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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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은 무량겁의 때를 한순간에 씻는다”
안성 활인선원 청소년 선수련회 단기출가 현장



구랍 30일부터 1월 3일까지 진행된 ‘제2차 청소년 선 수련회 단기출가’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화두참선을 하고 있다.

“수능을 마치고 살이 더 쪘어요. 식탐이 많았지만 스님 말씀과 죽염 위주로 단식수행을 해 보니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어요. 삶의 1차 관문인 수능을 준비하며 힘들어 했던 이유도 알았어요. 삶의 바탕이 될 것 같아요. 자신감이 생겼어요.” (김수현, 창덕여고 3)

“둘째 날 월봉 거사님이 등을 두드려 주시는데 와락 눈물이 쏟아졌어요. 단식 보다 묵언이 힘들었지만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나갔어요. 앞으로는 화두를 들어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손상지, 김해외고 1)

“먹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강조해 왔어요. 하지만 이제 단식에 대한 거부감을 깼습니다. 잘 먹어야 힘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과도한 식사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선자, 경남 진주)

“힘들게 생각했던 단식이 첫날 법문을 들으며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어지는 법문을 듣고 단식을 하루하루 진행하다보니 정신은 맑아져 오고 몸은 가뿐해졌습니다. 스스로 ‘단식체질’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는 절식을 하며 존립욕구에 맞는 절제된 식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종만, 용인 수지)

활인선원 대효 스님은 참가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법문을 하셨다.

행복제작소 안성 활인선원(선원장 대효) 법당에서 눈물과 웃음이 터져 나온다. 구랍 30일부터 1월 3일까지 진행된 ‘제2차 청소년 선 수련회 단기출가’에 참석한 청소년들과 부모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벽 3시 30분 기상, 새벽 4시 참가자 전원은 도량석을 돌며 비봉산의 새벽을 깨운다. 이어 새벽예불, 요가로 심신을 정리하고 지난 법회 때 녹취된 대효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좌선을 한다. 쉬는 것을 금하고 108배, 산행정진, 헌공, 법회, 중단반조(中斷返照), 소참법문에 ‘단식’과 ‘묵언’이라는 엄격한 규칙이 포함된다. 결코 쉽지 않은 수행길이다. 법회 진행자들도 해병대 훈련보다 더 강도가 높은 수행이라고 말할 정도다.

행자들은 입방을 하고 단식 하루가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기운이 빠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루 3끼, 때로는 4, 5끼의 식사로 삶을 지탱해 갔던 수행자들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반짝이는 목탁이 사과로 보이기도하고 나지도 않는 음식냄새를 맡기도 한다. 배고픔은 참겠는데 묵언하는 것은 더 힘들다고 느낄 때 즈음이면 대효 스님의 법문이 행자들을 일깨운다. 스님의 법문 범위는 고정돼 있지 않았다. 단식 3일째 새해가 밝았다.

“기운이 났는가? 났던 힘이 도로 들어갔는가?” 스님의 점검이 시작됐다.

참가자들 모두 목탁을 들고 헌공을 하고 있다.

자죽염(紫竹鹽)으로 수행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눈빛은 가지각색이다. 초롱초롱한 눈빛, 의지를 불태우는 눈빛, 기운 빠져있는 눈빛,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스님을 바라본다. 스님도 학생 하나하나를 깊이 있게 통찰했다.

“‘나는 어쩔 수 없다’ ‘나는 공부를 못 한다’ ‘나는 무능력하다’ 라며 자책하다가 성적이 떨어지고 심지어는 우울증에 빠져 자살하는 이유는 산란과 산만에 있다. 산란ㆍ산만은 자신의 능력을 망각시키고 송두리째 빼앗아버린다. 산란함은 허전, 허함을 부르고 나를 불행한 사람으로 만든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삼매(samata, 三昧)에 있다. 삼매는 시공을 초월하는 지혜를 낳는다.”

