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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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주는 말, 덕 세우는 말하면 재앙없다”
선지식을 찾아서 - 효산 스님(부산 효산선원장)


1934년 전남 순창에서 출생하여 13세 때 동진출가해 고암 스님을 은사로 월하 스님을 계사로 득도 17세부터 통도사 해인사 불국사 등 40년 넘게 제방선원에서 수행했다.


“나는 세상에 제일 훌륭한 분이 도인이라고 생각한다. 너희 둘 중 한 사람은 도인이 되기를 바란다. 누가 도인이 되겠느냐?”
15살, 13살의 두 아들을 앉혀 놓고 어머니는 물었다. 두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머니는 재차 큰 아들에게 도인의 길을 가겠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흔들었다. 둘째 아들에게 물었더니 그 자리에서 도인의 길을 가겠다고 답했다.

“도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머리 깎고 스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하여 도인이 되어야 한다. 자신 있느냐?”

13살의 어린 소년은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고 어머니와 약조를 했다.

2002년 부산 연지동에 효산선원을 개원하고 지금은 효산선원에 주석하고 있다.


어머니는 그 때부터 둘째 아들을 도인의 길로 보내기 위하여 날밤을 자지 않고 준비를 하였다. 무명천을 회색으로 물들여서 둘째 아들의 몸에 맞도록 재단하고 마름질했다. 아들 하나가 출가를 하여 도인의 길을 간다는 것이 그저 기쁘기만 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내장사스님에게 연락하여 미리 출가할 날을 받아두었다가 그날 아들을 앞세우고 절로 갔다.

어머니는 멀리서 가까이서 한 달에 한 번씩 승복을 깨끗이 손질하여 절로 올려 보냈고, 큰절에서 살아야 배울 것이 있다면서 혹 아들이 작은 암자에서 살면서 출가자로서 느슨해 질 것을 염려했다. 그리고 아들이 올곧게 도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도했다.
효산 스님은 출가의 길로 이끌어 주신 어머니가 고맙기만 하다면서 ‘지금도 과연 어머니가 원을 세우신 대로 바른 도인의 길을 가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는 말씀을 했다.

13살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출가를 하였기에 종교에 대한 궁금증은 너무나 많았다.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기에 혼자서 책을 읽고 공부했다. 15세부터 2년에 걸쳐 참종교란 무엇인지 천주교ㆍ기독교ㆍ원불교ㆍ유교 등 모든 종교를 두루 섭렵했다. 치열한 성찰 끝에 부처님의 가르침인 간화선법만이 최상의 법임을 깨달았다. 가장 수승한 길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오로지 그 길을 향하여 걸었다. 그 후부터 해인사ㆍ범어사ㆍ통도사 등 제방선원을 두루 거치면서 참구정진 했다. 그렇게 정진한지 40여년 만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얻기까지 많은 고생을 하였기에 후학들에게 지침이 되는 것을 제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효산 선원을 열고 <수행지침서>를 펴내어 법보시를 하고 있다.

“참선을 하면서 숱한 경계와 마주칠 때마다 선어록을 보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갔어요. 그때 목적지와 그곳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정확한 지침서가 있다면 공부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 생각습니다. 왜 사량분별심(思量分別心)을 쉬어야 하며, 어떻게 쉴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깨침에 이를 가능성이 클 것이라 생각했지요. 선을 생활화하려면 순간의 깨달음을 강조하기 이전에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수행론은 선(禪)이 신비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상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다. 수행에 앞서 몸의 원리, 말의 원리, 마음의 원리를 강조하고 가르침을 주는 것이 효산 스님의 수행방법론 중 하나이다.

산중불교를 벗어나 부산 연지동의 한신아파트 502호를 수행도량으로 꾸며 선원을 열었다 아파트를 수행도량으로 삼은 것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다 편하게 오고갈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편의상 만든 것이 언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말에 빠져 그것을 더욱 더 형상화시키고 구체화시켜서 종내는 그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어요. 말이란 의사소통에 중점을 두어야지 낱말 자체에 의미를 두고 감정이 실리면 말의 본뜻은 사라지고 수많은 오해만 만들어 냅니다.”

