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1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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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하는 엄마 마음 알게 됐어요”
제1회 전국사찰청소년연합수련회

짙은 어둠을 품은 칼바람은 앙칼졌다. 위영청 밝은 달빛이 어둠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지만 스산했다. 만해마을은 홀로 있으면 외롭고 추운 강원도 인제 산골에 있었다. 휘휘 바람 소리 가운데 인적이 느껴졌다. 불빛을 따라, 소리를 따라, 온기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하하하하하하~”
두꺼운 옷차림을 한 학생들이 만해마을 청소년 수련장 강당에서 꺄르르르 배꼽을 잡고 있었다. 보송보송 솜털이 사랑스러운 예비 중학생부터, 거뭇거뭇 수염이 난 고등학생 등 150여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학생들은 서울 조계사ㆍ화계사ㆍ옥천암ㆍ금강선원ㆍ삼선포교원, 경기 원각사ㆍ회룡사ㆍ흥국사, 경남 성주사 등 9개 사찰 청소년법회 주인공들이다. 1월 22일 제1회 전국사찰청소년연합수련회 첫 날을 즐기고 있었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회장 도후)는 조계종 포교원, 화계사, 삼선포교원, 이대성청소년놀이연구소와 함께 올해 처음 이 행사를 마련했다. 전국에 청소년법회가 존재하는 곳도 적을뿐더러, 있다 해도 대부분이 소규모여서 겨울수련회를 진행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각 사찰 학생들은 나이별로 흩어져 10개 모둠으로 나뉘었다. 처음 만나 어색할 만도한데, 학생들은 모둠별 활동을 통해 서로의 벽을 허문지 오래였다.
프로그램은 불교가 기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법회에 참석한 만큼 학생들에게 불교는 익숙해보였다. 하지만 팔상성도와 부처님 일대기, 인과법, 참선 등을 콩트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늘 애매하게만 느껴지던 불교를 직접 표현하려고 하니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즐겁기만 했다.


노는 일도 중요하지만 불자 청소년에게 신행활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일. 학생들은 친구들과 마주보고 앉아 서로에게 108배를 했다. 한 명은 합장을 하고 한 명은 절을 했다. 하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받는 일은 영 어색하고 못할 일 같았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안했다. 부처님에게만 하던 절을 친구에게 하려니 쑥스러웠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절을 하던 학생들은 옷을 벗었다. 절을 받던 학생도 진지하게 합장을 하고 눈을 감아 오늘 처음 만난 친구의 절을 받았다. 서로는 서로에게 부처님이 됐다.
일산 원각사(주지 정각)에서 온 박성준 학생(14)은 친구가 절을 시작하자 “제가 절을 받아도 되나요? 미안해서 못 받겠어요”라며 지도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박성준 학생은 절을 받는 내내 친구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합장을 하고 기도를 했다.
“처음 받을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제가 다시 친구에게 절을 하니 좀 괜찮아 졌어요. 엄마가 저희 형제를 위해 108배를 하실 때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박성준 학생이 108배를 한 소감을 말하자 주변 친구들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같은 절에서 온 이도경 학생(14)은 “절을 받을 때는 친구가 너무 힘들어 보여 안쓰러웠어요. 친구에게 보답을 하는 마음으로 절을 했어요”라며 또박또박 말했다. 108배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스키 캠프에서도 108배를 한 몸 상태는 화제거리였다. “108배 하고 다리가 아파서 더 힘든 것 같다”며 애교섞인 불평을 했다.


사실 학생들의 마음은 출발 전부터 스키장이었다. 만해마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횡성 현대성우리조트에 도착한 학생들은 눈 만난 북극곰 마냥 신나있었다. 때마침 눈도 펑펑 내렸다. 스키장을 누비는 스키어와 보더들은 눈 위를 날아다녔다. 스키복도 입고, 스키신발도 갖추고 눈을 밟았으니 씽씽 미끄러지면 될 것만 같았다. 웬걸. 초ㆍ중급 스키어들은 걸음마부터 배웠다. 보더들은 엎어지는 방법부터 배웠다.
연습은 밤늦도록 계속 됐다. 즐겁기 보다는 춥고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님과 친구들이 함께하니 힘이 났다. 화계사 지도법사 효현 스님과 조계사 지도법사 심진 스님은 학생들과 똑같이 스키복을 입고 학생들 사이에 섞여 배웠다. 스님이 함께여서 더 든든했다.
처음으로 타는 친구에게 “화이팅, 기대할게~!”라며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고글을 채워주는 형이 있어 더 신났고, 챙겨줄 수 있는 동생이 있어 뿌듯했다.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밤 늦도록 속닥거리는 일도 즐거운 일이었다. 혼자 있으면 더 춥게 느껴질 겨울 많은 친구들을 만나니 칼바람 속에서 스키를 배울 수 있었다. 108배도 거뜬했다.
효현 스님은 “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나’ 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물론,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수련회는 전국 사찰을 대상으로 준비했지만 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차량 지원이 없어 지방의 많은 사찰은 참가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경남 창원 성주사에서 온 조양래(18)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백련암에서 한 달간 수련회도 하는 등 이곳저곳 사찰 수련회를 따라 다닌 잔뼈 굵은 학생이었다. 조양래 학생은 “여러 친구도 만나고 보드도 탈 수 있어 꼭 오고 싶었다. 많은 수련회에 다녔지만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잘 챙겨주니 더 재미있게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11-01-26 오전 12: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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