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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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선 실참ㆍ교리 공부로 ‘선교쌍수’
청화 스님 수행 가풍 이어가는 금강강독회

“큰스님, 얼마만큼 부처님을 그리워해야 합니까?”
“옆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성자의 삶>중에서)

1982년 백장암에서 자훈 박병섭 거사가 청화(1923~2003) 스님과 나눈 문답이다. 반세기동안 장좌불와와 하루 한 끼 식사 등 투철한 수행과 무소유를 실천한 청화 스님은 한없이 겸허한 마음으로 찾아오는 모든 이의 고통을 어루만진 큰스님으로 기억되고 있다. 염불선을 중심으로 모든 수행을 회통(會通)한 원통(圓通)불교의 주창자였던 스님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그의 수행가풍을 널리 펴기 위해 개설된 ‘수미산’ 홈페이지를 비롯해 포털 ‘다음’과 ‘네이버’에 둥지를 튼 ‘금강’ 카페에는 큰스님을 생전에 뵙지 못한 많은 불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법문을 접하며 수행정진하고 있다. 특히 4800여명에 이르는 ‘금강’ 카페(cafe.daum.net/vajra) 회원들은 카페지기이자 지도법사인 경주 배광식(58) 국제포교사의 지도아래 금강정진회와 금강강독회를 만들어 매월 철야 염불선 정진과 법문 공부를 이어 오고 있다.

8월 14일, 서울 장충동 우리는선우 법당. 하염없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어느새 30여 금강강독회(회장 배원룡) 회원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제주도 등 지방에서 올라온 회원들도 여럿 있을 정도로 인터넷 카페로서는 참여율이 높다.

“마음은 허공과 같을 새 한 조각 구름이나 한 점 그림자도 없이 크고 넓고 끝없는 허공 같은 마음 세계를 관찰하면서 청정법신인 비로자나불을 생각하고….”

회원들은 삼귀의, 반야심경, 입정(入定)에 이어 ‘보리방편문(菩提方便門)’을 봉독한다.

청화 스님의 출ㆍ재가 제자들이 법회 때마다 외우고 틈틈이 사경하는 보리방편문은 ‘자기의 부처 성품’을 보고 도(道)를 깨치는 방편이란 뜻이다. 청화 스님의 스승인 금타(金陀) 스님이 깊은 선정삼매 속에서 체득한 관상(觀相)염불 행법이다. 현상과 실상 모두를 종합적으로 수렴해 우주만유를 하나의 도리로 통달한 이 법문은 정(定)과 혜(慧)를 고르게 유지하면서 마음을 한 곳에 머물게 하는 묘결(妙訣)이라 한다. 이 법문을 깊이 읽어서 뜻을 투철히 안 후에, ‘보리방편문’의 제1절 ‘아미타불(阿彌陀佛)’ 부분을 베껴서 벽면에 붙여놓고, 앉아서 보고 생각하되 관(觀)의 일상삼매(一相三昧: 일체를 한 부처로 보는 삼매)로 부처 성품을 보고, 염(念)의 일행삼매(一行三昧: 일상삼매가 끊어짐 없이 이어지는 삼매)로 도를 깨닫는 수행법이다.

청화 스님은 생전에 “우리가 부처님을 부르면 밖에 계신 부처님께서 가피를 준다고 생각하면 방편염불이며, 우리가 본래 부처임을 믿고, 우주생명 자체이신 부처를 안 떠나고 부처와 하나 되기 위해서 항시 부처님을 염하는 것이 염불선이다”고 하였다. 때문에 마음을 생멸(生滅)이 없는 불성 자리에 바탕 하여, 보리방편문을 읽고 또 읽어 깊이 염(念)하여 우주생명의 대명사인 아미타 부처님으로 통일돼 가는 것이 이 수행법의 요체이다.

회원들은 이어, 청화 스님의 법어집인 <원통불법의 요체>(성륜각) 제2장 ‘교상(敎相)과 수행론의 변천’ 부분을 돌아가며 읽는다. 중국불교의 교상과 관심(觀心), 법상종의 삼시교(三時敎), 천태5교관 등 상당히 전문적인 교리를 찬찬히 사유하며 읽는다. 28쪽 분량의 적지 않은 분량을 모두 읽고 난 후, 고문인 배광식 법사가 법문을 통해 어려운 부분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평소 아미타불 정근을 하루도 쉬지 않는 염불선 수행자들이지만, 교리 공부에도 소홀하지 않는 모습이 신선하다. 보통 수행 위주로 정진하는 불자들은 경전과 교리를 무시하기 쉬운데, 금강 카페 회원들은 실참과 교학을 병행하는 선교쌍수(禪敎雙修)를 강조하는 점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이어 자유토론 시간에는 저마다 한 달 동안 수행하며 느낀 점들을 상호 공유한다.
한 수행자가 “처음 염불할 때는 잘 되는 것 같다가 정진을 하면 할 수록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언을 구하자, 각자의 경험을 말하며 용기를 준다.
“수행을 통해 아는 게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도 더욱 많아지죠. 더 큰 용맹심을 내어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면 환희심이 나서 더욱 잘 하게 될 겁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원하는 게 있더라도 자신에게는 바라는 바가 없는 무원(無願) 기도가 되어야 정진이 잘 됩니다.”

다른 회원이 딸이 8박9일 석남사 수행을 통해 부쩍 성장해서 대견하다는 이야기를 하자, 배원룡 회장이 일상 속의 공부자세를 강조한다.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기도입니다. 늘 ‘부처님 마음(佛心)’으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수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날 처음 법회에 참석한 한 보살은 염불, 주력, 사경, 참선 등 여러 수행법을 해 보아도 잘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배광식 법사가 “수행방법은 평생 1가지로 꾸준히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일단 ‘보리방편문’을 읽고 외우며 사경(寫經)을 해보시라”고 권한다.

3시간에 걸친 진지한 법회는 발원문 봉독과 사홍서원을 끝으로 회향되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정진하며 스승의 유지를 잇고 있는 금강 카페 회원들을 보면서, 생전에 친견했던 청화 스님의 밝고 청정한 미소가 떠올랐다. ‘본래 부처임을 자각하며 부처를 깨달아가는 공부가 바로 염불선’임을 자각시킨 스님의 원력이 온오프라인의 인드라망을 통해 꽃피울 날이 멀지 않으리라 기대된다. 011-9069-1490
김성우 객원기자 | buddhapia5@daum.net
2007-08-30 오후 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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