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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 한 번에 부처님 자비 담아요
조계사 원심회 청각장애인과 봉사자 실상사 수련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과 눈빛이 오가는 곳이 있다.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과 더불어 깨달음을 추구하는 원심회원들이 모인 자리가 바로 그 곳.

조계사 장애인포교회인 원심회(회장 김장경) 청각장애인과 봉사자 30여 명이 7월 25~26일 남원 실상사로 여름 수련회를 다녀왔다. 본격적인 휴가를 맞아 제각기 나만을 위한 시간을 떠나는 때에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봉사자들이다. 몇몇 대화만이 가능한 수준의 봉사자들이 대부분임에도 교감과 소통이 이뤄지는 그곳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캠프는 조계사를 출발해 지리산 뱀사골 숲길 탐방, 함양 서암정사 답사, 실상사 둘러보기, 마음나누기, 108배, 숲속 걷기 등으로 진행됐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신행생활을 도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수련회의 프로그램에는 아주 사소한 대화에도 수화통역이 그림자같이 따라야 했기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예상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자 여기를 보세요(두손을 흔든다)”라며 공지사항을 전달을 위해 주의를 집중 시키는데도 청각장애인들 사이사이에서 봉사자들이 전해야 한다. 특히 이번 하계수련회에는 통역 봉사자가 부족해 원심회 엄재면 봉사부회장이 행사의 총 통역을 담당했다. 20여분 수화통역이면 어깨도 아프고 많이 지친다는 통역을 엄 부회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콩죽같은 땀을 흘리며 친절하게 통역을 했다.

엄재면 부회장에게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종교를 떠나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소외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원심회에 와서 모두가 마음이 편해져서 돌아가면 좋겠다”며 성글한 웃음으로 긴 대답을 대신했다.

원심회의 따뜻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여러 봉사자들과 함께 청각장애인들도 함께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너와 내가 아닌 함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심회 지도 법사 소임을 맡은 지 2개월 남짓인 고경 스님(조계사 사회차장)은 아직 ‘안녕하세요,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세 마디가 아는 수화 전부다. 스님도 아직 원심회원들과는 어색한 사이지만 몸으로 부딪히며 교감하기 위해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함께하는 열정을 보였다.


마음나누기 시간에는 고경 스님이 “남을 통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 기초수화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 말하자 원심회 모범회원인 김금자 어르신이 “스님 수화배우세요”라며 해맑은 표정으로 스님과의 깊은 대화를 간절히 원하는 듯 손짓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한다. 김 어르신의 수화가 끝나기도 전에 주변 청각장애인들이 일제히 고경 스님에게 청법가를 청하듯 간곡히 수화로 마음을 전한다. 스님은 이에 “앞으로 마음의 교감을 시도하고 기초 수화도 배우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여름 수련회에 처음 참가하는 봉사자와 청각장애인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서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들의 대화는 시끄러울 정도였다. 첫 만남이지만 부처님의 음성을 듣고자하는 이들과 음성을 전하고자 이들은 따로 있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으로 교류하는 이들은 이미 천이통에 도달한 진정한 수행자 들이었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09-07-29 오전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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