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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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을 찾아서]묘현사 주지- 묘각 스님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하는 것이 부처의 삶 …거짓말 많은 사회는 발전 못해


자비희사 윤리도덕 등 일등국 서원 정진
‘법화사상’ 홍포 위해 다양한 도서 간행


“제법실상의 우주적 기묘한 모습은 본래부터 스스로 갖추어져 있어 누가 만든 것이 아니다. 묘법연화경의 본불본법(本佛本法)은 모든 중생 몸과 마음에 갈무리 되어 본디 깨끗하여 더럽고 속됨이 없으며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더럽거나 깨끗하지도 않은 것이며 늘거나 줄어드는 것도 아니어서 크고도 원만함이니 시작이 없는 아득한 옛적에 스스로 깨달은 부처님이로다.”

젊은 수행자가 지리산 법계사에서 목숨을 건 수행을 하다가 홀연히 발적현본(發迹顯本 근본을 드러냄)으로 견처(見處)를 얻으며 ‘마음 거울’에 비친 일구를 토해 냈다.

‘맨발스님’으로 알려졌던 묘련 스님(1924~1998). 일생을 <법화경> 연구에 매진했던 스님은 자나 깨나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 <실상묘법연화경>임을 강조했다.

스님은 생전에 “불자들이 <법화경>만 알고 <무량의경>과 <관보현보살행법경>은 생소하니 법화사상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 삼부경을 편역해야 한다”고 원력을 세웠다. 그 원력은 입적 2년 후인 2000년에 간행된 <법화삼부경> 편역본으로 회향됐다.

그때 묘련 스님의 원고 교정과 <법화삼부경> 편집 제작을 맡았던 묘각(妙覺 74) 스님. <법화삼부경>을 편집하면서 앞부분에 한반도를 중심에 둔 세계지도와 만국기를 역동적인 그림으로 디자인 해 실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세계평화, 인류와 만국이 하나(一佛)임을 드러내는 그림이었다.

‘진리도 하나 세계도 하나 중생도 하나’라는 묘련 스님의 가르침도 “조국통일 열매 맺어 세계평화 나타나니 일불국토 묘하구나 만국중생 법이로세 삼독망상 진흙연꽃 삼학으로 피어나니 영산정토 경이로세”라는 게송으로 정리해 실었었다. 뒷부분에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법화경>을 연구하고 수행한 스님들을 진영과 함께 소개했다.

묘각 스님은 묘련 스님의 속가 동생이지만, <법화경>의 대의를 직접 배운 후학이기도 하다. 전남 장성 축령산 묘현사는 묘련 스님이 ‘맨발’로 평생 일군 복밭이다. <석가여래행적송>을 지은 고려 충숙왕 때의 운묵무기(雲?無寄) 스님이 수행했던 곳이다. 취서사 관불암 등의 이름으로 도량이 이어져 오다가 6.25 전쟁 때 완전 소실됐다. 그 폐허에 묘련 스님이 인연 있는 불자들과 도량을 일구어 <법화경>의 가르침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다진 것이다.




묘각 스님을 뵈러 가는 길에서는 냉이 향기가 나고 있었다. 길가에도 밭둑에도 파란 싹들이 얼굴을 내미는 봄 날, 모자를 눌러쓴 아낙들이 봄나물을 캐는 장면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저 그림에 이름을 붙인다면?’ 객창감에 사로잡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실상춘경연화도(實相春景蓮花圖)’라고 자답했다. 묘현사 스님들에 대한 자료를 본 후유증(?)이 그렇게 드러난 것인가?

얼었던 땅이 질척질척 풀려 있었다. 포크레인 한 대가 차도 사람도 다니기에 불편한 가파른 길을 고치고 있었다. 토굴 가는 길은 좁은 토끼길 이어야 어울린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일 것이다. 도량 입구에 묘련 스님의 부도가 뽀얀 얼굴로 서 있고 새로 법당을 지을 터에는 주춧돌만 놓여 있다.

“스님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오전 10시. 묘현사 공양간은 깨끗했다. 공양주 보살님 한분이 차분하게 공양을 차리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스님 나오실 겁니다. 아침 안 드셨지요?”
“먹고 왔습니다. 안 차리셔도 됩니다.”
“기자님 때문에 차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절은 하루 두 끼 먹습니다. 오전 10시, 오후 5시.”

머쓱해졌다. 사시마지를 올리고 공양하려는 절의 일상을 모르고 ‘김칫국’먼저 마신 꼴이었다. 얼른 생각해 보니, 하루 공양을 두 끼로 정했다는 절은 처음인 것 같았다. 사시 예불이 끝나고 간소한 공양이 소리 없이 시작되어 소리 없이 끝났다.
“얼마만이야? 10년 넘었지?”
“그렇게 됐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보는 대로야. 서울의 국청사와 간경도감은 힘에 부쳐서 손을 뗀 거나 다름없고 여기서 큰스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공부하고 불사하며 지내고 있어.”
“묘련 큰스님 유지를 받든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스님, 묘각 스님의 공부 자리는 또 따로 있지 않습니까?”
“허허. 첨부터 어려운 질문일세.”