스님의 말씀이 모두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학생들은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활인선원에서 단식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수단이 아닌 확실한 수행의 일환이다. 밥 먹듯 생각하고 느꼈던 ‘허함’과 ‘지침’ ‘고달픔’ ‘우울함’ 등은 ‘밥을 먹지 않으니 배고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임을 극명하게 밝혀준다. 하루 3끼를 넘어 4 ,5끼의 식사가 나를 지탱해 준 것이 아니라 산란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희로애락도 마찬가지였다.

스님은 “우리는 위가 비어있는 것을 ‘배고프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배고프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배고프면 ‘기운이 빠진다’ ‘기분 나쁘다’ ‘먹고 싶다’ ‘만사가 귀찮다’ ‘짜증 난다’ 는 마음을 일으킨다. ‘배고프다’를 ‘마음’으로 보지 않고 ‘밥을 안 먹었다’고 생각하고 무의식적으로 먹고 있다. ‘마음’은 고쳐먹으면 된다. 지혜는 밥을 못 먹은 것도 해결한다”는 법문으로 법회 때마다 참가자들을 일깨운다.

중단반조(中斷返照)는 단기 출가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스님은 “기는 사람이 기는 것을 중단하면 걷는 길이 열린다. 걷는 사람이 걷기를 중단하면 달리는 길이 열린다. 중단은 파멸, 절망, 좌절이 아니라 향상(向上)이자 삶의 도약이다. 중단하고 나 자신을 돌이켜 봐야한다”고 말한다. 치열하게 때론 처절하게 경쟁하며 쉬지 않고 달려야 성공의 정점에 도달한다고 생각해왔던 학생과 부모님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가는 중단반조다. 스님은 “실패가 없으면 내가 이 자리에 없다. 시행착오는 미래에 대한 예방 주사”라며 “인생의 기로에 서있는 청소년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또한 수행과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항상 중단(中斷)’과 ‘반조(返照)’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무엇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먹어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고민을 해결하지는 못한 채 방황 해야만 했던 청소년들. 문제점만 알고 해결책을 줄 수 없었던 어른들 모두 조금씩 답을 찾아갔다. 오직 먹기 위한, 살기 위한 행군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기 시작했다.

하루에 2차례 산행을 통해 몸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회향 하루 전. 부모님과 학생들은 묵언과 단식이 익숙해져 있었다. 말을 안하면, 밥을 안먹으면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산란한 마음이었음을 깨닫기 시작해 갔다. 마지막 날 스님은 ‘알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주셨다. 대효 스님은 “화두를 참구할 때는 ‘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안된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라고 해서 그렇지 사실은 할 것도 없는 것이 화두참구다. 나한테 다가온 사실로 받아들이면 아주 분명한 상태가 된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복잡하게 살았던가?’ 를 보라. 의심하는 것을 구체화하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스님은 화두참선을 긴 시간동안 진행하지 않았다. 짧게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아직은 낯선 듯해 보였지만 비교적 쉽게 접근했다. “해보니 어때?” 스님은 바로 물어보셨다. “잡념은 없어지고 화두만 들고 있었어요.” “아무 생각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바닥만 본 것 같아요.” 학생들은 자신들의 첫 화두 참구에 대한 소감을 쏟았다. 이에 스님은 “생각 안하려고 하지 말라. ‘알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한 생각만 하라”고 말한다. 말씀이 끝나자 학생은 “화두만 들고 의심했어요.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라고 대답한다. 대효 스님은 “어린애가 어른 손을 잡고 가는 것과 같다. 더 가다 보면 된다. 힘든 제약조건에서 항상 지혜를 발휘하라. 절 안과 밖은 다르지 않다. 화두 참구를 반드시 생활화하라”고 당부했다. 스님의 법문은 부모님들에게는 부모의 마음자세, 행동들까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깨닫게 함으로써 더 큰 혜명을 밝혀주곤 했다.

회향날이 되자 학생 행자, 부모님 행자들의 얼굴에 밝은 빛이 감돌았다.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묵언과 단식수행, 목탁을 쳐보고, 반가부좌의 자세로 10여 시간을 앉아 법문을 들었던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졌다. 4박 5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학생과 부모님들의 우주를 품을 마음의 모판에 ‘살아있는 나’의 새 씨앗을 심었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0-01-08 오후 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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