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꾸준히 해 왔을 뿐이다. 늘 똑같은 마음이다. 어떤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기도를 한 것은 오래 전이다.”
10월 22일 서울 구치소 최고수(사형수)와 불교여성개발원(원장 이은영) 재소자교화센터 교정위원은 3000일 기도 회향 법회를 봉행했다. 재소자교화센터 교정위원들은 9년 전부터 한 달에 1~2번 빠짐없이 재소자들을 찾아 함께 대화를 나누고 기도를 했다. 각자 발원문을 쓰고 100일 기도로 시작해 입재와 회향을 동시에 하다 보니 1000일, 2000일 기도 정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때론 최고수 3명이 감형이 되는 경사도 생겼었다. 사형수들과 함께한 시간 만 무려 10여 년. 거창한 무언가를 해도 좋을 법한데, 조용히 물 흐르듯 흘려보냈다. 교정위원들은 더 이상 숫자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저 늘 하는 기도일 뿐이라며 특별하게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피했다.
윤순옥 교화센터장은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늘 똑같다”며 “예전에는 기도를 통해 감형이나 어떤 특별한 기쁨이 있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그게 기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인연 따라 왔다 인연 따라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하는 기도보다는 그저 할 뿐.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늘 똑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한단다. 기도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지혜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에 의지해서 말이다.
재소자교화센터와 재소자들은 법회 때에도 특별한 것을 하지도 않고, 특별한 의식집이나 정해진 틀 속의 수행을 하지 않는다. 평범하게 예불을 하고, 불교공부를 한다. 구치소 안에서 책을 통해 불교 공부를 하는 그들은 웬만한 사람들 보다 더 잘 아는 경우도 흔해서 특별히 알려주거나 교육을 하지는 않는다. 서로 대화 속에서 불교를 풀어내고, 바깥세상 이야기도 나누고, 구치소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도 들어주면서 늘 서로가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이 다였다.
윤순옥 교화센터장은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생긴 신뢰를 쌓아 올리는데 봉사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두 번 방문하고 마는 봉사는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 센터장은 최고수나 재소자를 위한 봉사 자세의 기본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쌍하다거나, 무서운 사람이라거나 하는 생각자체도 불필요하고, 공기처럼 늘 함께 기도하는 도반처럼 말이다. 이들은 이날 다시 1000일 기도 결제를 했다. 최고수들은 불법을 통해 불성을 깨치고, 깨달음을 얻어 다시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