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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 인형이 막 움직여요~
역삼청소년수련관 클레이봉사단 활동

“오늘은 점토로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해 볼 거에요. 옆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면서 열심히 만들어야 해요!”
10월 13일 서울 역삼청소년수련관(관장 진정순). 어른ㆍ청소년ㆍ어린이가 각각 섞여 6모둠을 만들었다. 각 모둠 앞에 놓여진 것은 갖가지 색깔의 점토와 스티로폼 판, 이쑤시개, 인형 눈알 등의 만들기 도구들이다. 벌써 점토 봉지를 뜯고 점토 반죽에 열심인 아이들도 눈에 띈다.

어렸을 적, 점토로 무엇인가 만드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말랑말랑한 촉감과 내 마음대로 모양이 만들어지는 점토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 점토를 조금씩 변형시켜가며 만드는 것이 ‘클레이애니메이션’이다. 용어는 다소 생소한 듯 해도 우리는 꽤 많은 클레이애니메이션을 접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크리스마스의 악몽’,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 등이 바로 클레이애니메이션 작품들이다. 이날 역삼청소년수련관에 모인 아이들의 활동이 이런 클레이애니메이션의 기본을 체험해 보는 것이었다.

한 모둠마다 구성원들의 역할이 있다. 먼저 어린이. 역시 어린이가 맡은 부분은 상상력이다. 이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은 창작 활동에서 빛난다. 어떤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인지, 캐릭터는 어떻게 잡을 것인지 마구 쏟아 내는 아이디어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그러면서 자신만만하게 외친다.
“나중에 한 번 보세요, 진짜 웃길 거에요.”


다음은 청소년. 이들이야 말로 ‘중심’이다. 어린이들의 못 말리는 상상력에 약간의 ‘태클’을 걸면서 조율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게다가 점토 만들기에도, 촬영에도, 이야기 만들기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이들이 청소년이다.

그리고 어른. 여기서 어른의 역할은 큰 방향 잡아주기다. 애니메이션 제작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인 촬영도 담당한다.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기도 어른의 몫이다.

이날 모인 청소년과 어른 20여명은 사실 ‘클레이봉사단’ 소속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인근 복지관 방과후 교실 아이들로 대부분이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이고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더러 있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클레이봉사단은 3개월 전부터 수련관에서 클레이애니메이션 제작 교육을 받아왔다. 이들은 방과후 교실 아이들과 함께 클레이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이 먼저 제작과정을 습득해 온 것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클레이봉사단에 참여했다는 선하(18)는 중국 유학을 다녀와서 현재 검정고시 준비 중이다. 선하는 클레이봉사단 활동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혹시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밝고 귀여워요. 애들 만나면서 봉사활동은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애들이 말을 안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죠.”

청소년들과 어린이 사이에는 별다른 접합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모여도 서로의 공감대만 찾으면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이날 참석한 아이들의 생각이다. 사는 곳이 다르다는 것도, 장애를 가졌는가 아닌가의 문제도 함께 어울리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클레이애니메이션 점토 인형만들기를 지켜보면 아이들에게 어떤 캐릭터가 인기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특히 ‘스폰지 밥’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익살스런 모습에 노란 스폰지 모양이라 만들기도 수월한 편이다.

어떤 모둠에서는 스폰지 밥, 졸라맨, 거대토끼, 보노보노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6명이 모여 상어를 잡아 사이좋게 구워먹는 스토리가 전개되기도 했다.

또 한 모둠은 얼마 전 인기리에 상영됐던 ‘디워’의 이무기를 재현해 내기도 했다. 이무기와 생쥐가 친구가 되는 것은 아마도 아이들의 상상력 안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만들고, 촬영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클레이애니메이션 만들기,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장면을 찍고 점토 인형을 움직이고, 다시 한 장면을 찍고 점토를 움직여 수십 장이 모여야 30초~1분짜리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

힘들고 지칠 법도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점토 인형이 카메라 안에서 다른 생명체가 된 것인 양 움직이고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클레이봉사단과 아이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이날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어른이 함께 만들어낸 클레이애니메이션 속에는 서로의 마음 속 따뜻함이 녹아들었다. 모두 친구가 되고, 싸우다가도 금세 화해하는 캐릭터들을 창조해 낸 아이들이 만들어 나갈 세상, 기대해 봄직하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7-10-22 오후 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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