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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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 불꽃으로 수행의 길 밝히리
조계종 '간화선 입문-화두 참선으로의 초대' 참가자 입제

“1982년, 잠 못 이루며 고민하던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이제서야 용기를 냈어요.”
“막상 참여는 했지만 간화선이라는 게 너무 무섭게 느껴져 지금 당장이라도 법당을 나가고 싶어요.”

8월 27일 저녁 7시, 서울 조계사 극락전.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개발원이 주관하는 ‘간화선 입문프로그램-화두 참선으로의 초대’ 입제식을 마친 후, 35명의 제6기 참가자들이 저마다 불교 인연과 발심의 계기를 말한다.

놀라운 사실은 참가 대중의 다수가 불교에 입문한 세월이 평균 10~20년에 달할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점. 유재철 연화회 대표처럼 20년 경력의 불교활동가를 비롯해 화계사, 한마음선원, 향천선원 신도와 동사섭법회나 염불 수행을 경험한 수행자, 불교교양대학을 졸업한 재가자 등 대부분이 10년 이상의 불교신행을 해 온 터이다. 이들은 일상의 삶 속에서 고난에 처했을 때 불교에 입문한 뒤 여기 저기 사찰과 수행법을 찾아 헤매었지만, 수행에 대한 속 시원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더구나 간화선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에 들어서지 못하고 문밖에서 서성이던 세월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이들이 보아 온 것은 아무리 해도 화두가 타파되지 않는 답답함, 수행자의 깨달음 지상주의와 상기병, 생활과 수행이 일치되지 않는 모습, 수십 년 수행했다는 선객이 하루아침에 수행법을 바꾸는 모습 등이었다.

그러나 이날 새롭게 발심한 불자들은 그런 불신의 세월을 잊고, 그야말로 초발심 때의 간절함과 용맹심으로, 이번에야말로 ‘문 없는 문’의 관문을 넘어서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최고령 대광월(70ㆍ경기 고양) 보살로부터 최연소 임은숙(33ㆍ경기 포천) 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대기업 중역, 방송위원회 간부, 중소기업 사장, 한의사, 교사, 간호사, 주부 등 여러 직업을 가진 불자들은 이날부터 11월 12일까지 총 11주간 매주 월요일 저녁에 2시간 30분씩 선(禪)ㆍ교(敎)를 함께 닦게 된다. 특히 10월 6~7일은 봉화 금봉암에서 이 법회의 증명법사인 고우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이 직접 참선을 지도하고 수행자의 근기에 맞는 화두를 결택(決擇)해 준다. 프로그램 기간 중에는 지도법사인 원철 스님(조계종 기획국장)과 3명의 지도사(박희승, 변희욱, 김준영)들이 수시로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이날 입제식에서 신동인 불교인재개발원 이사는 “간화선 입문 과정을 마친 1~4기 수료생들이 중림회란 동문회를 만들어 매주 수요일 참선하고 있다”면서 “참나를 찾아 생사 해탈하는 궁극 목적과 일상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구가하는 삶이 조화되도록 정진하자”고 인사말을 했다.

이어 오리엔테이션에 나선, 박희승 강사(총무원 기획차장)는 “불법에 대한 체계적 이해로 정견을 세우고 신심과 발심을 일으켜 일상 속에서도 화두를 들 수 있게 함으로써, 진정한 평화와 마음의 안정,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수행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리엔테이션에 따르면, 간화선 입문프로그램이 강조하는 점은 무엇보다 ‘내가 본래 부처’라는 철저한 믿음이다. 자신이 본래 부처라는 절대 긍정 없이 수행하다면 그것은 간화선과 십만팔천 리나 멀어진다는 것. ‘본래 부처’라는 믿음은 나와 현실에 대한 대긍정이며, 이 본래 부처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화두를 통해 확인하는 데 간화선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11차례의 강의와 실참 실수를 통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수행일지 쓰기와 수행담 나누기 과정을 거친다. 수행일지 쓰기는 매번 각 주제(간화선과 중도, 연기, 무아, 공, 화두 등)별 강의가 끝나고 해당 주제에 대한 수행 과제를 주면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해 보고 그 느낌을 적어보는 것이다. 이것은 일상속의 자기 점검을 통해 발심과 분심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며, 깨어 있는 마음으로 정진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수행담 나누기는 도반들의 생활 법문을 들으며, 배운 내용의 이해를 심화시키고 실천의 장에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느껴 보도록 한다.

이러한 내용으로 2006년 5월부터 시작해 5기까지 250여 수료생을 배출한 간화선 입문프로그램은 어떤 성과를 일궈냈을까. 포교원 포교연구실 고명석 연구팀장은 “수료생들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발생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었다. 대인관계가 원만해졌고, 화를 다스릴 수 있었으며, 하심하는 법을 배웠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며 삶이 여유로워졌다”고 밝혔다. 또한 수료생들은 대부분 이전에 막연히 화두를 들고 공부한 것보다 훨씬 공부 진척이 잘 되었다고 한다. 화두가 성성하게 들리며 다양한 수행 체험을 해 너무나 기뻤다고도 하고, 자신이 본래 부처라는 확신이 섰다고도 한다.

물론 모든 참가자가 이러한 체험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화두가 잘 안 들린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일부 불자들은 중도에 그만두기도 했다. 이는 수행자의 발심 부족과 동시에 프로그램의 미비 등에 원인이 있겠지만, 선지식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인듯 하다. 간화선은 실참과 지도ㆍ점검은 물론 법문에 있어서도 눈 밝은 선지식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선원장급 이상의 선사가 매번 수행자를 이끌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조계종에서는 지도인력 양성을 위해 ‘선 포교사’ 제도를 입법예고 중이지만, 현재 재가선원을 운영 중인 거사선의 리더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간화선을 지도하는 데는 만 명의 장교 보다는 한 명의 장수가 필요하다. 출ㆍ재가라는 분별을 떠나 안목 있는 선지식을 모실 수 있다면, 조계종의 간화선 수행 프로그램은 더욱 전문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02)735-2428
김성우 객원기자 | buddhapia5@daum.net
2007-09-10 오전 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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