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교계에 인재가 없다’는 한탄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돈만 들고, 경내를 소란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다수의 사찰들이 어린이 법회를 기피해 왔던 탓에 어린이청소년 불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내 유치원이 저출산 등으로 10년 만에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사찰의 어린이 법회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포교원(원장 혜총)은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도량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이웃종교와 대만을 벤치마킹 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성 있는 제도가 우선
조계종 포교원은 3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도량 주지스님 간담회’를 개최했다. 포교중심도량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최소 100개 이상의 사찰을 선정해 집중적인 지원과 함께 어린이포교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포교원의 야심찬 계획이다. 중심도량은 교구본사의 관리 하에 종단차원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받아 법회의 모델을 하고 각 지역 사찰법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으로 포교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조계사 포교국장 명본 스님은 “중심 사찰을 지정한 후에 템플스테이 사업에 준하는 적극적인 지원을 강구해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자체 브랜드 창출로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포교원 의견에 찬성했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스님들은 대체로 냉담했다. 포교중심도량 양성보다는 당장 가용할 프로그램이 필요했기 때문.
화계사 총무국장 수암 스님은 “현장에서 진행할 수 있는 교리적 매뉴얼 배포와 프로그램 개발에 더 시급하다”며 “법회를 하는 모든 사찰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기위해 종법계정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음사 총무 현강 스님도 “말뿐인 제도가 아니라 현실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인적ㆍ물적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웃종교에서는?
개신교에는 100년 동안 개신교문화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국주일학교연합회가 있다. 가톨릭의 경우 교리 교육에 치중하기 보다는 다방면에서 학생들의 학업과 연결된 부분을 교육하며 비신자 교육을 통해 부모들로부터 호감을 사면서 성당으로 많은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최근에는 개신교와 가톨릭에서는 ‘미디어 사목’ ‘디지털 목회’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멀티미티어 선교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을 하나(느)님의 품으로 이끄는 데 신·구교를 가리지 않고 힘을 모으고 있다.
개별교회로는 서울 꽃동산 교회가 유명하다. 꽃동산 교회는 서울 상계동 허허벌판에 교회를 세워 어린이만 5000명 넘게 출석하는 대형교회다. 전국 교사강습회를 통해 현장 지도력 등을 키우고 있을 뿐 아니라 교파를 초월해 한국 교회교육 전문가들이 총동원된 캠프를 개최로 매년 수만 명의 어린이에게 전도하고 있다.
#대만불교 성장 배경은 인재불사
대만의 사찰을 순례해 본 사람들은 대만불교의 급격한 성장 배경이 교육불사에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대만 불광사는 일반 학교 교육, 출가자 교육, 사회 대중 교육을 실시하며 출재가(出在家) 구분 없이 교육을 통해 필요한 많은 불교 인재를 양성해 공급하고 있다. 절 아래 마을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고 경내 고급부 3년, 대학부 2년 과정의 학원부와 석사과정을 취득할 수 있는 3년 과정의 연구소가 있다. 이는 교육이 구도와 전법, 교화에 있어 핵심임을 반증하고 있다. 현재는 대만 내 62개와 세계 98개국에 건립된 말사와 포교당, 대학 등과 많은 불교문화조직망을 거느리고 있는 불광사는 지속적이고 확실한 교육투자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늦었지만 국내에서는 진각종, 천태종이 그나마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 종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진각종은 현재 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각 심인당에서 자성학교를 운영하고 어린이 교재인 <자성동이>를 발간하며 활발한 법회를 이끌고 있다. 천태종은 전국교원불자연합회와 전국 어린이 지도교사들의 모임 연리회, 학생회지도교사연합회 등을 총무원 산하에 두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눈높이 먼저 맞춰야
조계종 포교원은 현재 3개년 어린이청소년포교 마무리 사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단순히 3개년 사업에서 그친다면 지금까지 이룬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도량은 3개년 사업의 총화로 내놓은 사업이다. 현재 전국 143개 사찰 중 중심도량을 신청한 사찰은 74곳. 6월 말이면 당장 시행에 들어갈 이 제도가 올해 안에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총화로 정착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포교원을 위한 종책이 아닌 어린이와 일선 사찰을 위한 눈높이 종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