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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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임제문하의 오역죄인인가?”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 동안거 결제법어 내려

조계종 종정 법전 대종사.
불기 2552년 11월 12일(음력 10월 15일) 동안거(冬安居) 결제(結制)를 앞두고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수좌스님들이 방부를 들여 집중수행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결제를 맞은 전국의 수행납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동안거 결제 법어를 내렸다.

법전 스님은 11월 10일 미리 발표한 법어에서 오조법연 선사와 납자의 문답을 예로 들며 “오역죄는 무간지옥에 떨어질 죄업이지만, 선가의 대종장인 임제 선사는 오역죄를 당신의 안목으로 새롭게 바꾸었다”고 말했다.

법전 스님은 이어 “무명(無明)과 탐심(貪心)과 안목부재(眼目不在) 그리고 번뇌에 얽매임 또 모든 법이 공(空)함을 모르는 것이라는 오역죄를 타파하여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법전 스님의 동안거 결제법어 전문.



조계종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무자년 동안거 결제법어


어떤 것이 임제문하의 일인가



오조법연(五祖法演)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임제문하의 일입니까?”

선사가 말했습니다.

“오역죄인이 우레소리를 듣느니라.”

오역죄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해치며,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화합승단을 깨뜨리며,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것 등으로 이는 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가지 죄업(罪業)입니다.

하지만 선가의 대종장인 임제선사는 오역죄를 당신의 안목으로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아버지란 ‘무명(無明)의 아버지’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 일어남이 허공의 메아리인줄 알기에 어디를 가든지 아무 일 없는 것을 ‘아버지를 죽인다’고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란 ‘탐내고 사랑함의 어머니’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그 탐내고 사랑함을 찾아보아도 모든 법이 빈 모양(空)임을 알기에 어디든지 집착하지 않는 것을 ‘어머니를 해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몸에 피를 낸다는 것은 우리들이 청정한 법계에서 한 생각과 마음이 콱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안목이 없어 어디서나 칠흑처럼 캄캄한 것을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이라 합니다.

화합승단을 깨뜨린다는 것은 그대들의 한 생각과 마음이 번뇌에 매여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일입니다. 마음이 허공처럼 의지하고 말고 할 것이 없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화합승단을 깨뜨리는 일이라 합니다.

경전과 불상을 불사른다는 것은 인연이 공(空)하고 마음과 법이 공(空)함을 알고서 일념이 되어 초연히 아무 일 없으면 그것을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만약에 이렇게 좋은 오역죄를 지을 수만 있으면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이름에 절대로 구애받지 않습니다.

오역죄를 범한다는 것은 무간지옥에 떨어질 일입니다. 하지만 임제의 오역죄는 깨달음의 길입니다. 본래 오역죄는 짓지 말아야 할 오역죄이지만 임제의 오역죄는 날마다 순간마다 지어야 하는 오역죄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오역죄인이 우레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도리를 말하는 것입니까?

회마(會麽)

알겠는가?

일립두자(一粒豆子)가 폭출냉회(爆出冷灰)로다

한 알의 콩이 식은 재에서 튀어 나온다.


불기2552(2008)년 동안거 결제일에




김성우 기자 | buddhapia5@buddhapia.com
2008-11-10 오후 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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