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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언니오빠가 생겼어요!
부산 금정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
“너거, 좀 친해졌나?”

부산 금사동에 자리한 금정종합사회복지관(이하 금정복지관). 9월 29일, 명절 끝 텅 빈 복지관에는 인근 학교 중학생 8명뿐이다. 아이들 몇 명이 짝을 이뤄 낯가림을 하는가 싶어 금정복지관 손동혁 사회복지사가 넌지시 물어보자 다들 “쌤~ 친해지고 말고 할 게 어딨어요”라며 웃는다.

아이들끼리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날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만나는 날. 그래서 그런지 더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아이들과 대학생들이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으니 말이다.

멘토링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멘토(상담하는 사람)와 멘티(상담받는 사람)로 일대일 짝을 이뤄 상담하거나 조언하는 것을 말한다. 한창 예민하고 고민이 많은 시기인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특히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금정복지관에서는 이번이 3번째다.

이번에 금정복지관에서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상은 저소득층 가정 중학생들이다. 밝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이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의기소침해 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중 몇 명은 ‘일대일’ 관계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깨달아 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희(가명ㆍ16)는 적응을 잘 하지 못해 학교 담임선생님이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극 추천한 케이스다. 연희와 친한 현주(가명ㆍ15)도 마찬가지다. 연희 쪽은 무척 소심하지만 공부를 하려는 의지는 강하다. 현주의 경우 워낙 낯가림이 심해 옆에 있는 사람이 떨어질 경우 매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손동혁 복지사는 “연희나 현주가 가지고 있는 불안함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다독였다.

연희와 현주가 조금 특별한 케이스라면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쾌활 발랄한 청소년 모습그대로다. 정현(가명ㆍ16)이는 그야말로 ‘구김살 없는’ 아이다. 워낙 싹싹하고 애교가 많아 학교에서도 복지관에서도 인기 만점 소녀다. 씩씩하고 목소리가 큰 선미(가명ㆍ16)는 골목대장 스타일이다. 그래도 사춘기 소녀들의 고민이 이들을 괴롭힐 때가 있는 법.

“식구들에게 하기 힘든 말도 있고 친구들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어요. 그럴 때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있으면 참 든든해요.”

지난 번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사회복지에 관심이 생겼다는 정현이. 요즘 더욱 사회복지에 대한 마음을 불태우고 있다. 멘토 언니가 사회복지 전공자여서정보도 많이 얻고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단다. 나중에 자신과 같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작은 포부도 있다.

이날 멘토 쪽 언니오빠들도 내 짝이 누굴까, 기대감에 찬 표정이 역력했다. 길관(경성대 2)씨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멘티 윤정(가명ㆍ15)이를 보기 위해 나타났다.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윤정이와 얼른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날은 되려 길관씨가 윤정이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받았다.

멘토 대표 민화(신라대 3)씨는 “오늘 만나게 될 연희와는 전화통화를 몇 차례 해서 거리감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적극적이고 친화력이 강한 민화씨와 연희는 정말 제대로 만났다.

“연희에 대해서는 몇 가지 들었어요. 앞으로 연희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살려주려 합니다. 많이 보듬어주고 싶어요.”

처음 만난 사이는 어떻더라도 약간은 서먹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빨리 친해지는 방법으로는 게임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것도 이름외기 게임.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그 다음 사람은 이전 사람 이름까지 붙여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기억력의 한계가 찾아온다. 처음에는 4명 정도만 늘어나도 헤매던 아이들과 대학생 언니오빠들. 틀리면 벌칙은 ‘인디언 밥’이다. 벌칙에는 언니오빠든 아이들이든 인정사정이 없다. 그렇게 ‘맞아가며(?)’ 약 10여 차례 돌자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을 다 외게 된다.

앞으로 이들은 1년 동안 언니오빠­동생 관계로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교환일기도 쓰고 전화도 하고 매주 토요일 만나 얼굴을 보면서 정서적인 교류를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UCC제작, 타악 연주, 직업훈련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함께 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타인과 함께 지내면서 스스로 사회 안에서 우뚝 설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이 멘토링의 진정한 의도일 테니까. 하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무엇을 느끼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들도, 또 지켜보는 사람들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첫걸음을 떼는 과정은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7-10-05 오후 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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