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사장 자승)이 주최하는 제2회 전국 청소년 불교교리경시대회가 9월 11일 전국 8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올해는 초등부 경시대회를 퀴즈 게임인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불교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는 물론 신행활동의 뚜렷한 동기부여, 어린이 법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참가자는 제1회 응시자 1913명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 중등부는 1345명 지원자 중 972명, 고등부는 1293명 지원자 중 1293명이 응시했다. 초등부는 전국에서 320여 명이 ‘범종을 울려라’에 참가하면서 총 2200여 명이 참가했다.
시험장은 서울 동국대, 부산 금정중, 대구 능인중, 대전 보문중, 광주 정광고, 평택 청담정보통신고, 전주 동대부속 금산고, 남양주 광동고 등 8곳 설치됐다. 중ㆍ고등부는 오전 11시부터 전국 각 시험장에서 일제히 진행되고, 초등부는 서울 동국대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시상식은 10월 23일 제1회 군종병불교교리경시대회 수상자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 ||||
#중ㆍ고등부 “매년 공부해서 시험보고 싶어요”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나와 여느 시험과 똑같이 서로 작성한 답안을 확인했다. 각 사찰 청소년법회 지도 법사 스님이나 교사들과 함께 공부했던 내용들을 재확인하면서 답을 써 내지 못한 안타까운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제1회 교리경시대회에 참가했던 재응시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재도전한 것이다.
시험을 마친 34명의 학생들은 안양 한마음선원 중고등학생 법회 지도법사인 혜모 스님과 동국대 명진관 앞에서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학생들은 서술형 문제에 대한 답안을 스님에게 설명하자 스님은 “잘 했다”며 격려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안심과 자신감을 얻으면서 문제를 곱씹었다.
혜모 스님은 방학동안 학생들과 틈틈이 문제를 뽑고 함께 생각하면서 서로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혜모 스님은 “학생들이 스스로 교리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경시대회를 참가를 통해서 의욕적으로 법회에 참석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뿔뿔이 흩어진 불교 상식을 정리하는 기회는 물론 불교적인 사고 함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스님도 의욕적으로 법회를 진행하게 됐고 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불교공부를 접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등부 우수상을 수상한 최소연(성포고 1, 한마음선원)학생은 고등부 우승을 노렸다. 최소연 학생은 “지난해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청소년 불교입문>을 10번 정도 읽었는데 중등부 시험 문제와는 달리 고등부는 좀 더 생각이 필요한 것 같았다”며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불교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며 매년 시험에 응시할 뜻도 밝혔다.
구동규 (과천외고 2, 한마음선원)학생도 1학년 때 시험을 봤었다. 구동규 학생은 “주관식에 나온 ‘법등명 자등명’은 평소에 많이 듣고 좋아했던 내용들이어서 쉬웠는데 객관식은 1학년 때 시험보다는 약간 어려웠다”고 말했다.
| ||||
#초등부 ‘도전! 범종을 울려라’호응 100%
출전한 어린이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짜 재밌어요. 8문제 만 맞히고 떨어져서 너무 아쉽고, 공부할 때는 재미없어서 안했는데 열심히 할 걸 그랬나봐요. 그래도 재밌어요. TV에서만 보던 걸 제가 직접 하니까 너무 신기하기도 하구요.”
김주화(속초교동초 5, 속초 신흥사)학생은 ‘도전! 범종을 울려라’ 50문항중 8번째에 떨어졌다. 패자부활전으로 겨우 살아났지만 2번째 문제에서 또 떨어지는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 중인 동국대 체육관을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오늘 행사가 마냥 즐거웠다.
초등학생 320여 명이 전국에서 올라왔다. 제2회 초등부 경시대회는 지난해와 방식을 달리해 퀴즈 맞추기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행사장의 세트나 진행 방식은 어린이들에게 행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됐고, 프로그램 중간 패자부활전, 댄스 공연 등은 재미를 더했다. 응원석에서는 지도교사와 부모님이 함께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살렸다.
