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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새벽, 장마 비를 뚫고 달려간 전북 익산시 금마면에 우뚝 선 미륵산(430.2m)은 미륵사지를 품은 익산의 진산(鎭山)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포장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간이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우고, 가파른 돌길 오르막을 20여 분 굽이굽이 돌아 오르니 사자암이 나타난다. 사자암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의 불심이 서린 유서 깊은 절. <삼국유사>에는 “백제 무왕과 선화 왕비가 사자사로 행차하던 중 용화산 아래 연못에서 미륵삼존불이 출현하여 그 인연으로 미륵사를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불자들의 신심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은 3년 동안 매월 초파일 한 번도 빠짐없이 진행해 온 삼천배 정진법회의 회향날. 3000배를 밥 먹듯이 해온 신도들에게 변덕스런 날씨는 오히려 법회를 반기는 감로수처럼 느껴질 만도 했다.
삼귀의, 보현행원가 및 반야심경 봉독으로 시작된 기념법회는 ‘삼천배정진회’ 회원 50명을 이끌어 온 대원경 회장에 대한 기념패 수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의식 사자암 신도회장은 “삼천배정진회는 기독교세가 유난히 센 익산에서 용맹정진으로 불심의 불꽃을 지폈다”며 “기도비 전액으로 결식아동 5명의 중식을 제공하고 백혈병에 걸린 학생을 돕는 등 보살행의 귀감까지 보였다”고 찬탄했다.
이어 삼천배정진회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사자암 주지 향봉 스님은 “삼천배 정진을 3년간이나 이어 온 것은 탑을 세우고 절을 짓는 불사나 물질적 보시 보다 훨씬 수승한 공덕을 지은 일”이라며 “앞으로도 바르고 당당하게 생활 속의 수행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법회를 축하하기 위해 하루 전, 강원도 영동에서 탁발순례 중에 급히 참석한 도법 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은 주지스님과 신도들의 인연 공덕을 찬탄하며 이렇게 법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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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탁발순례를 시작해 얻어먹고 자면서 2만5000여 리를 걷다 보니 중생살이가 전도몽상(顚到夢想)의 삶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인생살이가 별 게 아님을 알고부터 경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전도몽상을 깨달아 구경열반으로 가는 길에 연기법의 이치와 중도의 실천이 절실했습니다. 진리와 자기를 섬으로 삼아 정진하다 보면 세상에 법(法)아닌 게 없고 거룩하지 않은 존재가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나와 너, 나와 자연, 나와 사회가 함께 잘 사는 동체대비의 깨달음으로 수행과 삶이 일치된 구도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평생 한 번 할까 말까한 삼천배를 매달, 그것도 3년간이나 이어 온 것은 보통 발심으론 어려운 수행이다. 대원경 보살을 따라 절하다가 어느새 절수행의 달인이 된 회원들은 저마다 가정의 화목과 행복, 그리고 건강을 보너스로 얻었으니, 절수행의 공덕과 가피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사자암이 익산불교의 중심이 된 것도 삼천배 정진이 큰 힘이 되었다. 삼천배 정진을 뒷받침하고, 올해 3월부터 토요시민선방을 개원하는 등 수행을 권장한 주지스님이 그동안 중단되었던 익산지역 봉축행사를 부활시키는 등 지역불교 활성화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또한 익산불교신도연합회와 전북포교사단 능인회, 마한거사림회 등 신행단체를 후원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이번 법회가 익산을 넘어 전북불교 중흥의 서막이 되리란 기대감을 안고 미륵산을 내려왔다. (063)836-8574
“절하면 미움, 원망,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져” 삼천배정진회 대원경 회장 | ||||||||||
삼천배정진회 대원경 심명숙(50) 회장은 절수행의 숨은 고수다. 10년 전, 수행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던 중, 100만배 정진을 하던 임실 상해암의 동효 스님이 매일 500배를 해보라고 해서 시작한 것이 입문 동기다. 힘들게 10만배를 회향하니, 이번에는 실상사 화엄학림의 일초 스님이 “<화엄경> 공부와 100만배 중에서 선택하라”고 해서 100만배에 도전했다. 드디어 하루 5000배씩 1년 만에 100만배를 회향했고, 그 뒤에는 하루 1만배를 할 정도로 달인이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얼굴빛은 물론, 생활이 완전히 바뀌어져 있었다. “매일 아침 남편(덕산 황금용)과 함께 예불, 참선, 108배를 같이 해요. 남편과는 맞절로 삼배를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절에 자주 가는 것을 싫어하던 남편이 몽중가피를 경험한 후 불교 공부에 흠뻑 빠졌고, 주말에는 부부가 불교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얼굴이 환해지고, 늘 좋은 일만 생겨서 웃음이 그칠 날이 없다. 처음 절수행을 할 때는 육신이 고달프기도 했지만, 한 고비를 넘기니 환희심이 나고 병이 낫는 등 무수한 불ㆍ보살의 가피를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바깥출입도 끊어졌다. 그야말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절삼매에 빠져 산 세월이었다. 절수행을 통해 득력(得力)한 대원경 보살이 사자암에서 3000배를 하자 화엄행, 대덕화 보살 등 도반들이 같이 정진하자고 요청하면서 삼천배정진회가 결성됐다. 대원행 보살이 <108 대참회문>에 따라 정성껏 ‘지심귀명례’를 불러주기에 보현행(70) 보살과 같은 어르신들도 거뜬히 삼천배를 마칠 수 있었다. 여기에 주지스님이 보시금을 후원하는 등 적극 지원해 결식아동 후원, 천마부대ㆍ하사관학교 대중공양 등 보살행도 병행했다. 대원행 보살은 “이제는 ‘절하는 놈은 누구인가?’ 하고 참구하면서 수행한다”면서, 업장이 두터운 불자들은 절수행을 통해 참회와 인욕, 하심공부를 해볼 것을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