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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공공영역 종교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미래사회는 물질과 효용성보다 다양성, 행복 등 비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는 탈물질ㆍ감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들 한다. 또 다양한 진리가 공존하는 글로벌 문화시대에 여러 종교가 활성화되어 있는 한국사회는 그 나름대로 인류문화에 기여할 자격과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반갑고 일리 있는 얘기이다.

그러나 세계사상 유례없이 급성장한 기독교의 편협성과 배타성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여러 종교들에 대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김용옥은 최근 한 교회에서의 설교 중 “기독교는 질시와 배타와 반목의 좁은 패거리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랑’이란 간판을 내걸고 ‘미움’을 가르쳐 ‘패거리 문화’를 만드는 게 종교가 할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학연’과 ‘지연’에 의한 갈등으로 멍든 우리 사회에 ‘종연(宗緣)’까지 얽혀서 특정종교 또는 그 종교인들만의 ‘끼리끼리’ 분위기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다른 종교인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한다면 얼마나 살기 피곤한 세상이 될 것인가.

그렇다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투철한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종교로 인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자신감이 생겨 세상사는 데 도움 된다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어떤 일에서든지 종교에 상관없이 똑같이 대해줬으면 하는 기대까지는 하지도 않는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을 더 가깝게 생각하는 것 자체를 굳이 탓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종교 사회에서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평화롭게 살려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 룰이 있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첫째, 종교적 표현이나 행위는 다른 종교인들이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라야 한다. 개인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까지야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나 일단 밖으로 표현하게 될 때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 입장도 존중해줄 마음자세이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의식을 전혀 하지 않고 불쾌할 정도의 종교적 언행과 차별을 한다면 함께 사는 기본이 안 된 경우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그저 한 개인의 열정적인 종교성향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다수가 자주 그런다면 전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둘째, 공공영역을 종교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공공영역은 사회구성원 그 어느 누구도 개인적 신념이나 이익을 위해 독차지할 수 없도록 합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마저 종교로 오염시킨다면 어디 가서 숨 쉬고 살 곳이 있겠는가. 그래서 공공영역에서만큼은 골치 아픈 종교문제로부터 벗어나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다종교 사회에서 지켜야 할 마지막 선이자 자유ㆍ평등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선진사회를 꿈꾸는 민주시민의 최소한의 소망인 것이다. 공공영역에서 헌법으로 보장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에 위배되는 사례들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또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국민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공공영역에서의 종교 관련 사회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공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강제적인 종교교육이나 종교의식, 그리고 특정종교인들만의 선별채용 등 종교로 인한 인권침해와 차별의 실상은 어떠한지, 왜 그러한 비교육적ㆍ반인권적 현실이 개선되기 어려운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나 법률적 판단으로 약자를 보호해줘야 할 사법부에 기대할 수는 없는지, 종교사학은 교육기관인지 선교기관인지, 최근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 특정 종교인들이 극단적으로 저항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두 번째로 정치권의 비호 아래 특정종교가 우대와 특혜를 받아온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직자들이 왜 종교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종교편향적 발언을 일삼는지, 종교가 지나치게 권력화 된 것은 아닌지, 일부 정치사회지도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들의 종교선전에 이용하려는 소위 ‘성시화운동’의 실체가 무엇인지, 공무원ㆍ교사ㆍ국가대표ㆍ방송인ㆍ연예인 등 공인의 종교적 표현의 성격과 한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공공행사에서 특정종교 의식이 허용될 수 있는지 등 정교유착으로 인한 헌법정신의 훼손과 사회분열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사회구조적인 시각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공공장소를 특정종교가 독점하여 활용하는 경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돈만 있으면 공공장소를 종교광고판으로 도배해도 되는 것인지, 국공립시설을 특정종교 행사에 이용할 수 있는 융통성과 한계는 무엇인지, 시민의 동의 없는 공공장소에서의 무차별 선ㆍ포교행위는 오염 수준이 아닌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다원종교사회에서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최소한 공공영역만이라도 종교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일은 종교지도자들과 시민사회지도자들의 책임이며, 자유선진국가를 후세에 넘겨줘야 할 우리 국민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다.
박광서(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
2007-04-12 오후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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