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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탐욕의 노예가 되어 온갖 것을 다 가지려 하는가?
혼신을 다하여 쌓아놓았던 것이 천만년 내 것인줄 알았는데
새 연이 다해감에 이 모두가 헛일인줄 알았네
무엇을 가져 갈고
무엇을 두고 갈고
생각 좀 해보세
참된 내 것이 무엇인지…“?”
-자광 스님 오도송 중에서-
“제가 포교형 인간입니다.”
자광 스님은 자신을 이렇게 규정짓는다. 은사스님이 인정해주신 말씀이기도 하다. 자광 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리산 화엄사로 출가했다. 조계종 前 총무원장 경산 스님이 은사다. 은사스님의 포교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군포교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스님은 1970년 군종 장교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동국대 불교대학 종비생 1기이자 대령으로 예편해 스님으로 종단에 복귀한 희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군승장교들은 1983년 종헌종법상 취처가 허락돼 비구로 남아있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25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종단에 하자점검을 요청했다. 비구승으로 오점이 없으면 총무원장스님이 상징적으로 재삭발 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그렇게 하자점검이 끝나고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월주 스님으로부터 재삭발 의식을 치르고 종단에 복귀했다.
자광 스님의 일주일은 바쁘다. 반야선원에 머무르는 날보다 외부 법회에서 법문하는 날이 더 많다. 군포교에 매진했던 경험을 되살려 경찰청 교도소 공무원불자회 등에서 지도법사 경승 등을 맡아 활동 중이다. 스님은 군포교에 대한 조언도 마다 않는다. 군포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장병들을 돕고 마음의 양식을 주고, 어려운 일을 상담해주고 그 경험들이 축적된 경험자가 종단 내 군포교를 이끌어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래서인지 스님이 군대에 있는 동안 인연 맺은 이들이 반야선원을 찾아 참선을 지도 받고 있다. 예비역 장군, 前 시장, 국회의원 등 20~30명이 모여 매달 스님과 함께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포교는 모든 스님의 기본이자 사명”이라는 자광 스님은 요즘 종단이 수행만 강조하는 풍토로 치우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포교가 없으면 불교도 없습니다. 온갖 시련 헤치면서 포교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마음공부도 더 잘 되고 수행도 되는 것이지요. 포교와 수행은 둘이 아니고 포교는 즉 수행입니다. 포교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자, 불교의 존재가치인 중생구제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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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탐욕의 불길을 꺼줘야지 누가 끕니까. 중생들과 대화해봐야 어떤 불길에 휩싸여 괴로워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45년간 팔만사천법문을 한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선에서 불립문자 교외별전을 말하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문자를 멀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끊어진 자리, 문자가 끊어진 자리를 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스님이 포교에만 전념하는 것은 아니다. 틈틈이 참선도 한다. 외부 행사가 길어지지 않으면 하루 8시간씩 참선하는 것은 스님의 일상이다.
조계종에서 포살결계법을 실시하겠다는 것에 자광 스님은 더욱 철저해질 것을 요구했다. “계율이 망가져서 살다보니 포살결계법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계율을 지키는데 거기에 무슨 방편을 둡니까? 행정승이든 선승이든 계율은 수행자의 기본이자 깨침으로 가는 사다리입니다.”
스님은 대승 소승계율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대인들의 근기에 맞도록 지혜롭게 계율을 활용해 포교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불자들이 오계 보살계를 잘 안 지키는 것은 모범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스님들이 모두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면 신도들이 왜 계율을 무시하겠습니까.”
자광 스님의 설법은 계율에서 인연으로 이어진다. “인연법을 소중히 알아야 합니다. 인연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가까운 인연부터 돌아보십시오. 가족 일가친척 이웃 이 가까운 인연들에게 죄를 지으면 불행해집니다. 좋은 인연을 맺어가는 것이 삶 자체가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남의 가슴 아프게 하고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안 됩니다. 나를 희생해서 남을 배려해주고 감싸주는 것이 좋은 인연을 맺는 것입니다. 원수가 있는데 끝까지 싸우면 해결될까요? 내가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감싸주면 문제는 끝나요. 간단합니다. 감정을 왜 얽히고 삽니까. 왜 남을 미워하고 욕하고 갈등 속에서 사냐 말입니다. 남을 욕하는 사람은 자기 허물이 더 많은 법입니다. 자기 허물부터 생각하세요. 남의 허점 보이면 내 허물이 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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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광 스님에게 틈틈이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좋을지 물었다.
“일단 호흡을 제대로 해보세요. 한마디 할 때 생각 없이 내뱉으면 독화살이 나가는 것입니다. 호흡을 하면 호흡하는 순간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호흡이 잘 되면 몸이 심심하니 절을 하세요. 요즘 유행하잖아요. 절을 왜 해야 합니까. 내 업장 소멸입니다. 과거 다겁생에 걸쳐 지은 업들이 들은 똥주머니 쓰레기통이 이 몸입니다.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몸속의 더러운 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야 이 몸뚱이 그릇이 깨끗해집니다. 절을 하면서 입은 놀아 뭐합니까. 염불을 하세요. 한마디에 천 냥 빚 갚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요. 바로 염불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자비실천을 함축하고 있고, 아미타불은 미래 행복을 기약합니다. 지장보살은 업보로부터 벗어나게 합니다. 호흡하고 매일 108배를 생활하고, 염불하세요. 이보다 좋은 수행이 어디 있습니까?”
자광 스님의 다음 단계 포교 계획이 궁금했다. “난 이대로 살다 죽을거야. 지금처럼 포교하고 참선하고 사는 삶이 큰 계획이지, 더 무슨 계획이 있겠어요.”
자광 스님은 사진을 찍으면서도 연신 발밑을 살핀다. “개미 죽이겠다”고 이리 저리 움직이던 스님은 결국 자리를 옮기고서야 사진촬영에 응했다.
작은 것 하나 하나 세심하게 챙기면서도 소탈하게 신도들을 대하는 스님이 있어 반야선원은 더 좋은 참선터로 거듭나고 있었다.
자광 스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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