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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청하면 청하사 주지 도명 스님(66)이 십리를 걷게 된 것은 2007년 11월 23일. 청하사 불사를 마치고 한전 측에 전기 공급 요청을 했던 때부터였다.
도명 스님은 공사비 4000여만 원을 한전 측에 입금하며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사대금 완납이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청하사에는 전력공급이 되지 않는 전봇대 한 대만 세워진 상황이다.
청하사까지 전기가 들어가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 이유는 사찰 약 2km 앞에 위치한 반석기도원 관계자(김만숙 원장)가 공사를 막기 위해 유일한 다리와 교통로에 방해물을 설치했기 때문.
전기는 물론 길까지 막힌 스님은 길을 돌아가느라 겨울마다 동상에 걸리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현재도 쌀 등 생필품은 장애물로부터 10리 가량을 직접 지고 날라야 한다.
도명 스님은 “신도들이 도와주지만 너무나 불편하다. 몇 년간의 실랑이에 이젠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스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인근주민과 한전이 중재에 나섰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도원 측이 여전히 전신주 설치는 물론 도로의 장애물도 치울 수 없다며 버틴 것이다.
인근주민 A씨는 “조상 묘를 모신 곳이어서 교통로 일부분은 국가소유, 일부분은 본인소유다. 기도원 땅도 아니고, 생길 당시 양보를 해서 교통로를 내게 했는데 사찰이 생긴다고 길을 막아버리다니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만숙 기도원장은 “문제가 불거진 후 전신주 설치에 합의했다. 합의 후 한전 측이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묻기에 한전장학금으로 아들 대학등록금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300만원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스님 돈이어서 일처리에 기분이 상했다. 절대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스님과 인근주민들은 “300만원을 건넨 후 기도원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합의금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인근주민 A씨는 스님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기도원은 12월 10일 검찰로부터 일반교통방해죄로 100만원의 벌금형만을 받았다. 벌금을 내도 막겠다는 생각으로 기도원은 3월 16일에는 두 개의 방해물에 더해 1개의 담장을 추가 설치했다.
포항시 북구청 관계자는 “소유관계가 복잡하고, 소송중인 이유로 대문 등에 강제 철거 집행을 하지 못했다”며 “타인의 산림에 공작물 설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한 법률’(2008년12월31일) 8항에 근거해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무성의한 책임전가와 기도원의 참사랑(?) 실천에 오늘도 스님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