효산 스님은 ‘말의 원리를 안다면 어떤 사람이 아주 좋은 말로 칭찬을 하고 나를 추겨 세워도 그저 미소만 띄울 뿐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이 악담을 하고 나를 모략(謀略)할지라도 말의 원리를 안다면 미소를 띠고 그 자리를 빨리 피해버릴지언정 상대방과 괜히 서로 나쁜 소리나 비난을 주고받으며 싸운다든가 그런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 말의 원리를 알고 그때그때 택할 건 택하고 버릴 건 버리면 열 번 어려움이 올 것을 한번으로 줄일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이제까지 말의 원리를 모르고 살아왔다면 지금부터라도 효과적인 말의 사용법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말, 덕을 세우는 말을 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지은 업도 갚을 뿐더러 다음 생에 몸 받아가도 화(禍)는 없을 것입니다.”

효산 스님은 산중불교를 벗어나 부산 연지동의 한신아파트 502호를 수행도량으로 꾸며 선원을 열었다. 아파트를 수행도량으로 삼은 것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다 편하게 오고갈 수 있다는 점과 선원을 유지하는데 경제적이기 때문이란다. 효산선원에서는 새벽 3~5시, 오전 8~10시, 오후 2~4시 이렇게 하루 세 번 정진을 하고 있다. 또 토요일에는 밤 9시부터 일요일 새벽 3시까지 철야정진을 하고 있다고 하니 수행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천도재ㆍ불공ㆍ기도 등 그 어떤 것도 배제한 채 오로지 참선지도만 하고 있다. 축원문 한 장 없이 구십 평이나 되는 선원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궁금했다.

“전 40년 넘게 선방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절약하는 데는 자신 있어요. 겨울에 추우면 옷 많이 입으면 되고...평생을 선원에서 수행한 덕인지 아직까지 아파서 병원간 적은 없어요. 이것도 다 부처님 가피라 생각해요.”

효산 스님의 은사이신 고암 스님은 종정을 세 번이나 지내셨으며, 평생을 무소유로 살다 가신 분이다. 아마도 은사 스님의 철저한 무소유를 온 몸으로 체득하셨나 보다. 효산 스님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읽어보면 불자로서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어떤 것이 정법인지를 알 수 있다면서 여러 번 반복하여 읽기를 권하였다.

스님은 간화선을 공부하기 전에 우선은 우리 마음의 힘과 말의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은 보려 해도 볼 수가 없고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어요. 일체의 형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깨닫지 못할 뿐이지 누구나 다 이 마음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이 세계는 허공계이고 이 허공계는 허공ㆍ바람ㆍ전파(電波)ㆍ공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허공의 힘은 전 우주를 인력(引力)에 어긋남이 없이 질서 있게 운행되도록 유지하고 있으며, 바람의 힘은 원소(元素)로 돌아가게도 만들며 다시 창조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전파는 1초에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단숨에 달리는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생명체의 생각함과 움직임을 기록하기도 해요. 그러니 누가 보지 않는다고 남을 속인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을 전파의 기록에 비추면 명경지수(明鏡止水)에 달그림자 비춘 것과도 같아요.”

공기 또한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살리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동물은 산소를 섭취하여 탄소를 내 뿜고 식물은 동물이 내 뿜은 탄소를 취하여 산소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상호유기적(相互有機的)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이로움을 주는 것을 공기인데 자리이타(自利利他)는 바로 공기에서 배워야 한단다.

“허공계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가 사람이며 사람이 곧 근원이고 으뜸입니다. 우리가 품고 있는 마음을 알고 쓴다면 전 우주와 일체 물질계를 포함하는 허공계를 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요. 그 힘은 어느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데 단지 그 힘을 찾아 쓰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장애에 처했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깨우쳐 주기위해 가르침을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49년 동안 이것을 설법하셨고, 그 후로도 많은 도인들이 그것을 깨우쳐 주기위해 애를 썼어요. 불교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말입니다.”

효산 스님은 삼처전심(三處傳心)을 간화선의 핵심이라 한다. 이심전심의 법을 가섭존자에게 전했던 부처님의 마음을 간화선의 뿌리로 보며 선종에서는 삼처전심을 교외별전의 유일한 근거라 하여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경전 밖에 따로 문자를 전하지 않는다는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의 가르침은 중도(中道)ㆍ연기(緣起)와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요. 이는 선(禪)이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는 수행이며, 그 어떤 수행법 보다 가장 빠르게 단도직입적(單刀直入的)으로 마음 본자리를 밝히는 길입니다.”

