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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것이 절집 같다? '옛말'
절에 가면 웃음꽃 핀다

“거긴 조용한 것이 꼭 ‘절집’ 같아.”
흔히 너무 조용한 곳을 두고 ‘절집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사찰은 속세와 떨어져 고요하고 맑은 기운이 고인 장소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찰, 특히 도심 사찰과 포교당이 ‘절집’ 같기만 하다면 과연 좋은 일일까. 어린이들의 왁자지껄한 함성과 웃음소리가 이제는 ‘절집’에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찰이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터.

□절에 가면 뭘 할 수 있나요?
어린이청소년들이 사찰을 찾게 만드는 것은 무척 중요한 문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불교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사찰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사찰은 아이들에게 ‘휴식’과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무작정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아이들의 특성을 잘 살펴 적절한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

요즘 아이들, 너무 바쁘다. 배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 어딘가 숨 돌릴 곳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가장 손쉽게 여유를 즐기는 것이 바로 컴퓨터 게임이다. 이들은 왜 여기 열광할까. 단순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덩그러니 ‘절집’에 데려다 놓고 휴식을 즐기라는 것은 요즘 아이들에게 고문이다. 무작정 “불교는 이러이러하니, 이렇게 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반감만 살 뿐이다.

아이들에게 “절에 가면 뭘 할 수 있는데요?”라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너희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들”이라 답할 수 있어야 오는 아이들도, 준비한 사찰도 서로 민망하지 않다.

□요즘 사찰, 많이 변했어요!
이제 어린이청소년 법회에서도 시대의 조류에 맞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 무엇은 지역사회에 소속된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춤ㆍ노래ㆍ그림ㆍ영어ㆍ논술 등으로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흔히 요즘 아이들의 학력위주 사고방식을 탓하는데 따지고 보면 어른들이 만든 사회에 아이들은 맞춰가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절에 와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이에 요즘 사찰들은 각자 있는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연등축제에서 인기를 끈 서울 보리사 비보이 댄스팀.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는 보리사 어린이법회에서 지난해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각각 비보이 댄스와 힙합댄스ㆍ장구ㆍ찬불가 등을 가르쳐 온 성과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아이들의 관심분야를 살려 재능교육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까지 가능해졌다. 절에서도 ‘춤’이라는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의왕 용화사는 적절한 분반수업을 통해 각 연령층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 눈길을 끌고 있다. 용화사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 어린이에게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절에 오도록 만든다. 또 고학년 아동들은 한지공예, 오카리나 등의 수업으로 재미를 준다. 중학생에게는 좀 더 높은 차원인 ‘불화그리기 수업’을 열어준다. 매주 30분 정도 전문 불화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함께 섬세한 작업을 하며 미술교육은 물론 심성교육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정혜선원과 구룡사는 각각 토요일과 일요일에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반긴다. 현장에서 10여 년 동안 어린이법회에 매진하고 있는 수영 스님이 두 사찰의 어린이법회 지도법사다. 두 사찰은 서예ㆍ도자기ㆍ리코더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해서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리ㆍ성교육 특강 등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3개월 마다 프로그램을 바꿈으로써 지루할 새가 없이 만드는 것도 성공적인 어린이법회 노하우다.

이밖에도 서울 화계사는 이미 영어법회로 유명하다. 화계사에 국제선원이 있어 이를 통해 영어도 배우고 부처님 말씀도 들을 수 있는 ‘영어법회’는 인기 만점. 또 서울 봉은사도 연극, 합창 등으로 어린이들의 불심을 이끌고 있다.

□재밌는 법회를 위하여!
잘 되고 있는 사찰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전략은 약한 편이다.

수영 스님은 “법회를 하려면 세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예를 들면, 사찰 주위 주택지 형태를 통해 아이들의 연령대를 추산하고 그에 맞게 법회를 준비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기존 신도들과의 마찰 ▲어린이법회 선생님들의 전문성 결여 ▲법회 유지비 충당의 문제 등도 늘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정성껏 준비한 법회에 구멍이 뚫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관계자들 상당수가 “사찰 주지스님의 의지가 가장 기본이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주지스님의 관심도에 따라 어린이청소년법회의 성패가 좌우된다. 위의 사찰들도 모두 주지스님의 어린이청소년 법회 지원 의지가 어느 절 보다 뛰어난 사찰들이다.

또 관계자들은 자모회 구성도 필수적이라 입을 모은다. 사찰과 아이들, 부모가 모두 유대관계 속에서 서로 믿고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회장 송묵 스님은 “앞으로 어린이청소년 법회는 연극ㆍ성악 등의 다양한 형태로 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이 겸비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제 사찰은 어린이청소년에게 활짝 문을 열어야 한다. 현재 다양한 콘텐츠를 살려 ‘절집’을 어린이청소년 열기로 채우는 곳을 잘 살펴보면 답이 있다. 이들 사례를 통해 앞으로 어린이청소년 법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는 꾸준히 연구돼야 할 것이다.
글=김강진 객원기자 사진제공=용화사 |
2007-09-10 오후 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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