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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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만족’보다 부족한 ‘지족’ 배워야”
선지식을 찾아서-도영 스님(완주 송광사 주지)
前 조계종 포교원장 도영 스님(완주 송광사 주지)은 <만족(滿足)이라는 말 대신 지족(知足)의 도리를 알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사진=박재완 기자

산하대지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학계ㆍ정계를 가리지 않는 비리 파문이나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등으로 세상은 어지럽지만, ‘자연(自然)’은 우주의 법칙에 따라 곡식을 익히고 열매를 영글게 하고 이제 마지막 남은 기운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10월 30일, 추수가 끝난 들판을 따라 완주 송광사를 찾았다. 지난해 9월 조계종 포교원장 소임을 내려놓은 도영 스님을 뵙기 위해서다. 포교원이 별원으로 승격된 후 처음으로 5년 임기를 채운 스님은, 이곳에서도 ‘포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도 두 차례의 법회와 약속 사이에 어렵게 시간을 내 기자를 맞았다.

“여전히 바쁘십니까?”
“<벽암록>에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다.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어떤 자리에 있건, 어떤 소임을 맡고 있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전국 곳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조계종 포교원장을 퇴임한 후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조계종 교무부장과 포교원장 소임을 맡아 거의 10년 가까이 종단 일을 봤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스스로 ‘안살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퇴임 하자마자 지난해 10월에 백담사 무문관에 들었습니다. 석 달 동안 정진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자기 수행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해제 후에는 송광사로 돌아와 지역 포교도량을 꾸리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영 스님은 완주 송광사를 종교에 관계 없이 누구나 와서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원 같은 절로 꾸미고자 한다. 사진=박재완 기자
스님이 머물고 있는 완주 송광사는 신라 때 도의 선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고찰로, 임진왜란 때 폐사된 후 1636년 재건됐다. 스님은 2001년 송광사 주지로 부임한 후 ‘동네 속의 절’로서 지역 주민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가람을 정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찰 인근의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정신요양시설을 인수해 복지사업에도 나섰다.

스님은 송광사를 ‘공원 같은 절’로 꾸미고자 한다. 전각 사이사이 마다 나무와 꽃을 심고 곳곳에 의자와 정자를 두었다. ‘구경하고 가는 절’이 아니라 편히 쉬며 부처님 말씀을 되새겨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다.

“몇 년 전만해도 300가구 정도 되는 사하촌 주민 대부분이 교회에 다녔어요. 종교가 달라도 절은 언제든지 찾아와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제가 먼저 주민들에게 다가갔지요.”

매일 새벽예불을 마치고 마을 인근을 돌아보는 스님은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절과 단절된 채 살아왔던 마을 주민들을 위해 어르신 경로잔치를 열고 부처님오신날에는 마을 잔치를 겸한 공연도 펼쳤다. 그러는 동안 스님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은 많은 사람들이 ‘결핍감’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현대인들은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없는 것이 없지요. 하지만 풍족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가진 것은 생각하지 않고 못 가진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니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요. 또한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하는데 채워지지 않으니 남 탓을 하게 되는 겁니다.”

스님은 ‘만족(滿足)’이라는 말 대신 ‘지족(知足)’이라는 말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득차고 넘쳐서 즐거운 것이 아니라, 부족해도 족함을 알면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에 ‘5-3=2’이라고 썼다. 사람들 사이에는 오해가 있는데, 이것을 상대의 입장에서 세 번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불교는 믿음과 수행의 종교입니다. 믿음만 가진다고 불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을 바탕으로 수행을 해야 참된 불자이지요. 불교에는 기도와 참선, 절, 간경 등 다양한 수행의 길이 있습니다. 사찰은 모든 수행을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신심명>에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수적입니다. 수행을 통해서 부처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어 스님은 ‘일념(一念)’의 도리를 설명했다.
“일념이 되지 않으면 수행이 되지 않습니다. 참선을 할 때나 경을 읽을 때도 일념이 되어야 합니다. 일념이 된 자가 주인답게 살고, 주인답게 사는 자가 보살도를 실천하고, 보살도를 실천하는 자가 필경에는 부처가 이룹니다.”

문제는 역시 마음이다. 법문을 듣고 경전을 읽어도 느끼는 것은 잠시일 뿐, 생활에 쫓기다보면 자신의 주위에는 짜증나고 화나는 일 뿐인 것 같다.

“한 번 웃어보세요.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기는 겁니다. 인생의 고통과 즐거움은 어떤 조건이 있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좇아서 일어납니다. 우리 말 중에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불자라고 한다면 자신이 먼저 웃는 얼굴로 남을 대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또 웃을 일이 생기지요.”

하지만 최근 불교계에 휘몰아친 여러 사건들은 불자들에게서 ‘웃을 일’을 앗아간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한 스님이 얼마 전 방송된 PD수첩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리기가 민망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봉암사 결사에서도 보듯 수행자들의 지표는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것입니다. 수행자들이 먼저 부처님 법대로 살아야 불자들에게도 떳떳할 수 있지요.”

불자들에게는 불교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현상만이 아닌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보라고 당부한다. 스님 탓, 불교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에서 먼저 불자답게 살라는 것이다.

“재가불자들에게 있어 깨달음이란 현실에서 남에게 이익을 주고 상처를 주지 않도록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중에 죽음이 없는 도리를 알아야 합니다. 불자라면 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불자다운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떠나는 날까지 열심히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임”이라는 스님과 송광사 경내를 둘러보며 인터뷰를 마쳤다. 종남산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사찰 공양간과 마을 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오른다. 송광사에서 절과 마을은 그렇게 한 땅에 발을 딛고 있었다.

도영 스님은
1939년 출생. 1961년 금산사에서 금오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0년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합천 해인사와 통도사선원에서 5하안거를 성만했으며 이후 1967년 금산사 총무국장, 1969년 김제 흥복사 주지 소임을 맡았다. 1980년, 1984년, 1994년 세 번에 걸쳐 김제 금산사 주지에 취임했으며 제8, 9, 10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2001년 조계종 포교원장에 취임한 후 임기 5년을 채운 첫 포교원장으로 2006년 9월 퇴임했다. 1994년부터 대전 죽림정사 회주를, 2001년부터 완주 송광사 주지를 맡고 있다.
완주/글=여수령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7-11-02 오후 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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