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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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교사의 종교편향 학생에게 큰 상처
학생 가슴에 못박는 종교차별 언행 근절돼야 교사의 인권의식 제고 절실
교육현장에서의 종교 강요 및 차별 행위는 교사의 개인적인 행위와 학교 차원 또는 제도적 관행 두 가지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사가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거나 타종교인 학생들을 차별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정신적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애가 가져온 가정통신문에 성경 구절이 적혀 있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난감했다던 어느 불자의 얘기가 생각난다. 학부모로서 내심 당황했겠지만 그렇다고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고 해서 선교 의도가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받아보는 학부모의 종교가 타종교일 경우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려 깊은 교사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좋은 말씀을 실어 보내겠다는 소박한 뜻이라면, 굳이 성경 구절만 인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경, 전래속담, 고사성어, 기타 명언ㆍ명구 등에서도 얼마든지 한 구절씩 소개할 수 있지 않은가. 또 그래야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 특정종교 경전 구절을 써 보낸다면 분명히 선교 의도를 드러낸 것이므로, 종교에 무관하게 모든 학생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할 교사로서의 본분을 잊은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글자로만 전달되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가령 교사가 특정 종교 신자라고 잘 알려진 경우, 꼭 확인해야 할 필요도 없는 상황인데 학생의 종교를 묻는다면 그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의도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회에 안 나가니?” 하면서 마치 교회 다니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투로 묻는다면 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특별한 관계나 지위를 이용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지속적으로 성경을 직접 읽어 주거나 기도를 하기도 하고, 방학숙제로 성경학교를 다녀오라거나 일요일에 교회에 다녀와 독후감과 일기를 제출하면 스티커와 상을 주는 교사도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인성지도를 넘어서서 분명히 특정종교의 노골적인 강요이므로 공교육을 담당할 자격이 있는 교사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직접적이고 편협한 언행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학생이나 그 가족의 종교가 타종교인 것을 알고서도 교사가 “예수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 마귀의 종교를 믿다니...”라고 악의적인 말을 했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몇 해 전 부산의 어느 스님이 들려준 그 절 신도의 얘기다. 신심 있는 불자였던 할머니를 따라 집 근처 절에 자주 다녔던 초등학생 손자가 어느 날 아프다며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했다. 영문을 몰라 속상해하던 부모는 담임선생님이 “불교는 나쁜 종교이고 불교 믿으면 지옥 간다”고 한 말에 아이가 충격을 받은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학교에 항의하였다. 학교장은 결국 그 선생님을 다른 학교로 전근시켰다고 한다.

오죽하면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학교 가는 것마저 싫어했을까. 툭 던진 선생님의 한마디 말 때문에 그 어린 학생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나 혼란을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어떤 학부모들은 마음의 상처를 달랠 길 없어 전학하거나 아예 먼 곳으로 이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 아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 보니 가슴이 답답해 온다.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종교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받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교사들의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교사 양성과정에 인권, 특히 종교인권에 대한 교육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면 현직교사들을 위한 연수교육을 통해, 종교의 자유를 획득하기까지 인류 역사의 배경은 물론,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종교 자유의 본질이 무엇인지, 종교적 편파성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적 영역을 담당하는 교사나 공직자의 인권의식 결여와 그 폐해가 어떻게 사회통합과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인권단체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권 연수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주로 외국인ㆍ여성ㆍ장애인에 대한 비하나 차별 등 약자와 소수자의 문제, 그리고 두발ㆍ교복 자유화 등의 학생자주권, 체벌ㆍ폭력 등 신체 관련 문제들을 인권차원에서 다루는 데 그칠 뿐, 양심과 종교의 자유 같은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다는 점이 아쉽다. 차제에 각 시도 교육청의 지원 하에 종교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종교와 관련된 인권문제를 교육현장의 사례들 중심으로 깊이 있게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박광서(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
2007-04-19 오전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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