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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서울 회기동 연화사(주지 묘장)에 김천지역 다문화 가정 어린이 19명과 동대문구 용두동 희망만들기 방과 후 교실 어린이 2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연화사에는 종일 어린이들이 웃고 떠는 소리가 가득했다.
장기자랑 시간. 일본인 어머니를 둔 이은혜(김천 중앙초3)어린이가 일본노래인 ‘사쿠라(벚꽃)’를, 필리핀 어머니를 둔 엄정대(김천 중앙초5)어린이는 ‘LOVE’라는 곡을 영어로 멋지게 소화했다. 엄정대 어린이의 모습에 반했는지 몇몇 여학생은 “오빠, 이름이 뭐야?”라며 적극적인 관심도 보였다.
장기자랑 시간은 계속 이어졌다. 리코더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가발을 쓰고 최신 유행곡에 맞춰 춤추고, 꽁트로 숨은 장기를 뽐냈다. 어른들에게는 이해불가의 내용도 자신들만의 세계에서는 이해가 가는지 꺄르르 폭소가 터졌다. 그저 즐겁게 놀았다.
이웃을돕는사람들이 진행한 첫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경희대학교 박물관을 구경하고, 캠퍼스를 구경하며 대학생이 된 미래를 꿈꿨다. 연화사 법당에서는 바구니에 공 넣기, 풍선 게임, 판 뒤집기, 스피드 게임, 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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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왜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워나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박수정 강사(자연주의 교육연구소)는 “글로벌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머니의 나라를 이해하고, 친구 어머니의 나라를, 아버지의 나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라는 말에 아이들의 눈은 반짝였다.
이웃을돕는사람들(이사장 지현)은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상임대표 법등, 이하 경불련), 직지사(주지 성웅)와 함께 “FUN한 만남 & 약속” 행사를 열었다. 다문화가족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도였다. 주최측은 좋은 곳을 구경시켜주고,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다문화 사회 정착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역과 문화, 피부색에 대한 분별 대신,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도록 했다. 다문화 가정, 저소득 가정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도록 다양한 경험과 체험의 기회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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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서울팀과 김천팀 어린이들이 다시 놀이동산에서 만났다. 아찔한 놀이기구 속에서 우정은 싹텄다. 헤어질 시간. “안녕, 다음에 또 봐.”
서먹했던 첫 만남과는 달랐다. 아쉬운 작별 인사가 오갔다.
법등 스님은 “다문화가정과 저소득 계층 등 소외된 어린이들이 글로벌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는데 희망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체험을 통해 잠재력과 창의력, 인성이 개발돼 꿈을 갖고 성장하는 어린이들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웃을돕는사람들은 2011년부터는 장기진행 사업으로 추진하고 도시와 농촌,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일반 가정 어린이들의 교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첫 행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서울나들이, 직지사 템플스테이, 스타초청 희망 가꾸고 나누기, 특기적성 함양,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연중 운영할 예정이다.
다문화2세 숨은 고통
한국인 20명중 1명은 다문화가족이다. 다문화 2세 자녀(행정안전부 10.3.31기준 12만 1935명)는 6세 이하 7만 5776명, 12세 이하 3만 587여 명, 15세 이하 8688 명, 18세 이하 6884명으로 증가 추세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2개 국어 구사, 2개국의 문화에 익숙하다는 장점을 살려 글로벌 인재양성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교육과 언어, 정체성 혼란으로 다문화 2세들은 남모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원희목 의원(한나라당)의 2008년 10월 국감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 10명 중 2.5명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만 16~18세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정규 교육권 밖에 있다. 같은 연령대의 한국 청소년의 미취학률(8.7%)에 비해 8배나 높은 수준에 있다.
특히 유아기에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어머니의 양육은 언어능력 부족인한 학업부진으로 이어진다. 의사소통은 가능할지 몰라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읽기, 이해력, 쓰기 능력이 낮기 때문이다. 또 두 나라의 혼재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 집단 따돌림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경불련 오용승 사무총장은 “다문화 어린이들이 가장 원망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학교에서 외모로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원망하거나, 학교숙제도 봐주지 못하는 어머니를 무시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멸시와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이주민 정책과 행정의 한계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