잠시 침묵. 묘각 스님은 도서출판 간경도감을 통해 다양한 포교활동을 했었다. 간경도감이 펴낸 책에는 묘련 스님의 <법화경> 해설서도 있지만 묘각 스님이 지은 이차돈 자장율사 진묵대사 등 고승전과 <알기 쉬운 법화경> <법화경과 원자물리학>등 법화경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다.

“공부하는 입장에서 내 것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지. 부처님께서 설하신 그 진리의 원음을 있는 그대로 듣고 느끼고 자기화 하는 것이 수행이니까. 다만, 내가 공부하면서 세운 서원이 있기는 해. 그 서원은 다섯 가지인데, 법화교리일등국, 도인다생일등국, 자비희사일등국, 윤리도덕일등국, 타국교수일등국 등이야.”

“일등국이라 하면 우리나라가 그 다섯 가지 덕목으로 세계에서 으뜸가는 나라가 되길 서원하신다는 것입니까?”

“그럴 리가 있나? 우리나라로 한정 지으면 법화경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지. 당장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 힘으로 세계 모든 나라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서원하고 있지.”

묘각 스님의 다섯 가지 서원은 간절했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푸념하는 개그맨이 있지만, 스님의 일등국에 대한 서원은 누구 한 사람 어느 한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법화교리일등국을 서원한 것은, 일체중생이 다 부처님이고 실상 그대로가 다 부처님이라는 가르침이 모든 중생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것이지. 경의 이름을 <실상묘법연화경>이라고 강조 하는 것도 이 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이 온 중생이 이미 그대로 일불승이라는데 있기 때문이야. 도인다생일등국은 말 그대로 제대로 도를 닦아 성취한 선지식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야. 요즘은 말로만 도인 행세하는 가짜도인이 지나치게 많아. 수행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인류에게 불행이지.”

스님은 이 대목에서 우리 시대의 유명인사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문화계나 학계는 물론 고등학생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그 인사가 “불교는 형이상학의 종교다. 형이하학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모를 리 없을 그 인사가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지한 말을 했으니 불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와 왜곡은 얼마나 심하겠느냐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느 큰스님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법화삼부경을 소개했는데 신문기사에 <무량의경>이 <무량수경>으로 잘못 나왔다. 스님은 신문사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알아봤다. 어이없게도 큰스님이 말실수를 한 것이다. 그런데 신문사는 기사정정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결국 ‘독자투고’ 형식으로 <무량의경>이 옳다는 것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스님은 이런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불교계 지도자들이나 학자 언론인 등이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하고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다음, 지비희사일등국이라는 것은 베푸는 불교가 성해야 한다는 것이고 윤리도덕일등국이라는 의미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마지막 타국교수일등국은 우리 한국불교가 보다 빠르게 보다 내용적으로 풍부하게 세계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거야. 어떻게 보면 우리 내부에서조차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아. 선과 교를 두고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했는데 그 분별상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거든. 말이 없이 마음을 드러낼 수 없고 마음이라는 바탕이 없으면 말로써 드러낼 것이 없는데 그 둘을 굳이 말이다 마음이다 하여 분별하고 달리 본단 말이야. 둘이 아니라 하나로 보아야지. 하나라는 분별마저 초월해야지. <법화경>에서도 색심(色心)을 둘이 아니게 가르치고 있거든. 그래도 법화경의 가르침이 가장 폭넓고 깊게 연구되고 법화행자가 많은 한국불교가 이 귀한 정신을 세계에 퍼트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게 내 서원이야.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지만 통일만 이루면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될 수 있거든. 아무튼, 이 다섯 가지 서원은 한국불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해탈을 위해 이 지구촌이 그대로 일등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묘각 스님이 도서출판 간경도감을 운영한 이유도 이 서원을 실현을 위한 것이었다. 춘원 이광수 선생이 <법화경>에 매료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춘원이 <법화경>을 번역하려고 했을 때 당시 큰스님들이 말렸다. 불교의 깊은 교리와 용어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고 본 것이다.

