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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精進의 삶을 사는 사람] 35년간 주말 철야정진 청봉 거사
"바른 수행과 생활 게을리 않고 용맹정진하는 게 정정진"


청봉 전근홍 거사.

“선생님(백봉 거사)의 유훈에 따라 매 주말 철야정진을 계속하다 보니 육신의 습(習)을 바꿔나가고 일상 속의 큰 경계에서도 여여(如如)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35년 여간 매 주말 철야정진과 동ㆍ하계 일주일 철야정진을 이어 온 보림회(회장 홍종화, www.borim.co.kr) 총무 청봉 전근홍(58) 거사. 토요일 저녁 8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 보림사 선방에 가면 어김없이 좌복 위에서 20여 회원들의 정진을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 동안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입승(立繩) 소임을 원만하게 맡아온 그의 한결같은 모습은 팔정도의 정정진(正精進: 바른 노력) 즉, 바른 생활과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항상 용맹스럽게 나아가는 재가 수행의 전범이다.

한국의 유마 거사로 존경받았던 백봉 김기추(1908~1985) 거사의 제자들의 모임인 보림회가 스승의 입적 후에도 중단 없이 정진을 이어 온 것은 청봉 거사의 헌신적인 정진력이 절대적이었다.

청봉 거사는 74년 1주일 용맹정진을 시작으로 철야정진을 계속한 결과 77년 여름 철야정진, 82년 동계 철야정진에서 각각 체험을 얻고 득력(得力)함으로써, 철야정진의 중요함을 실감하게 됐다. 그가 처음 선(禪)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된 것은 74년 여름이었지만, 화두가 순일하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77년 여름 철야정진 때였다. 당시 선방에 시계가 있었는데 참선을 시작해서 1~2분만 지나면 시계소리 조차 들리지 않고 오직 화두만 들렸다. 그러자 어느 순간 화두가 딱 끊어지면서 어떠한 실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치 포항제철 같은 커다란 공장에서 정전으로 갑자기 기계가 딱 멈췄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적적함이라 할까, 처음으로 1초도 멈춤 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쉬어본 것입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스승으로부터 받은 ‘동산수상행(東山水上行: 동산이 물위를 간다)’ 화두의 답이 저절로 나왔다. 마치 정해진 답처럼 거침없이 종이에 적었다.

보림회의 철야정진 모습.

“예리한 칼을 들고 쫓고 쫓을 새, 갈 곳 없는 동산수상행(東山水上行)이 내 집안 소식을 토하는구나. 산은 푸르고 물은 맑은데, 할 일도 많았던 내 집안 일이 하나도 할 일 없는 그대로구나.”
백봉 거사는 이 글을 읽어 보고 “전 군(청봉)이 화두를 깼다”고 말했고, 청봉 거사는 82년 동계 철야정진 때 다시 한번 법열(法悅)을 체험한다. 이때 그는 “공겁인(空劫人: 불생불멸의 본래면목을 상징)의 분상에서 공겁사(空劫事)를 굴린다”는 스승의 설법을 듣고 자신이 바로 공겁인이라는 실감을 절실하게 느꼈다.

“선생님은 견성을 하고 난 오후(悟後) 수행에도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법신(法身)이 자체성이 없는 색신(色身)을 끌고 다닌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성태(聖胎)를 반드시 키워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당신께서도 입적하는 순간까지 옛 성현들처럼 항상 그(自性) 자리를 놓치지 않는 보임공부를 하셨습니다.”

오늘도 청봉 거사는 낮에는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사무장 소임을 보면서 밤이면 스승의 유고(遺稿) 편집작업과 참선으로 쉴 틈이 없다. 늘 하심하며 드러내지 않는 공부를 이어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몸은 출가하지 않고 세속에 있으나 마음은 출가자 이상으로 수행하고 있는 ‘심출가 신불출가(心出家 身不出家)’의 경지를 엿보게 된다. “늘 놓치지 말고 살아라” 하는 스승의 유훈은 보이지 않는 죽비가 되어 오늘도 그를 ’바른 노력‘으로 이끌고 있다.
김성우 기자 | buddhapia5@buddhapia.com
2009-04-27 오후 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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