삼처진심이란 첫째는 영산회상에서 부처님께서 꽃을 들어 보이니 가섭이 미소를 지었다는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이고, 둘째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사위국 급고독원에서 대중을 위하여 설법할 때 마하가섭이 뒤늦게 당도하자 부처님께서 당신이 앉으셨던 자리 일부를 내주어 가섭을 그 자리에 앉게 했다는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이다. 셋째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어 입관(入棺)된 뒤 멀리서 온 가섭존자가 이를 슬퍼하며 울자 부처님께서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놓으며 광명을 비치었다는 이련하반곽시쌍부(泥連河畔槨示雙趺)이다. 이 세 가지 일화가 조사선의 교외별전(敎外別傳)이 되었다고 한다. 효산 스님은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세존이 삼처전심한 것이 선지(禪旨)가 되고, 일대교설이 교문(敎門)이 되었다고 선언하였음”을 강조했다. 효산 스님께 공부법을 물으면 누구에게나 간절하게 진심으로 가르쳐 주신다.
“간절한 의심을 잡아 몰아붙여 나아가다 조금만 살짝 옆으로 빠져버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혼침삼매(昏沈三昧)로 들어가 버립니다. 남이 보면 분명 자고 있는데 스스로는 자고 있는 줄을 모르며 선정에 들었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참선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든 절대 졸지 않도록 수마로부터 항복을 받아야 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처음엔 조금씩 졸다가 나중엔 그냥 통잠을 자면서도 공부는 잘한다고 하거든...”

죽기를 각오하고 공부하다보면 동정일여(動靜一如)가 된단다. 앉으나 서나 가나 누우나 깨어 있을 때나 잠이 들었을 때나 한결같이 의정이 끊어짐이 없이 화두에 몰입하고 있는 동정일여가 되면 그 다음은 깊은 잠에서도 의정을떠나지 않는 숙면일여(熟眠一如)의 경지가 된다. 숙면일여를 오매일여(寤寐一如)라고도 하는데, 깨어 있거나 잠에 빠져있거나 항시 삼매가 유지 된다는 뜻이다. 이 오매일여의 단계를 불퇴전(不退轉)의 경지라고 하는데, 다시는 보통사람의 삶으로 퇴전되지 않는다는 뜻이란다. 여기에서 한 단계를 더 넘어가면 성성적적(惺惺寂寂)의 단계인데,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나도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고요함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 공부를 해 보면 잘 안되어도 그 의심을 잡아서 놓치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정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경계가 훌쩍 넘어가는데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어떻게 공부했기에 그런 어려움을 당했나 하고 스스로 깨달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 조바심을 내지 말고 진득하게 공부해보세요.”

간화선 공부를 간절히 하다보면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100% 내어 쓰면서 살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모르고 자꾸 다른 길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단다. 이 길이 가장 수승하지만 그 다음 차선은 기도를 하는 것이란다.

“진정으로 목숨 걸고 기도하면 전 우주와 허공계에 가득 찬 불보살의 가피(加被)를 입을 수가 있어요. 일체 어려움을 다 막아버리고 좋은 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반드시 전생 인(因)과 현생 연(緣)이 닿은 것으로 쉽게 물리칠 수는 없어요. 금생에 생기는 어려움을 피할 길은 없으나 차단하는 방법은 기도입니다. 기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재물과 명예와 지위를 얻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 복 달라고 구걸하면서 살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봐요. 화두참선을 통해서 얻는 복과 능력은 크지만 기도를 통해 이루는 복은 얼마 되지 않아요.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화두참선을 해야 합니다.”

화두 참선을 통해서 얻는 복은 오래도록 쓸 수 있는 무루의 복이지만, 기도를 통해 얻은 물질적인 복은 유한한 것임을 알아야 한단다. 효산 스님은 금덩이를 주려고 해도 받는 사람들이 자꾸 은덩이를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기도 공덕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입니다. 올 때도 복과 죄를 가지고 왔고 갈 때도 반드시 복과 죄를 가지고 돌아갑니다. 이 세상 끝내고 돌아갈 때는 죄보다는 복을 훨씬 많이 지고 가야지요.”

허공계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가 사람이며 사람이 곧 근원이고 으뜸이에요 우리가 품고 있는 마음을 알고 쓴다면 전 우주와 일체 물질계를 포함하는 허공계를 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요



효산 스님 약력


1934년 전남 순창에서 출생하여 13세 때 동진출가. 고암 스님을 은사로 월하 스님을 계사로 득도. 17세부터 통도사, 해인사, 불국사 등 40년 넘게 제방선원에서 수행. 2002년 부산 연지동에 효산선원을 개원. 지금은 효산선원에 주석.






글ㆍ사진=문윤정(수필가ㆍ본지 논설위원) |
2009-02-03 오전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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