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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땅과 메말라 보이는 나뭇가지에서 탐스러운 싹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비친다. 겨우내 그들도 스님들과 함께 동안거 기간 용맹정진하며 봄을 기다렸나보다. 삼라만상에 봄기운이 넘쳐흐르는 3월 18일, 서울 옥수동 미타사 대승암에 모인 스님들의 얼굴에도 봄이 왔다. 스님의 공부모임인 불교경전연구회(회장 지장) 2년 결사 경전강좌가 시작된 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60여 스님들의 정진 열기에도 한껏 물이 올랐다. 스님들은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녹음기를 준비하고 새로 받은 교재를 펼쳐보며 새 출발을 각오한다. 쉬지 않고 정진해 더 나은 법회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강한 포부도 함께 느껴지는 법당은 발 디딜 틈이 없다.
강좌는 앞으로 2년간 <진심직설> <몽산법어> <이입사행론> <증도가> <간화결의론>등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필요에 따라 스님들 간 논의를 통해 경전을 선택해 공부한다.
강주는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지리산 칠불사를 복원한 공으로 하동군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통광 스님(하동 칠불사 주지)을 모셨다. 통광 스님은 59년 10월 부산 범어사에서 여환 스님을 은사로 득도, 63년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이듬해 범어사 강원에서 사교를 수료했으며 〈초의다선집〉〈고봉화상 선요〉등의 저서를 낸 스님은 선과 교, 차(茶에) 두루 능통한 강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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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통광 스님의 <선문촬요(禪門撮要)>강의에 앞서 “생사를 여의고, 번뇌를 끊고,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 삼계를 벗어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출가한 만큼 분발심을 내길 바란다”며 “간단 명쾌한 어록과 체계를 갖춘 경전을 함께 공부해 회광반조 (回光返照)하고 자심성찰(自深省察)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의가 시작되자 법당스님들은 이내 진지한 표정들이다. 스님들은 <선문촬요> 첫 장을 넘기며 뛰어난 스승과 도반이 함께 하는 열공 스님들의 눈빛에 더욱 힘이 실린다.
2005년 시작된 불교경전연구회는 조계종 스님들을 대상으로 1년에 2번 이상 전통선원에 입방해 선원장 스님들의 지도아래 정진하며 승가의 아름다운 전통을 창조하고 있다. 경전연구회는 조계종 산하 불교대학 교수사를 양성해 전 종도의 교육화, 조직화, 체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장 스님은 “2년 결사는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승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하는 출발점”이라며 “중역 소임을 맡고 계시는 스님들이 현장에서 경전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신도 교육과 포교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11)420-7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