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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학교 내 종교 강요ㆍ차별 드러낸 역사적 사건…종교인권 사회적 이슈로”
학교 내 종교자유 문제는 교사나 학교장 개인의 종교성향도 문제지만, 그보다 종교 사립학교 내에서 제도화ㆍ관행화 된 강요나 차별이 폐해가 더 크고 고질적이란 점에서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인권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 그렇게 초법적으로 학교운영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 기득권화ㆍ권력화 된 일부 종교계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새삼 요구되고 있다.

종교 사립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차별과 인권침해 행위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아 모르거나 간혹 문제가 불거져도 그저 교사나 학생 한 개인의 특수한 문제이겠거니 하며 남의 일처럼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설사 일부 국민들이 경험했거나 알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다가 결국은 입시라는 중대사를 핑계 삼아 마음속으로 적당히 타협하고 넘기던 사안이었다. 종교사학 입장에서 보면 입시를 볼모로 아무 거리낄 것 없이 마음대로 강제 종교교육을 해왔던 셈이다.

그러다가 3년 전 한 고등학생이 학교 내에서의 종교 강요로 인한 인권침해 실상을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학생인권’과 ‘종교인권’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2004년 6월 16일, 당시 대광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자 학생회장이기도 했던 강의석 군이 아침 교내 방송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위해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예배를 거부합니다”라고 선언, 강제가 아닌 예배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달라고 주장하였다. 강 군은 또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한 달 간 1인 시위를 하고 45일간이나 단식도 하였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까지 제출하였다. 그동안 수십 년 간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던 기독교계 학교에서의 예배 및 기도 강요를 인권차원에서 정면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해 7월 학기말 시험 중 학교로부터 제적통보를 받는 최악의 사태로까지 발전함으로써 사회적인 파장은 더욱 커졌다. 그 후 법원의 복학 판결과 강 군의 대학진학으로 일단락 된 듯 보이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개선된 것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유와 인권 관련하여 이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대광고에서 종교문제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이 단식까지 하며 사회에 호소하려 했는가. 학교와 국민을 향해 강 군이 말하려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학교는 본인의 종교와 상관없이 전체 학생들이 매주 수요일 오전 한 시간씩 개신교식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고 한다. 그 외에 매일 아침마다 짧게 열리는 아침예배 때는 종교가 없거나 타종교를 믿는 학생이라도 돌아가며 ‘기도’를 해야 했고, 입학식 때는 기독교 이념에 따라 교육을 받겠다는 ‘선서’를 해야 했으며, 학생회 임원 자격에 ‘교회를 1년 이상 다녀야 한다’는 학교 규정 때문에 타종교학생은 아예 입후보 자격도 없다고 한다.

처음 대광고를 배정받았을 때 종교가 없는 강군은 ‘기독교 학교’라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지만,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 소개를 본 뒤, “인성교육이 목적이지 설마 종교를 강요하겠나”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스스로 합리화 했다고 한다. 1학년 말 학생회 부회장 선거에 나가려 했을 때 ‘종교’가 걸림돌이 되어 교목실장 교사와 상담했을 때만 해도 “기독교를 종교가 아닌 서양철학으로 공부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1년 정도 교회를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 군은 “2년 전 종교를 이유로 떠나갔던 친구, 예배 때마다 나와 같이 얼굴을 찡그리던 친구들, 말없이 잠들던 친구들, 입만 벙긋거리던 친구들, 우리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어 이 같은 행동을 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해야 하다니,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아예 학생회 간부로 나서지도 못하다니... 이런 교육현장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과연 무엇을 느끼고 배우게 되었을까! 강 군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은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이 모두 겪어야 하는 고통이었을 것이며, 기독교계 학교의 대부분이 이런 식의 종교 강요를 해왔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면, ‘종교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헌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생각해 보라. 불교인이 평준화 제도 하에 국가에 의해 기독교 학교에 강제 수용되어 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서 설교를 듣고 교리를 배우며 찬송가를 부르고, 게다가 돌아가며 기독교식 기도를 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과연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까.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의 종교폭력에 익숙해져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데 반해 강 군은 자신의 이해보다 사회의 개선을 위해 힘들게 문제제기를 했다. 이젠 국민 모두 내 일처럼 관심을 갖고 사회적 합의와 다짐의 장치를 새로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차례다.
박광서 교수 |
2007-05-11 오후 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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