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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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속에 삼귀의가 들어 있지요”
선지식을 찾아서-우송 스님(덕숭총림 유나)
“눈 뜰 때가 내가 태어나는 것이다. 땅도 하늘도 새로 열리는 때이다. 새날 새아침에 새로 얻은 몸이요, 새로 얻은 땅이요 하늘이다. 정말 가슴 벅찬 일이다. 새로 태어난 내가 새로 얻은 몸과 새로 얻은 태양으로 모든 이를 안아주자. 뜨겁게 사랑해주자.”

우송 스님은 새해를 맞이하여 불자들에게 덕담 한마디를 들려주셨다. 벅찬 기쁨을 모든 이에게 나눠주고 싶어 하는 우송 스님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메시지이다. 평생을 선수행으로 일관해 오신 우송 스님의 동체대비심을 느낄 수 있다.

“사람 몸은 지수화풍 사대로 되어있어요. 내가 땅이요, 물이요, 불이요, 바람입니다. 저 툭 터진 하늘을 우리는 원 없이 누리고 있으며, 어머니 품같이 든든한 땅의 은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지의 품처럼 안아주고 키워주는 삶을 산다면 내가 대지처럼 든든해집니다. 내가 물처럼 유연하고 만조의 바다처럼 마음이 넓다면 내 뜻도 원대해지고 부드러워져요. 지수화풍이 자비의 관음보살이요 지혜의 문수보살이요, 행원의 보현보살입니다. 태산준령을 누가 봅니까? 산을 깨달으면 저 산이 바로 문수보살이요 보현보살인데, 그 보살이 바로 나요 자신입니다. 내가 땅이요, 물이요, 바람이요 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지수화풍 사대를 누리고 그 은혜 속에서 살고 있으니 끝없이 보살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보살행이 복 짓는 행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송 스님은 통째로 우주를 어루만지고 사랑하는 것이 화두요, 바로 ‘이 뭣고’라고 한다. 사람들은 참선수행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우송 스님은 ‘공부가 안된다고 할 때가 사실은 되고 있는 것이며 다 그만한 인연이 있어 공부를 하는 것이니,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하였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열심히 쉬지 않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이루어질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송 스님은 11세 때인가 뒷산에 올라갔는데 무심코 햇살 아래 서있는 자신의 그림자를 밟았다. 그림자를 밟으면서 이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 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사람은 이렇게 살다가 죽는구나 참으로 아득하고 아득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두렵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우송 스님은 아마도 전생의 인연으로 출가한 것 같다는 말씀을 덧붙였다.

“만공 스님은 ‘몸은 티끌세상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높고 높아 묘하게 있는 것을 담기 위함이다. 마음은 망령된 생각을 대상으로 하여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윽하고 그윽하여 접촉하면 깨달음이 있다(신비진취 탁탁묘존 심비정연 명명촉각(身非塵聚 卓卓妙存 心非情緣 冥冥觸覺)’고 하였습니다. 사람은 지혜가 있어야 하며, 몸을 읽어가면서 세상을 살아야 합니다. 몸을 읽는다는 생각 없이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심장이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요. 가령 살생을 하면 심장이 충격을 받아요. 이것은 심장이 싫어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면 심장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기분이 좋으면 심장이 훈훈해집니다. 이것이 귀의달마요 귀의불입니다. 위장 역시나 과식을 하지 않고 고기 등을 함부로 먹지 않고서 꼭 필요할 때 적당하게 먹어주면 그것이 위장의 법을 따라 주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면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다고 힘들어 합니다. 간이 좋아하도록 술을 절제한다면 그것도 귀의승입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큰 일 작은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이 바로 삼보의 생활’임을 우송 스님은 강조하였다. 우송 스님은 수덕사 대웅전에서 관세음보살 기도를 했었는데, 그때 몸으로 자비를 체득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자비심이 커짐을 느낄 수 있으며, 자비가 넘치면 상대가 없어집니다. 설령 미운 사람일지라도 저 사람을 무엇으로 도와줄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자비는 수행자의 양식입니다.”

물질이 차고 넘치는 시대이건만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쭈었다. 우송 스님은 자작시 ‘크로버’를 읽어주시면서 연약한 크로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크고 작은 온갖 꽃들이 지나가고 없는 오뉴월에/천 송이 만 송이 기립하여 꽃을 피워 박수치며 웃어주니/발밑에 나직한 크로버야! 향기가 오히려 꽃보다 크구나/한 번 꽃을 피우면 열흘이고 한 달이고 변함이 없다가/꽃을 지울 때도 꼿꼿이 서서 자세하나 헝클이지 않는구나/…큰 나무 휘어지는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다 도로 서서 잘도 견디네/훌륭하다 크로버야, 작아도 크고 약해도 강하구나/너답다 크로버야, 너는 너대로 사는 법을 아는구나’

삶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지닌 절대 가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우송 스님은 앞만 바라보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내포하고 있는 자기의 가치를 터득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사람들의 발밑에 짓밟히기만 하는 크로버조차도 자신의 방식대로 꿋꿋하게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데, 집에서 회사에서 날마다 어떤 기쁨을 주면서 살고 있는지 돌아 볼 일이다.

“만공 스님은 ‘하나하나가 완성이고 하나하나가 다 부처님이고 한발 한발이 대작불사’라고 했습니다. 원 없이 저 바다를 누리고 저 푸른 하늘을 누리고 사는데 왜 허전해 합니까? 피가 뚝뚝 흐르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진짜배기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보고 듣는 주인공을 찾는 참선을 해야지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멀리서 찾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피고 지는 그 모든 것에 천상천하의 절대가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방청소 하고 설거지 하는 그 속에 삼귀의가 들어있다는 스님의 말씀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진리와 법이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헛되이 보내는 시간도 내 삶의 일부요, 망상 피우면서 사는 것도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몸과 마음, 행위와 생각 그 어떤 것도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스님의 법문은 들꽃향기처럼 은은하면서도 잔잔하게 흘러 사람의 마음에 향기를 주고 감동을 주었다. 잊고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신 우송 스님이 한없이 크고 위대한 스승으로 다가왔다.

우송 스님 약력
춘성 스님 법문을 듣고 수덕사 정혜사에서 사미계를 받았다. 용주사 강원에서 관응 스님을 모시고 <서장>을 비롯하여 <대승기신론> 등을 공부하였다. 동화사에서 향곡 스님, 청계사에서 금오 스님, 망월사에서 춘성 스님, 동화사에서 서옹 스님, 범어사에서 설봉 스님과 동산 스님, 인천 용화사에서 전강 스님을 모시고 공부하였다. 수덕사 정혜사에서 10년 동안 선원장을 지냈다. 지금은 덕숭총림 유나로 계신다.
글ㆍ사진=문윤정(수필가ㆍ본지 논설위원) |
2008-01-29 오전 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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