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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사립학교법 뿌리내려야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 운영 시대적 요구...종교사학 솔선수범 필요”
2005년 12월 9일 국민적 관심 속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1년 반이 지나도록 보수 정치권과 종교계의 반발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간의 사학법은 1990년 3월 거대여당이던 민자당이 임시국회 마지막 날 평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다른 20개 법안과 함께 일괄 통과시킨, 그 전보다 오히려 개악된 법이었다. 따라서 이번 개정 사학법은 15년간이나 싸워서 얻어낸 국민주권 되찾기의 소중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사립학교 운영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한마디로 ‘부패와 전횡’이다. 교육은 돈만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과 공공성이 부족한 경우, 학교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대신 개인사업 하듯 친족들의 일자리나 돈벌이 정도로 생각하여 독단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하기 쉽다. 그 결과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온전히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은 뻔하다. 10여 년 전 사회문제화 되었던 서울 상문고 사태는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좀 과장되긴 했지만, 그 소용돌이 속에 죄 없는 학생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개정 사학법의 핵심 쟁점은 이사 정수의 1/4 이상 두게 되어 있는 ‘개방형 이사제’라고 할 수 있다. 사학재단들은 이 제도가 ‘사유재산권’과 ‘학원자율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공공이익’이 곧 ‘공공소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리적으로는 공익사업을 위한 출연한 재산은 더 이상 그 개인의 소유도 아니고 사회의 공공소유도 아닌 그 목적을 위한 공익법인의 소유일 뿐이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의 윤리강령에서도 “사학을 위해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사유물 같이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스스로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사익이나 특정종교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설학원 또는 신학교와는 달리, 사학의 재정 운영과 수업 내용은 국민이 납득할 만큼 투명하고 합리적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 전제 아래 비영리 학교법인으로 허가하여 갖가지 세금 혜택을 주고, 심지어 국민이 낸 세금, 즉 국가예산으로 연간 수조 원씩 지원까지 하는 것 아니겠는가.

전국의 사립학교 수는 1천9백여 개로서 전체 학교 중 차지하는 비율은 중고등학교가 각각 23.5%, 46%, 전문대와 일반대학이 각각 90%, 79%이다. 사학의 비중이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사학의 건강성은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교육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사학비리가 사회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종교계 사학 또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종교사학은 근본적으로 또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학교를 선교의 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사립학교 중 종교계 학교는 전체 사학의 약 25%인 480여 개이며, 이 가운데 개신교 학교는 360여 개로 종교사학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기독교가 공공연히 “선교 목적으로 설립된 종교사학에서 종교과목은 타과목보다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할 필수과목”이라며 사학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부패ㆍ비리보다 ‘종교강요 내지 종교차별’이란 인권침해 사실이 국민들에게 드러나는 게 더 부담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종교교육 자유, 건학이념 훼손’ 운운하면서 개방형 이사제를 거부하는 것은 ‘종교자유’라는 헌법상의 국민 기본권 우선 원칙에 대해 무지하거나 자신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부당한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떼쓰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사학법인의 족벌 경영과 전횡, 파행적 학사운영, 교비 유용 및 횡령, 교원에 대한 부당한 통제 및 학생의 인권침해까지 그 횡포나 사리사욕으로 인해 국민들이 받은 고통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사회적 혼란과 손실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은 사학법을 바로잡아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어 왔다. 서구의 선진국들도 학교 운영에 교사와 학부모, 동문과 지역인사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나라의 교육이 잘못되기는커녕 오히려 사립 명문으로 명성이 높은 학교들이 많다. 부정ㆍ부패ㆍ반인권과 무관하고 설립 취지가 진정 ‘교육’이라면, 학교가 사적 소유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앞장서서 개정 사학법을 지지해야 한다. 무엇이 두려워 상징적인 개방마저 반대하는가. 학생 등록금과 국고 지원으로 ‘치부와 선교를 계속하겠으니, 국가는 돈만 내놓고 간섭하지 말라’는 식의 엄포는 공교육 기관으로서 온당치 못한 태도다. 정 ‘내 맘대로’ 하고 싶다면, 그동안 받은 국고지원을 국가에 모두 반납한 후 당당하게 ‘자립형 특수학교’를 신청하는 게 합당하다.

교육은 국가의 100년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일반사회에서조차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사립학교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종교계 사립학교라면 더욱 그러하다.
박광서 교수 |
2007-06-26 오후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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