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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얽매임(繫)이 있으면 이것은 아직 출가한 것이 아니다. 일체의 모든 것으로부터 집착하는 바 없으면 이것이 진정한 출가이다. 만약 무상(無上)의 도심(道心)을 발해서 마음이 삼계(三界)에 초연하면 모습(形)이 비록 매이는 바 있어도 이것은 진정한 출가이다. 비록 재가수행자이지만 능히 무상심(無上心)을 발하면 이것이 곧 출가이고 구족계를 받은 것이니라.”
(승조 대사 ‘유마경주’)
승조 대사는 아직도 무엇인가에 얽매임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출가수행자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밖으로부터의 얽매임은 사물과의 반연에서 생긴 얽매임으로 주로 정(情)에 기인한 사람관계의 얽매임을 뜻한다. 안으로부터의 얽매임은 자기 내면의 오음(五陰) 즉, 생명체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의 요소인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으로부터 속박된 것이다.
이러한 오음이 무상하다는 이치를 확실히 체득했을 때 몸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승조 대사는 몸과 사물, 경계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났을 때가 진정한 출가라고 밝히고 있다. 무상도심 즉, 보리심(菩提心)을 발해서 마음이 삼계에 초연하면 비록 얽매임이 있어도 진정한 출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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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정암 스님은 가정과 직장, 사찰을 오가며 수행하는 재가자도 대도(大道)를 성취해 자재한 인생을 실현할 수 있는 이치를 승조 대사의 <유마경> 주석, 부 대사의 어록, 혜능 대사의 <육조단경> 법문을 중심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도(道)와 관련한 다양한 용어의 의미와 수행자의 본래면목인 법신(法身)과의 관계성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승조 대사, 지자 대사, 길장 대사, 전등 대사의 <유마경> 주석을 소개하고 있다.
정암 스님은 “모든 반연과의 인연에서 벗어난 것이 심출가”라면서 “진정한 수행자에게는 세상사로부터의 시달림도 없고 생사와 열반이란 분별심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스님은 “불도의 성취는 본성(本性)을 일깨움에 있다”며 “재가수행자도 굳은 신심과 올바른 견해, 겸허한 마음으로 꾸준히 정진하면 생사의 윤회에서 해탈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암 스님은 서문에서 “선지식과 경전이 자신의 스승과 길잡이 역할을 못 하는 것은 수행자가 무엇인가에 미혹되어 우주법계에 펼쳐져 있는 가르침과 상응하는 법연(法緣)이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유마 거사님처럼 세간에 머물면서 출세간의 이치와 계합된 불이선경(不二禪境)에 노니는 재가수행자가 출현하길 기원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8세에 동진출가한 정암 스님은 국내와 중국의 제방 선지식을 친견하며 정진했으며, <유마경과 육조단경 연구>로 북경대 석사학위를, <승조의 유마경 불이사상 연구>로 북경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겨울 <유마경>을 보면서 문득 불이선경에 계합되었다는 스님은 <유마경>의 불이(不二)정신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을 발원하고 한중 양국에서 전법에 매진하고 있다.
재가수행|정암 저|하늘북|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