문제는 중ㆍ고등부와 공통 문제도 많았다. 사전에 배포된 200개의 예상문제를 열심히 공부해서인지 중ㆍ고등부와 내용, 난이도의 측면에서도 전혀 차이가 없는 문제에도 어린 학생들은 문제를 술술 풀어갔다.
재미난 답은 참가자는 물론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룸비니 동산을 ‘붐비니 동산’으로 일주문을 ‘불이문, 불좌문’으로 쓰거나 당당하게 ‘몰라요’라고 답을 쓰는 등 함께 웃고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한정민 지도교사(서울 옥수동 미타사)는 “2명만 참가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어린이법회 학생들과 함께 직접 만든 응원문구를 흔들었다. 한정민 지도법사는 “법회에 억지로 오던 어린이들도 시험준비를 하면서 자발적으로 법당을 찾고 물어보면서 법당을 찾았다. 교사들도 학생들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교리공부는 물론 기본 예절 및 신행활동을 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저학년 중 가장 끝까지 남았던 김태환(파주 통일초 2, 상도선원)학생은 40문제 이상을 풀었다. 지권인을 설명하는 문제에서 안타깝게 떨어진 김태환 학생은 형, 누나들 보다 쓰는 속도가 느려 애를 먹기도 했다. 김태환 학생은 “아는 거였어요. 엄마 아빠가 시간이 될 때마다 같이 공부해 줬어요. 안타까운데 다음에 또 도전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김태환 학생의 어머니 조민경 씨는 “어른들도 재밌다. 아들이 이곳에서 만난 어린이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도선원 일상 스님은 “시험 준비를 하면서 스님들은 불자들을 이해하고, 불자들은 가족이 함께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고학년 위주로 이뤄지는 것 같아 아쉽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고 지역에서도 이런 행사가 이뤄지면 더욱 좋을 것 같다”며 행사의 발전을 기대했다.
| ||||
이날 5,6학년 형 누나를 제치고 ‘결과부자’ 문제를 맞춰 범종을 울린 안현준 (명신초3, 서울 청룡사)는 수상소감에서 “마지막 문제는 찍었는데 주지 스님이 결가부좌를 가르쳐줬던 것이 생각났다. 얼떨떨하다”며 마지막까지 침착한 모습이었다.
청룡사 주지 정명 스님은 “7살 때부터 청룡사 유치원을 다니면서 늘 어린이 불교 서적을 읽고 수행하는 남다른 어린이였다. 작년에는 둘이서 성도재일에 3일 동안 매일 3시간씩 결가부좌를 하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함께 울고 웃기도 했었다”며 누구보다 행복해 했다.
| ||||
#시험 출제경향
제2회 전국 청소년 불교교리경시대회 문제 출제는 제1회 경시대회와 비슷했다. 조계종출판사에서 펴낸 <청소년 불교입문>과 <부처님의 생애>,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불교 내용에서 불교 신행에 대한 이해를 유도할 수 있는 문제출제를 기본으로 출제됐다.
출제 문항은 초ㆍ중ㆍ고등학교 공통 50문항에서 집중도와 학습수준을 고려해 고등부는 오지선다형 35문제, 단답형 주관식 9문제, 서술형 1문제로 총 45문항이 중등부는 오지선다형 30문제, 단답형 주관식 9문제, 서술형 1문제로 총 40문항이 출제됐다.
특히 서술형 문제는 부처님의 생애를 중심으로 중등부는 전도선언(傳道宣言), 고등부는 부처님 열반 당시 아난존자에게 설한 법등명자등명(法燈明自燈明)을 통한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또 기본 교재 외에 행적을 보고 법정 스님을 답으로 쓰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출제위원장 법인 스님은 “일반적인 시험이 아니라 시험을 통해 불교적 가치 함양에 초점을 맞췄다”며 “학생들의 세계관과 신행관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위원장 박경준 교수(동국대)는 “실제 생활 속에서 불교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푸는 과정에서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주는 문제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등부의 시험문제 같은 경우는 단답형 답안에 기초한 단순암기로도 충분히 문제를 풀 수 있는 건조한 문제와 답안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불교에 대한 일반 상식과 학문적 내용에 따라 정답에 혼선을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