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수년간 매일 함께 모여 집에서 참선도 하고 교리공부도 하는 등 삶과 신행이 둘이 아닌 가정이 있어 불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박용진(부산 아카데미 학원 원장·42) 거사 가족. 박 거사가 지도법사고 부인 김금영(40)씨를 비롯해 대청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 박석원(6년·12)군, 딸 박해인(3년·10)양, 둘째아들 박도원(1년·8)군이 신도인 셈이다.
박 거사 가족이 아침 6시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우선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앉아 인터넷 다음 카페에 개설된 무비 스님의 ‘염화실’ 방으로 들어가 경전공부를 하는 일이다.
7년째 계속된 내공으로 큰 아들 석원군은 사이버 불교대학을 최연소로 졸업하는 영예를 얻어 주변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석원군은 최근 합류한 동생들과 함께 저녁 때 잠자리 들기 전 108배와 30분 참선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석원군은 “집에서 참선을 시작하며 집중력도 좋아져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아무리 오래 앉아 공부를 해도 싫증이 안나 학업 능률이 많이 오른다”고 즐거워했다.
석원군은 영어와 한자로 된 <금강경>을 보며 잘못된 풀이와 오자도 잡아낼 정도로 실력이 쟁쟁하다.
대체 무엇이 이 어린 학생을 불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을까? 말로만이 아니라 신행 생활을 몸소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행한 아버지 박용진 거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박 거사는 “매일 아침 밥 먹듯 자연스러운 일인데 새삼스럽게 취재를 하는 것은 부끄럽다”며 그동안 취재를 한사코 거절했었다. 결국 2월 3일 부산 기장에 있는 그의 집을 급습(?)해 어렵사리 가족 신행의 중요성을 들었다.
“20대 중반에 큰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고자 성철 스님을 만나러 백련암을 찾아 3000배를 하고 100일 법문을 듣고 열심히 수행했습니다. 그 때 성철 스님께서는 불자라면 절에서만 절과 참선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밥을 먹듯 집에서도 항상 꾸준히 수행해야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박 거사는 가족들과 신행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어 박 거사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불법을 만날 수 있도록 매일 힘을 쏟는 이유는 그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수없이 마주치게 될 인생의 위기 때마다 시간 낭비 없이 정진하며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거사는 아버지로서 인생 선배로서 자녀들에게 돈과 명예보다 불법의 진리를 통해 자신의 인생들을 당당하게 만들어갈 지혜를 몰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7년전부터 가족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보다는 먼저 실천을 통해 보여줬다. 그런 성실한 모습이 어린 자녀들의 눈과 가슴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처음엔 호기심에서 출발한 신행생활이 이젠 자발적인 가족 법회로 승화됐다. 학원을 운영중인 박 거사는 요즘도 하루 평균 5시간 동안 참선과 절수행 및 경전 공부를 한다.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자녀는 결코 따르지 않는다”는 박 거사는 “어떤 사람들은 자녀들을 너무 힘들게 하고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한다. 하지만 수행에는 나이가 없다. 나이를 고려하면 언제 수행하나? 그렇다고 처음부터 108배나 3000배를 강요하고 힘들게 끌고 온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10배, 20배, 그리고 참선 시간도 10분 20분 늘렸다. 지난해에는 해인사 백련암에 가서 3000배를 가족이 함께 했다. 기특하게도 한 번도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잘했고 돌아와서는 108배 정도는 정말 쉽게 한다. 아이들에게는 매일 꾸준히 하며 점차 근기에 맞춰 늘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박 거사는 신행생활을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보았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하심하는 습관이 길러지면서 형제간, 가족간의 우애와 사랑이 깊어짐을 느꼈다. 참선을 통해 집중력이 향상되다보니 독서 시간도 길어져 자녀 모두 공부에 취미를 붙였다. 그 결과 과외공부하나 시키지 않았는데도 성적도 많이 향상됐다.
박 거사는 “영어 등 사교육을 통해 학원에 자녀들을 보내며 부모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 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신행 생활 속에선 학원서도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며 “한 인간이 자라고 성장하는 동안 인성에 대한 대부분의 영향을 가족에게서 받는 만큼 올바른 가정 신행 문화 속에서 불법에 의지하며 사는 모습은 다음 세대를 이어 갈 자녀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