“나는 그게 늘 안타깝게 생각돼. 춘원의 그 좋은 문장으로 번역하게 하고 당시의 큰스님들이 교정을 좀 봐주고 하여 책을 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법화경>을 접했겠는가 말이야. 춘원의 시대에 춘원의 글은 가장 큰 전파력이 있었잖아.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니까 세상은 점점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거든. 잘 생각해 보면 우주 만물이 다 하나야. 땅을 흐르는 강은 여러 줄기를 이루지만 다 한 바다로 모여 한 물이 되거든. 진리의 합일이란 그와 같은 거야. 지금은 형편이 좋지 않아 중단하고 있지만, 나는 원효대사, 세종대왕, 세조 등과 <법화경>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더 연구해서 출판을 하고 싶어. 할 일은 많고 세월은 빨리 흐르니 무슨 일이든 마음만 간절하지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아.”
묘각 스님은 ‘실상(實相)’이라는 이치를 알면 깨달음의 삶도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대화를 하면서 ‘실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속임수가 없는’ ‘진실 그 자체’의 의미다. <법화경>을 <실상묘법연화경>이라 하는 것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그대로 부처라는 것이기에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다.
“다만, 중생의 삶은 착하고 진실하게 이어지기가 어려울 뿐이지. 순간순간의 유혹과 탐욕이 본래의 불성을 가리니까. 거짓말을 하고 뭔가를 위장하는 사회는 절대 부유해질 수 없어. 오늘날 많은 지도자들이 거짓말하고 부정한 짓을 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런 모습 속에서 사회가 발전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잖아? 거짓 없는 세상 그것이 바로 실상이지 다른 게 아니야.”
묘각 스님은 우리나라가 세계의 문화중심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상의 삶을 가르치는 <법화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부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전이란 하늘과 땅을 밝히는 거울이다.


법정 스님의 입적으로 세상이 불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죽음이 가장 절절한 법문임을 다시 한 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거든. 사대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한 과정에 불과한 것이지. 이루어지면 허물어지고 허물어진 것은 다시 인연을 모아 생성되니, 있다고 하여 영원한 것도 아니고 없다고 없는 것도 아닌 도리를 알아야지.”
그렇다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매순간 되새김질해야 할 가장 요긴한 가르침이 있다면 무엇일까?
“<법화경> ‘여래신력품’에 필경주일승(畢竟住一乘)이란 말이 나와. 실상을 보로 보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일승에 머물게 한다는 거야. 참됨, 정직 앞에서는 어떤 운명론도 발을 붙일 수 없어.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 이상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 없어. 참된 길이라면 성큼성큼 걸어가야 하고 참답지 못한 것은 따르지 않으면 되거든. 그렇게 지혜로운 삶을 살면 반드시 일승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위심하지 않을 때 세상을 바르게 살 수 있어.”

맑은 날은 멀리 무등산이 보인다는데 희뿌연 봄바람은 무등산을 가리고 있었다. 보이는 만큼만 보고 안 보이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진짜 무등(無等)이라는 설법이다. 실상을 실상으로 보는 지혜다.
글ㆍ 사진=임연태(시인 본지논설위원) | un82@buddhapia.com
2010-05-20 오후 11:07:00
 
한마디
삼신산 신령님 참으로 기가막힌다 자기 자신도 구제 하지 못한주제에 책까지 낸다고 어리석은 중생들 기자야 더많은 중생을 지옥구렁텅이로 내몰지 말고 바른소리를 쓰라..진짜 진리를 알고 자신을 찿은 사람은 나서지 안는다.. 지금도 시장바닥에서 고기팔고 나물 파는 도인은 넘쳐난다 그런도인이 진짜 도인이다 앉아서 좋은 먹거리 삼배나 넢줍받는 착각도인은 필요없다. 지금은 그따구 가식에 속지안는다.진정으로 깨닿음을 얻었다면 시장 그리고 사회에서 최 밑바닥에서 구원에 손길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고 잘차려입고 잘먹어서 뺀질 뺀질 한 사람들 이나 만나서 온갖 미사여구로 부처님 들먹거리면서 팔아서 돈벌려고 도움받으려고 하지말고 빡빡 밀은 머리로 계산굴리지 말고 몸소 실천해라..수녀님들은 추워서 벌벌떨면서 소외된 계층을 찿아서 혜매이건만 비구니들은 쩔쩔 끓는 아랫목에서 누워 tv이 보면서 깔깔 대다가 공양시간 되면 공양주가 차려주는 온갖 진수성찬 받지 마라..진신한 수행자라면 비쩍말라서 눈빚만 형형 색색 빚나야 하거늘 얼굴은 점하나 없이 성형수술 하고 온갖것 다쳐발라서 밴질 뺀질 하고 허연 얼굴에 계산적인 눈빚
(2010-09-11 오후 10:10:35)
30
양심나라 보탤것도없고안보탤것도없이 있는 그대로가 불성이요 부처이지만. 그 씨앗이 아직 발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두가 어리석음이지. 지금 우리사회가 바로 그꼴이거던. 모두가 불성이 깨어나지 않은, 즉 양심씨앗이 잠든상태라서 세상이 온통 혼돈 혼란속에 갇혀버렷네. [양심사회 가꾸기 참시민운동]
(2010-06-06 오후 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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