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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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원 신부 "불교를 통해 더 깊은 가톨릭 이해"
불교인재원 '나의 화두 참선기' 특강 성료
서강대 종교학부에서 한국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서명원 신부가 간화선 참선 입문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 전통 불교수행을 말하면 누구나 당당히 ‘간화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간화선은 ‘어렵다’ 는 인식은 물론이고 ‘간화선의 위기’라는 말도 빈번히 들리고 있다. 위빠사나, 요가, 명상 등의 수행법이 전통 불교수행을 대신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신부가 ‘화두 참선 입문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놔 관심을 모았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과 조계종 종무원조합 원우회가 공동주최한 강의는 12월 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됐다.


“한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습니다. 불교는 배우면 배울수록 넓고 깊은 바다와 같습니다. 저는 불교 없이는 못삽니다. 매일 3시간여의 화두 참선은 제 삶의 일부분입니다.”

한국과 불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과시한 서명원 신부는 강의에서 불교와의 인연, 성철 스님과의 인연, 간화선 수행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서명원 신부가 간화선을 선택한 것은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가톨릭 사제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동양 문화는 물론이고 한국,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서양우월주의에 빠져 있었어요. 저를 우물에서 벗어나게 해준 곳이 한국이고 한국 불교, 샤머니즘, 유교 등의 사상이었습니다.”

“수행자의 길을 가기위해서는 이웃 종교, 특히 한국 종교와 문화를 알아야 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전통적인 수행체계 속에서도 훌륭히 해내지만 나는 만남을 통해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가톨릭 예수회 고유의 기도와 명상법이 있지만 위빠사나, 간화선을 통해 더 깊은 수행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서명원 신부는“간화선 수행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수행자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리 하려고 해도 소용없다”며 “간화선이 진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실수해야한다. 15년 간화선 수행을 하면서 그 믿음이 강하기도 약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간화선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수행법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명원 신부는 “‘화두’는 목적이 아니라 진리로 가는 과정이다. 또 ‘화두참구’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는 다양한 수행법이 존재한다. 모두가 방편인데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양한 수행법 중 자신에게 적합한 수행법을 선택할 것을 강조했다.
서 신부는 간화선 외에도 1990년 인도 불교성지에서 위빠사나 식(息) 수행과도 인연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한국인과 교류, 소통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에는 ‘간화선’ 만한 것이 없었다. 수행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그는 귀화와 출가에 대한 생각도 했었다.

“귀화와 출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했습니다. 그러나 깊은 생각 끝에 뿌리에 충실하며 불교와 가톨릭, 한국과 프랑스 등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내 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는 종달(宗達) 이희익 법사가 조직한 재가수행단체 선도회(禪道會)에서 1996년 간화선 수행 입문에 들었다. 서명원 신부는 “선도회에서 15 공안 수행과 <무문관> 48공안으로 화두를 풀고, <벽암록>을 통해 단계적으로 수행을 풀었다”며 자신의 입문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서 신부는 간화선 수행을 통해 빨리 깨닫겠다는 속효심(速效心)과 깨달은 후 회향의 삶을 살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확철대오한 사람을 부러워 할 것 없습니다. 결과를 지나치게 얻으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릅니다. 세상이 빨라진다고 해서 인간의 두뇌가 빨라지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서서히 시간을 가지고 얻은 깨달음이 ‘생활화’될 때 그것을 진정한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명원 신부는 오랜 기간 치열한 수행정진을 하며 ‘일생생활에 충실 하는 것이 가장 혹독한 수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상생활에서 수행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수도원이나 선방수행을 통해 강하고 오래가는 신비로운 체험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바로 욕심입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생로병사의 진리의 길을 따라 살아가는 것, 바로 ‘생활화’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입니다. 또 남을 위한 인생, 집착과 아집에서 벗어난 보살의 삶이 진정한 깨달음의 실천 가치입니다.”

이에 앞서 서명원 신부는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15년간 삶의 일부분으로 꾸준히 실천해 온 간화선 수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말했다. 서명원 신부는 가톨릭 사제로서 간화선 수행이 주는 도움에 대해 “간화선 수행은 원천적인 종교 체험을 돕고 가톨릭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도록 돕는다. 진리를 언어화하기는 힘들다. 간화선을 통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영어, 불어, 독어, 에스파냐어 등으로 논문을 게재해온 그는 한국어도 정확한 문법과 발음으로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서명원 신부는 “한국어는 여전히 어렵다”며 한국어를 통해 경전을 읽고 수행의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언어의 세계와 언어를 떠난 세계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왔다.

“침묵도 중요하지만 ‘말ㆍ언어’도 중요하다. ‘말’이 빈껍데기라고 하지만 단순한 세계가 아니다. 언어의 세계와 언어도단의 세계는 마치 색과 공의 관계처럼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언어의 세계에 살고 있기에 진리를 언어화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 기본 개념 단어 몇 개를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었다. 불립문자의 길에 들기 위해서는 문자의 세계를 익혀야 진리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서명원 신부는 매일 틈나는 대로 간화선 수행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러나 서강대‘수양과 명상’강의를 통해 만나는 ‘학생들에게 간화선을 알리는 데는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학생들과 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취업, 학점, 연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치열한 경쟁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ㆍ경제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화두 참선, 명상을 생활화 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잠시의 학점을 위해 수행을 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하기엔 학생들의 생활은 애처로울 정도입니다.”

“간화선 수행만으로 경쟁적인 현대문명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대안사회를 함께 조직하면서 간화선을 확산시켜가야 할 것입니다.”

서명원 신부는 강의를 마치며“간화선 수행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직감을 믿을 정도로 직감력이 좋아지고 통찰력, 상황판단력이 생겼다. 번뇌망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되었으며 생로병사를 겸허히 받아들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명원 신부는 프랑스에서 의과대학을 수료(1973~1979)하고 1979년 가톨릭 사제로 입회했다. 1980년 후반에 한국으로 와서 한국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1993년 해인사에서 성철 스님과의 인연을 맺고 1996년 재가수행단체인 선도회(禪道會)에 입문해 간화선 수행을 본격적으로 해왔다. 2004년에 파리7대학에서 ''성철스님의 전서 및 생애'' 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선도회 법사로서 서강대를 비롯해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등 동ㆍ서양에서 간화선 수행 모임 지도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09-12-23 오전 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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