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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색즉시공’은 불교의 진리를 핵심적으로 표현한 <반야심경>의 유명한 구절이다. 그런데 그것이 음란 코메디 영화 제목으로 사용된 것이다. 나는 이번에는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 보고자 이 영화를 두 편 다 보았다.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1, 2편 모두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의 진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그야말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저속한 장면이 이어지고 온갖 상스런 욕과 저속한 말들이 대사로 사용되었다. 불교에서 제목을 빌어다 쓴 영화 ‘색즉시공’은 한 마디로 불교를 능멸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며 내가 승단에 몸 담고 숨 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 치욕스러웠다.
이런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불교계가 단호하게 대응을 했다면 2탄이 나왔을까? 아무 대응도 없었기 때문에 2탄까지 나온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그냥 넘어간다면 3탄, 4탄이 계속 나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반야심경>을 넘어 불교경전의 모든 용어나 불교의 성스러운 상징물들이 앞으로 코메디와 음란물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종교적 상징이라는 것은, 그것이 글이든 형상이든, 신자들은 이 상징으로써 그 종교가 지향하는 성스러운 의미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거나 혹은 최종적인 목표에 도달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종교이든 간에 그 종교의 중요한 상징에 대해서는 성스러운 이미지를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며,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 불교계는 어떠한가? 조석으로 외는 <반야심경> 핵심구절이 음란 코메디 영화의 제목으로 길거리에 선전포스트가 나부끼는데도 교계 지도자는 물론 사부대중이 보이는 태도는 너무나 조용하다. 나는 이 사실이 오늘날 한국의 불교승단이 얼마나 무책임하며 위선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단 지도자와 종단 실무자들의 시급한 대책 마련과 출가대중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