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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불교보현회 “봉사 아니라 부처님 법 따를 뿐”

세살 때부터 기른 천진이는 올 가을에 군에 입대했고, 미선이 도훈이 남매는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고, 성윤이, 대광이, 대복이 3형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하정이는 간호대학, 세진이는 사회복지사를 꿈꾼다. 이들에겐 공통점 한 가지가 있다. 낳아주진 않았지만 20년 넘게 길러주고 보살펴준 부모가 같다는 것, 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수백 명의 소년소녀가장, 장애우들의 엄마, 아빠가 돼준 이들은, 바로 부산불교보현회(회장 안성이)다.

부산불교보현회는 1982년 7월 보름날 창립멤버 13명으로 결성됐다. 27년이 지난 현재 약 300명으로 늘어났고, 공무원, 주부, 시장 상인, 회사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오늘의 보현회를 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이웃의 어느 할머니였다. 27년째 부산불교보현회를 지켜온 안성이 회장은 “이웃에 실명위기에 놓인 독거노인 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탁발해 모은 돈으로 치료해 거짓말처럼 6개월 만에 할머니가 시력을 되찾았고, 그 일을 계기로 보현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보현회의 처음을 회상했다.

그 후 회원들의 집을 돌면서 가정법회를 시작하고, 이때 모인 회비와 후원금으로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27년 전부터 부산불교보현회의 회비는 ‘없다’. 최저 1,000원부터 각자 형편에 맞게 내면 된다. 그렇지만 회비 운영만큼은 여느 대기업만큼 투명하다. “10원 한 장 허투로 쓰지 않고 수익전액은 불우이웃돕기로 쓰는 것이 우리 원칙이다. 모든 지출결산을 확실히 했기에 지금까지 보현회가 살아남지 않았나 싶다”며 안성이 회장은 자부했다.

그동안 부산 경남지역 양로원, 고아원, 소쩍새마을, 예천연꽃마을, 소년소녀가장, 군부대, 결핵요양원 등 부산불교보현회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소문이 퍼졌고, 점점 많은 회원들이 모였다. 소년소녀가장을 선정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요양원의 행려환자들에게는 의약품과 옷을 지원했다. 국군부대에도 매월 정기법회를 열어 다음 세대를 위한 청년 불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안성이 회장은 “그동안 후원하며 아들, 딸 삼은 아이들 중 단 한사람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모두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고 있다. 이 아이들이 군부대 법당이나 봉사단체에서 불법을 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1982년 창립 당시 20대 중, 후반이던 회원들이 이제 60대부터 80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다.

하지만 부산불교보현회는 점점 젊어지고 있다. 보현홍법청년회와 보현축구봉사회가 조직된 것. 젊은 청년 불자들이 장애우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천마재활원, 성우원, 평화의 집에 축구팀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훈련하고 매년 ‘한마음체육대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로 11번째를 맞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동안 받은 상도 수십 개. 하지만 27년을 함께해온 원로멤버들도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최춘자 총무는 “상 받은 것은 중요치 않다. 보현회가 한마음을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11월 10일 창립 27년 만에 오직 보현회만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부산 범천동에 법당과 사무실을 개원한 것. 큰 결실이지만 보현회원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봉사를 한 게 아니라 그저 부처님법을 따르는 것뿐”이라는 부산불교보현회가 만들어가는 이곳이 바로 불국토가 아닐까.
박지원 기자 | hdbp@hanmail.net
2008-11-24 오전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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