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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사립학교법 바로 보기
“종교사학, 기득권ㆍ권위의식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현대사회는 자유ㆍ평등 같은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이다. 개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해 사법(형벌)은 물론 의료ㆍ복지ㆍ교육 분야는 오히려 공공적인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해서 특별법을 제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공공성 담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의료법ㆍ사회복지법ㆍ사립학교법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비영리법인으로 각종 혜택을 주고 있는 종교분야도 ‘종교법인법’을 제정, 반사회성을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학법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그리고 보수 종교계 간의 기싸움으로만 비쳐지거나, 일부 보수 언론까지 끼어들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동안 사학재단이 목청을 높이던 ‘재산권ㆍ자율성 침해’나 ‘종교교육 자유의 제한’ 등은 이미 억지임이 드러났고, 그 외의 몇 가지 주장 역시 무리한 것들이다.

첫째, 얼마 안 되는 비리사학을 잡기 위해 모든 사학들을 범죄집단처럼 몰아가는 게 억울하다고 한다. 비뚤어진 뿔을 잡기 위해 소 잡는 격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년 1천억 원에 가까운 회계조작, 횡령, 채용 및 급식 비리 등 수십 개 사학들의 비리로 인해 피해 받는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수만 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극소수 운운할 염치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더구나 종교사학들을 함께 고려하면, 문제사학이 극소수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진다. 480여 개 종교사학에서 자신의 종교 전파를 목적으로 종교교육과 종교차별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 속에서 고통 받는 학생들의 수는 수십 만 명이 될 것이 아닌가.

둘째, 개정 사학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전교조라는 세력이 학교를 장악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교조 소속 교사가 학교운영위원이 될 확률은 5.3%, 개방형이사가 될 수 있는 확률은 0.27%라고 한다. 그 인원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상징적인 개방일 뿐이다. 사학재단들의 엄살은 이것저것 노출되는 것이 껄끄럽거나 편견에 의한 과장된 주장에 불과하다.

물론 전교조의 성격, 투쟁의 내용과 방식 등에의 동의 여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역사적으로 공과가 분명히 평가될, 이 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또하나의 얼굴이다. 전교조를 지목해 불필요한 과장과 원색적인 표현으로 국민을 자극하고 호도하는 것은 교육자적인 태도도 종교인의 심성도 언론인의 정도도 아니다. 셋째, 비리사학은 현행법으로 엄중히 다스리면 될 일인데 왜 굳이 정부가 나서서 법으로 강제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럴듯하다. 그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동안 비리에 비교적 자유로운 일부 사학들이 함께 매도되며 규제받게 되는 게 억울하다며 줄기차게 해오던 얘기다.

그러나 그동안 사학운영에 관해서 설립자 개인의 자질과 선의에만 의존함으로써 전횡과 불법을 막아낼 제도화된 견제ㆍ감시 장치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물론 교육부 감사기구의 규모나 전문성이 그 많은 사학들을 관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변명도 일리는 있다. 감사능력을 키우는 일이 우선 과제인 이유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이고 국민들 눈에 보이지 않는 태생적 문제가 있다. 그것은 몇 개의 사회세력들이 서로 이해관계에 얽혀 옴짝달싹도 못하는 소위 ‘사학커넥션’이라는 것이다. 종교사학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 사학커넥션은 종교를 배경으로 교육계와 언론, 정치권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학이 사회문제화 될 때마다 종교계가 발 벗고 나선다. 교육부는 보호자와 감시자 역할을 착각하는 듯 적당히 덮으려 하고, 사학과 무관치 않은 일부 보수 언론들은 사학 입장에서 맹렬히 펜을 휘두른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 그 중에도 보수 정당일수록 돈과 인맥이 있는 사학 편을 들기 바쁘다. 심지어 목사들이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며 삭발했을 때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 3명은 국회에서 삭발까지 했다. ‘종교-학교-교육부-언론-한나라당’이란 사학커넥션이 이유 있다는 반증이며, 국민들이 절망하는 이유다.

건강한 교육을 되찾기 위해서 사학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공익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균형 잡힌 대안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사학재단은 ‘사유재산ㆍ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왜 국민이 냉담한지, ‘사학=비리와 종교폭력의 온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지 초심으로 돌아가 고민해야 한다.

교육과 종교의 근본에 충실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기득권과 권위만을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 “책임감을 즐기는 사람은 권위를 얻지만, 단지 권위를 즐기는 사람은 오히려 권위를 잃기 마련이다.” 포브스지 발행인 말콤 포브스의 말을 새겨 볼 때다.
박광서 교수 |
2007-06-18 오후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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