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2.20 (음)
> 신행 > 신행
“100년 생각말고 10분이라도 잘해라”
서울 법왕정사 와선수행 현장

12월 1일 저녁 7시 서울 성수동 법왕정사에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법당에 60여 명이 가지런히 누웠다. 누운 목적은 ‘수행’을 위해서였다. 앉아서 해도 자칫하면 졸음에 떨어지는 것이 수행이건만, 어찌 누워서 한다는 걸까.
요가학원이나 템플스테이에서 종종 누워서 휴식(?)을 취하거나 몸을 푸는 프로그램을 보기는 해도 누워서 참선을 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 누워서 수행을 할 수 있다면 365일 할 수 있으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이 수행은 누워서 참선한다는 의미로 ‘와선(臥禪)’이라고 한다. 수행지도는 기(氣)차게 절 잘하기로 소문난 청견 스님이 직접 했다.

“힘들고 졸릴 때 우리는 눕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잠을 자더라도 깊이 있게 자지 못하고, 복잡한 꿈을 꾸지요. 이상하게 실컷 잔 것 같은데 또 졸리고 졸리죠. 일할 때나 공부할 때는 졸리는데 저녁 먹고 나면 그때서야 잠이 깨고 술 먹고 놀죠.”

아무도 몰라주던 속사정을 스님은 척척 맞췄다. 수행자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공감을 했다. 생활 속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맞추더니 이제는 좌선 수행 몇 번 했다는 사람들이면 느끼는 어려움도 정확하게 맞췄다.

“잘못된 자세로 억지로 수행을 하면 더러운 기운이 몸에 가득 차고, 무릎은 끊어질 것 같습니다. 집중도 안 되면서 가부좌 틀 바에는 하지 마요. ‘이뭣꼬’ ‘나는 무엇인가’도 결국은 망상이 되는 겁니다. 하기 싫을 때는 하지 않는 게 수행이지 졸면서 하는 것을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체험 속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였다. 공감 100%, 참여동기 100% 상태에서 와선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와선에 들어가기 전 몸 푸는 동작이 진행됐다. 보기에는 쉬운 동작 같은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발바닥을 땅에 붙이세요’ 하면 발등을 붙이고, ‘왼쪽으로 트세요’ 했는데 오른쪽으로 몸을 틀기도 했다. 발바닥은 고정하라고 누차 말하고, 자세를 직접 잡아줘도 잘못된 자세와 동작을 반복했다. 누워서 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100번씩 7번에 나눠하는 동작을 멈추지 않고 하는 것도 어려웠다.

스님은 “골통이 복잡해서”란다. 번뇌 망상이 집중력을 끊어놓는다는 설명이었다.
“숨은 배로 쉬는 겁니다. 호흡을 제대로 하면 집중이 잘 되고, 좌선을 하기 좋은 몸과 마음 상태가 됩니다. 누워서 자세를 취하면 답이죠. 와선은 자세불량을 고치는 것입니다. 와선을 제대로 하면 1000년 막혔던 것도 내려갑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면 호흡이 내려가고 몸에 기운이 돌면서 잡생각이 없어지고 몸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완전히 자세가 바르면 감각적으로 숨 쉰다는 느낌이 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바로 생각이 끊기게 됩니다.”
스님은 호흡과 마음을 모아 집중할 것을, 단순히 몸을 풀고 가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동작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작은 멈추지 않았다. “뚝, 뚝” 사람들 몸에서 신호가 왔다. 자세가 틀어져 막혀있던 곳이 자리를 잡는 소리였다. 스님은 “그 상태로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결국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겁나서, 또 기뻐서 더 열심히 한다. 와선은 2시간 30분 걸렸다.

윤석분 씨는 “처음에 뭔지도 모르고 처음 해보는 동작들을 잘 따라하지 못했지만 온 몸이 안하고 고요해졌다.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시원해 져 행복한 마음을 가족과 고객,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한다.
권연정 씨는 “평소에 가슴으로 쉬던 호흡이 이제는 복식호흡이 좀 쉬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머릿속은 편안해지고 잡념이 거의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 졌다”고 했다.
법등지 보살은 “요즘 호흡이 어려워 한숨을 자주 쉬고 있었다. 복식 호흡을 시도해도 어려웠고 늘 갑갑하고 힘들었는데, 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지고 명쾌해졌다. 집에 가서도 편안하게 깊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했다.
법왕정사는 서울, 대구, 광주, 부산 지역 법당에서 호흡에 맞춰 절 수행하는 법, 염불선, 참선호흡법, 와선 등 다양한 수행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cafe.daum.net/sorisan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적극 도입”
절 수행으로 유명한 청견 스님이 최근 와선 수행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80년대 초 허리가 부러져 누워만 살아야 했던 스님은 사지가 늘어진 채 3년간 누워 죽을 날만 기다렸다. 10년간 들고 있던 화두도 없어졌다. 스님은 염불 수행으로 병마를 이겼지만 이때 앉아 있을 때 보다 누워서 하는 호흡이 더 잘 내려간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티베트,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에서 수행을 하며 스님만의 와선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잠에 떨어져 가르치지 않으려 했는데 자세를 교정하고 호흡이 제대로 되는 와선은 쉬우면서도 공삼매의 효과가 크거든요. 최고의 수행입니다. 수행과정을 오랜 동안 다듬어 드디어 공개합니다.”
스님은 하루 2시간 만 잔다.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자지 않지만 수행 덕에 골치 아픈 사람들을 새벽부터 상담해 입이 부르틀 정도라도 힘든 줄 모른다고 했다. 청견 스님은 최근 와선 보급을 위해 법왕정사 템플스테이 수행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스님은 “집에서 할 때, 와선이 아무리 좋아도 오래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집착은 곧 병을 부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12-06 오후 3:5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3.2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