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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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스님 “희망은 오직 깨달아 부처 이루는 길”
태고종 태고총림 방장 동안거 결제법어 발표





태고종 태고총림 선암사 방장 혜초 스님이 11월 5일 불기 2552년 동안거 결제를 맞아 결제법어를 발표했다.


혜초 스님은 법어를 통해 “늙으면 사람들이 천하게 보고(老去人之賊) 병들면 친한 사람도 멀어진다(病來親也疎)”며, “희망은 오직 깨달아 부처를 이루는 길이니 허송세월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법어 전문.





태고종 종정 혜초 대종사 동안거 결제 법어

法 語




太古叢林方丈 慧草


道在人弘孰可憑


發言須與行相應


妄念如苗逐日增


貪心似海何時足


도가 사람을 마음을 넓히는데 있다는 것을 누가 믿으리요


말과 행동은 무릇 서로 맞아야 하거늘


망령된 생각도 싹처럼 날마다 자라고


탐욕의 마음은 바다같이 넓으니 어느 때나 만족할 수 있으리요






動則乖眞淨則差


非思量處更誵訛


無心未合祖師意


有念盡爲煩惱魔


움직이면 참에 어긋나고 고요하면 틀리니


(그렇다고)사량하는 바가 없으면 더욱 잘못이라


마음이 없으면 조사의 뜻에 맞지 않고


생각 있음 또한 모든 번뇌의 마장이네.



이 게송은 태고 스님의 스승이신 석옥청공(石屋淸珙) 선사의 말씀입니다.


위의 것은 중생의 마음 바탕을 말씀하신 내용이고 아래의 것은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이 머물러야 하는 수행자의 정신자세를 설명하신 내용입니다.


요즘 세상이 매우 복잡하고 혼탁한 듯합니다. 우리 불교와 승문(僧門) 마저도 적잖이 시끄럽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정도(正道)를 가지 않고 자기중심의 사도(私道)를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일대사 인연(一大事 因緣)을 이루어 보겠다고 공문(空門)에 출가한 사람들까지 세속적 행태에 물들어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지요.

어느 때 조주(趙州) 스님께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나는 18세에 가산(家産)을 타파하는 소식을 깨달았다. 그때까지 나는 하루 24시간을 가산의 노예로 살아 왔지만 지금은 하루 24시간을 자유로이 맘껏 부리며 산다.”이때 제자가 물었습니다.“무엇을 일러 가산(家産)이라 합니까?”“마음속에 자리 잡은 헛된 욕망을 가산이라 하느니라.”

인간은 누구나가 헛된 욕망을 가산(家産)처럼 여기고 살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사물을 자기 주관적 입장에서 헤아리고 분별하는 차별적 집착을 일으켜 그 대상을 바르게 보지 못하는 편견을 변계소집성(偏計所執性)이라 합니다.


이 변계소집성에 의하여 그릇된 욕망이 일어나고 욕망에 의하여 번뇌가 발생합니다. 조주 스님께서는 이를 일러 가산(家産)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수행이란 모름지기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의 가산을 타파하는 일이지요. 수행의 본지(本旨)는 깨달음에 있고 깨달음의 목적은 생사를 초탈(超脫)하는데 있습니다.


마음속에는 항상 분별심을 담고 있으면서 경학(經學)이나 몇 줄 배우고 이해한다고 하여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지요.


고령(古靈) 선사는 중국 복주 사람으로 대중사(大中寺)에 출가하였으나 백장(百丈) 문하에 들어가 수행하면서 깊은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고령 선사는 깨달음을 얻은 뒤 대중사로 돌아와 교학(敎學)에만 매달려 좀처럼 깨달음에 세계로 나가지 못하는 은사 스님을 시봉하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고령선사는 목욕 도중에 등을 밀라는 은사 스님의 분부를 받들어 등을 문지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법당은 좋은데 부처가 성스럽지 못하는군요.”은사 스님이 얼핏 듣기에 예삿말이 아닌 듯 싶어 고개를 돌리려 하자 곧 제자의 말이 이어졌습니다.“부처는 성스럽지 못하나 광채는 있는 듯합니다.”은사 스님은 몹시 의심이 갔으나 더 이상 묻지 않고 끝이 났습니다.


그 후 어느 날 문창호지를 새로 발랐더니 방이 한결 환해졌습니다. 이때 마침 벌 한 마리가 방에 들어왔다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환해진 창호지 위에 머리를 부딪치고 있었습니다. 이때 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고령 선사가 말했습니다.


“세상이 저렇게 넓고도 큰데 그 쪽으로 나갈 줄 모르고 창호지만을 두드리니 어느 해에 나갈는지!”


은사 스님이 이 말을 듣자 읽고 있던 책을 덮어 놓고 돌아앉으며 제자에게 물었습니다.“자네 말이 예사롭지 않네. 자세한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게나.”


이 때 고령선사는 이 물음에 때가 왔다는 듯이 백장(百丈) 선사께서 말씀하신 심요(心要)를 들려주었습니다.


心性無染 本自圓成


但離妄緣 卽是如佛


마음의 성품은 물듦이 없어서 본래부터 뚜렷하고 완전하다네.


허망한 인연을 여의기만 하면 이것이 곧 부처가 되리니.


이 게송을 듣자 은사 스님이 문득 깨달음을 얻고 이렇게 감탄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부처님은 오직 한분인 줄 알았는데 깨닫고 보니 마음 가진 이는 모두가 부처로구나.”


수행자들이여!


또 한해가 저물어 동안거가 시작되었습니다.


늙으면 사람들이 천하게 보고(老去人之賊) 병들면 친한 사람도 멀어집니다.(病來親也疎) 희망은 오직 깨달아 부처를 이루는 길이니 허송세월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십시오.


萬山紅葉染天地


深谷流水吟法界


秋林孤影招朔風


空使流歲促白髮


온산에 붉은 잎은 천지를 물들이고


깊은 골 흐르는 물은 법계를 노래하네.


가을 숲 외로운 그림자 삭풍을 부르니


부질없이 흐르는 세월은 백발을 재촉하는구나.


김성우 기자 |
2008-11-10 오후 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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