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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태어난 것일까.’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이런 생각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아주 훌륭한 고민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단순히 ‘엄마가 낳았으니 태어났지’, ‘이런 고민해봤자 뭐해’라는 생각으로 덮어버리기 일쑤다. 여러분은 알고 있는가, 바로 이런 사소한 생각이 철학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철학에 대해 어린이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철학자’라고 하면 무조건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상상하지는 않는지.
‘철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삶’, 그 자체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 차이는 존재하고 철학의 발전 방향도 다르게 흘러왔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이 철학을 접하는 방법은 도덕ㆍ윤리수업이나 글쓰기 또는 논술교육 등을 통해서 이뤄져왔다. 철학 그 자체에 대해 배운 경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철학교육 노력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남대 철학교육사업단(062-530-0621)에서는 ‘청소년 철학교실’, ‘논리논술을 위한 철학교실’, ‘청소년 철학캠프’ 등을 마련해 매년 펼치고 있다.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02-883-3695)도 철학교육에 힘쓰고 있다. 사설기관이기는 하지만 철학교육도서 출판, 초ㆍ중ㆍ고 방학특강 등을 항상 준비하고 있다.
사설기관 이외 공교육에서 철학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전략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김영래 교수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어릴 때부터 철학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아이들에게 철학교육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철학 자체에 관심이 없어 고민”이라며 “어린이청소년의 삶 속에서 철학을 이끌어내 전달해줄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박정하 교수도 “‘철학’이라는 교과목이 있긴 하지만 선택과목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고하는 학문인 철학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사 및 전문가 그룹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린이청소년이 스스로, 철학에 대해 알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단계에 맞게 개발된 철학도서를 통해 스스로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 어린이들의 철학 방법
두 소녀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너는 무엇이 무섭니?”
“아빠가 화가 나셨을 때, 옆집 아저씨가 소리를 지를 때.”
“우리의 무서움이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무서움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무서움이 없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아니야. 무서움이 없다면 우리는 선생님으로부터 야단 맞을 걱정도 하지 않게 되고, 나태해 질게 분명해. 무서움은 필요한거야.”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 중 일부)
두 어린이가 숙제를 하다 갑자기 이런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 자체는 매우 평범하지만 ‘무서움으로부터 우리 삶의 원동력을 발견하게 된다’는 삶의 진리를 대화를 통해 깨우쳤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철학이 무엇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다만 어렸을 때 가지는 호기심, 왜 라는 물음을 적절히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생각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영래 박사는 “친구와 대화하며, 부모님 또는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왜’라는 의문을 갖는 것이 어린이가 철학을 접하는 시작”이라며 “불자 어린이들의 경우 불교동화를 읽으면서 마음변화를 느끼는 것을 통해 불교철학을 시작할 수 있다”고 귀뜸했다.
□ 청소년들은 철학을 어떻게?
여러분들에게 철학의 의미는 단순히 논술을 잘 하기 위한 도구인가. 그렇다면 반드시 그 사고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왜냐하면 철학은 논술의 토대지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무조건 논술을 포기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여러분들의 당면과제니까.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필요하다. 기본은 독서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과 생각없이 독서를 한다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교육자 로제 폴 드르와는 <101가지 철학체험>을 통해 “생각하는 연습부터 하자”며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교실에서 햇빛에 떠다니는 먼지를 관찰한다던지, 공책 위에 글씨를 써본다던지, 줄거리가 쉬운 영화 보면서 운다던지 하는 행위도 자신의 내면을 알아차리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 생활 속에서 철학하기는 어렵지 않다. 내 생활을 가만히 관조하면서 들여다 보는 것도 철학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사상과 만남으로써 한층 더 발전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더 필요하기 때문에 철학서적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철학 추천도서 |
*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 추천도서
<페르 예스페르센의 철학동화> (페르 예스페르센, 닥터필로스) 17개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철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석가와 크는 아이>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 산하) 부처님은 출가하기 전, 왕자의 신분이었으나 성밖의 늙고 병든 사람을 보며 큰 충격에 빠졌다. 부처님의 일생과 가르침을 통해 불교철학을 접할 수 있다. <생명의 저울> (김경호, 푸른나무) 14편의 인도설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 준다. * 청소년을 위한 추천도서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류, 문학동네) 소설책이지만 한 양치기 소년의 모험과 판타지를 통해 삶의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우파니샤드 귓속말로 전하는 지혜> (이재숙 풀어씀, 풀빛) 불교, 힌두교 등 인도철학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철학서 <우파니샤드>를 풀어쓴 것이다. <공자, 지하철을 타다> (전호근, 디딤돌) 유교 철학의 창시자 공자가 친근한 모습으로 판타지와 사실을 넘나들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 (안광복, 웅진지식하우스) 고등학교 교사가 저자이므로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정리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