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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내에서 젊은 스님이 노스님을 폭행하는가 하면, 상좌가 은사를 고소ㆍ고발하고, 폭행도 서슴치 않는 사건은 조계종 내 승가기강이 무너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동국대에서 일방적으로 해임된 前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이나 서울불교대학원대 설립자인 덕해 스님이 이사직까지 잃었던 것이 한 예다.
조계종이 2008년부터 시작한 결계(結界)와 포살(布薩)은 문란해진 승가기강을 제도적으로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봉은사 수좌(首座) 적명 스님(은해사 기기암)이 수좌계의 존경받는 어른이면서도 겸양의 미덕을 발휘한 사실이 전해져 훈훈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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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봉암사(주지 함현)에서 국제선센터 건립을 위한 문경시와의 MOU 체결이 있던 2월 10일, 대웅전에서는 동안거 해제법회가 봉행됐다.
법회에서 함현 스님은 적명 스님을 수좌라 소개했다. 이에 적명 스님은 “처음 봉암사에 왔을 때만해도 가난한 절의 대명사였다. 여러 주지스님들의 노력 덕분에 외형적인 불사를 마무리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열심히 정진하는 것뿐이니, 정진제일도량으로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행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함현 스님은 적명 스님을 삼고초려 끝에 수좌로나마 모신 사연을 소개했다. “조실이나 방장으로 모셔도 손색없는 분이나 적명 스님이 극구 고사했다”는 것.
당시 적명 스님은 “법이 없는 사람이 어찌 조실을 하겠느냐”며 수좌로만 남겠다고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 선승인 적명 스님(71)은 출가한지 50여 년이 넘은 구참 수좌다. 스님은 전국선원수좌회에서 고우 스님과 함께 공동대표를 지냈을 뿐, 단 한번도 주지소임을 맡은 적이 없다.
최근까지도 스님은 은해사 기기암에서 주석하며 여름, 겨울 안거마다 결제는 물론 해제 때도 젊은 수좌들과 함께 선방에서 꼿꼿이 산철 결제를 이어온 ‘본분납자’다.
50여년 공부에도 스님은 “공부가 덜 끝났다”며 법문도, 인터뷰도 않는 까닭에 스님을 아는 불자들이 드물 정도다.
불교는 ‘무아(無我)’를 강조했다. 승려기강에 관한 문제는 하심하지 않고 아상(我相)을 앞세운 결과로, 결국은 수행을 하지 않는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적명 스님의 겸양이 더욱 화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