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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공개적 종교활동 하려면 ‘공직’ 옷 벗고 해야”
26. 문봉주 뉴욕 총영사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 정장식 포항시장에 이어 2005년 초에는 뉴욕의 문봉주 총영사가 공개적으로 기독경 강좌를 열어 공직자 신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의 온누리교회 장로인 문 총영사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물론 중국ㆍ뉴질랜드ㆍ워싱턴 DC 등 해외 근무지마다 기독경 강좌를 열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뉴욕교포들을 상대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고 80달러의 수강료까지 받으며 2005년 1월 23일부터 8개월 동안 매주 ‘성경의 맥을 잡아라’란 주제로 공개강의를 하기로 해 물의를 빚은 것이다.

게다가 그는 부임 후 직원 개개인의 종교를 직접 묻고 매주 수요일 근무 시간 중인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영사관 대회의실에서 개신교인 직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하니 상식 밖의 행동이다. 일부 직원들에게 심적 부담을 준 것도 지위를 이용하여 그들의 종교적 선택과 양심에 관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당시 교포사회와 불교계는 모든 교포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총영사의 “공직자 신분을 망각한 부적절한 처신”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 교포는 “한 손에 성경을 들고 다른 손엔 총영사 신분을 내세우며 개신교 전도에 나서도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뉴욕의 불교단체들도 “동포 사회에 분열을 조장할 수 있으니, 공인으로서 중립을 지켜 특정종교를 부각시키는 일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며 정면으로 거부의사를 밝혀 문제가 더욱 확대되었다.

2월 중순 어정쩡한 대응은 자칫 면죄부를 준다고 생각한 국내외 불교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외교통상부에 ‘문봉주 뉴욕총영사의 정교분리 침해에 대한 대정부 질의서’를 보내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총영사 직함으로 언론에 광고를 내 특정종교 강좌 개설’, ‘공무시간에 공공기관인 영사관 회의실에서의 종교행위’, ‘부하직원의 종교를 확인하고 소외시킨 인권 침해’, 기타 국가공무원법 상 ‘직무전념의무’의 손상 등에 관해 집요하게 압박을 가했고, 그 결과 2월 27일 열린 5번째 강의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강의를 중단하면서 문 총영사는 “개인의 신앙심 차원의 문제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뉴욕과 뉴저지 45만 동포를 껴안아야 할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타 종교인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였다면 사과한다. 자신의 어깨보다는 공직자의 어깨가 훨씬 무거움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공직’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은 그나마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공직’이란 공개적일 때는 더 이상 개인일 수 없다. 총영사 역시 교민들에게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특수한 위치이다. 공식 직함 자체에 항상 권력이 따라다니므로 움직이는 국가권력이라고 보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 총영사는 “자신의 성경강좌를 통해 불교계가 입은 피해가 뭐냐. 성경강좌에 반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오히려 항변하며 강행하고자 했다. 상황판단이 안 되었나보다. 문 총영사가 일으킨 파장은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대립이 아니며, 더구나 몇 명이 반대하는지는 중요하지도 않다. 단지 고위공직자가 할 수 있는 것인지만 따져 보면 된다.

개인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개인의 취미생활과 공직자의 종교활동은 그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직자의 공개적 종교 강의는 국가기관의 특정종교 우대를 의미하므로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다. 국민에게 봉사해 달라고 위촉한 국가조직의 직위를 이용한 종교적 활동은 공권력의 사적 이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 직함 외에 근무 시간, 공금, 관용차, 경호원, 공공시설 및 인력 등 공적인 유무형의 자산이나 권리를 개인을 위해 사용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오래 전 보스턴의 한 교회 설립 30주년 기념 문집에 축사를 부탁받았던 보스턴 총영사가 공직자의 특정종교 축사는 불가하다며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얼마나 신중한 처신인가. 한 종교계의 공적 행사에 응하려면 다른 종교계의 요청에도 들어 줄 수 있는 것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기독경 강좌는 그래서 안 되는 것이다.

개인이 어떤 종교를 갖고 어떻게 종교생활을 하든 그것은 시비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공직자는 오로지 공직자이어야 한다. 문봉주라는 개인과 총영사라는 공인의 두 신분 중 편리한 대로 개인을 내세워 공인의 의무를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공직자의 신앙생활은 남모르게 ‘숨 쉬듯이’ 해야 한다. 공인이기 때문에 짊어지는 짐인 것이다. 굳이 공개적으로 종교활동을 하려면 ‘공직’이란 옷을 벗어던지고 하라.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나서서 옷을 벗기도록 법제화 하는 것이 그래서 시급하다.
박광서 교수(서강대) |
2007-08-27 오후 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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