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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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서울이 하나님께 봉헌되다
공인들 ‘정교분리 원칙’ 반드시 지켜야
그동안 본 칼럼이 독자들의 성원과 격려 속에 종교의 사회성을 공론화하기 시작한 지 벌써 반 년이 지나고 있다. 공적 영역 중 특히 교육현장에서의 강제적인 예배와 종교교육, 특정종교인 선별채용 등 위헌의 소지가 큰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라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본 우리나라의 종교현상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고, 선진국가로 나아가는 데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 화두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병은 알아차린 순간 이미 반은 고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인 ‘종교병’도 국민적 관심 속에 말끔히 나아 건강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을 희망한다.

이번 회부터 다루고자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중요한 공적 영역의 문제들, 즉 공인(公人)의 종교ㆍ사회적 행위로서 주로 ‘정교분리’의 원칙과 관련된 사안들이다. 사전적으로 공인은 “공직에 있는 사람 또는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관청이나 공공단체, 즉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국가 예산 또는 공공시설을 특권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나 대중들에게 늘 노출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예컨대 정치인, 언론방송인, 연예인, 국가대표, 교육자, 종교지도자 등-을 통칭하여 ‘공인’이라고 정의하여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과는 달리, 험난한 민주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권리 의식이 성숙해지면서 자유권과 평등권 등 시민권에 대한 자각이 크게 일어나 예전에 그냥 지나쳤음직한 것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게 되었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종교와 관련된 시민권도 자연스럽게 사회 이슈화되기 시작하였다. 2004년 강의석 군의 ‘예배강요 거부’ 사건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시 봉헌’ 사건이 그 대표적인 것으로 두 사건 모두 같은 해에 발생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 지도 모른다. 정치사회적으로 큰 벽이 무너진 시점에서 종교계가 마지막 남은 성역이자 개혁대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명박 장로의 그 유명한 ‘서울시 봉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4년 5월 30일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장충체육관에서 ‘Again 1907 in Seoul-서울에서 예루살렘까지’라는 주제로 개신교 전파(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 1백주년을 기리기 위한 예비 축제 성격의 행사가 열렸다. 서울지역 대형교회와 청년선교단체 등에 소속된 1만여 명의 개신교 청년들이 참석한 ‘청년ㆍ학생연합기도회’라는 종교집회였다. 5월 31일 새벽 이 행사에 초청받은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서울의 교회와 기독인들은 수도 서울을 지키는 영적 파수꾼임을 선포하며,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라고 밝힌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사’를 직접 낭독했다.

이 사실이 1개월이 지난 7월 1일 인터넷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보도되어 물의를 빚었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이 시장의 경솔하고 부적절한 처신에 우려와 함께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종교 활동에 한 나라의 수도를 종교적으로 바친다는 게 어처구니없다. 서울시가 이명박 시장 개인 것이냐”던 한 시민의 인터뷰가 문제의 핵심을 말하고 있다. 불교시민단체로 구성된 종교평화위원회도 성명서를 내어 “서울 시민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어느 불자는 “기독교인 아니면 서울서 나가란 얘기로 들린다”며 불쾌감을 표시했고, 정치인들도 “그나저나 서울은 이제 하나님 것이 됐으니 수도를 옮기긴 옮겨야겠어요”(유인태 의원), “사람 땅으로 옮겨야지요”(임채정 의원) 등 수도권 이전 문제와 연결시켜 가시 돋친 농을 주고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당시 이 시장의 목영만 비서실장은 “개인적으로 근무 외 시간에 참석한 건데 문제될 게 있느냐. 행정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 종교적 행위 자체를 비종교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게 더 이상하다”며 오히려 반문하고 있다. 국민적 정서와 상당한 거리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일 이 시장이 읽은 봉헌사에는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장로’라고 되어 있어 분명히 직함을 표기했을 뿐만 아니라, 봉헌서 표지에도 ‘서울시 공식 휘장’까지 새겨져 있어 ‘개인적으로 참석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주최측은 17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2007년에는 아예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전국적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선포하였다고 하니, 개신교 청년들의 종교적 순수성도 의심스럽거니와 대권에 눈이 멀어 종교를 이용하겠다는 이명박 장로를 보면 측은지심까지 생긴다.

맑은 세상, 화평한 사회를 위해 정치와 종교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광서 교수(서강대) |
2007-08-08 오전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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