 ‘의도적’이든 공직의 신분을 망각한 채 특정종교 편향적 발언이나 행정행위를 하는 것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인의 신앙생활은 ‘골방에서 기도하듯’ 해야 하는 이유다.
박광서 교수(서강대) |
2007-08-22 오전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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