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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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절에서는 과거를 묻지 않는다
“대천이 바다에 들어가면 모두 한 맛이 되듯이 4성이 출가하면 똑같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

이것은 중국의 도안 스님(314~385)이 제창한 불교 혁신론이다. 인도불교에서는 나라의 임금님이 되었건 노예출신의 수행자가 되었건 일단 출가하면 똑같은 수행자로 동등한 길사(비구)가 되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총림제도가 형성되면서 문중ㆍ종파 파벌을 통해 이력을 묻는 불교가 되었으니 이에 분개한 도안 스님이 국가에 건의하여 속성을 쓰지 않고 과거 이력을 묻지 않는 수행종단을 만든 것이다. 단지 대중의 지도자는 능력이 뛰어난 일꾼들이 발탁되었으니 백장ㆍ임제ㆍ혜능 같은 분들이 그런 사람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조 500년까지만 하여도 과거 편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불쌍히 여기고 보호를 물샐틈없이 하였는데 최근 종단 분류가 생기면서 가족의 이력을 들추어내고 과거사를 빙자하여 인격을 모독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백수건달로 늙은 부모님들의 가슴만 아프게 하고 있는 사회, 이것은 개인 인격의 문제도 있지만 이력을 본위로 하는 학력만을 주장하는 사회적 문제가 더 클 것이다. 이제 그만 부처님 복장 뒤져 신성을 모독하고 남의 이력을 속속들이 들추어내서 인격을 욕되게 하는 일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알고 보면 이 나라 이 사회에서 양심을 소지한 인격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고무신 신고 양복을 입지 아니했다고 국회에서도 입성시키지 않았던 과거 풍토, 석사 박사증이 없이는 대학교수나 강사가 될 수 없는 이 사회가 부끄럽기만 하다. 어찌 마음 놓고 기량을 키워가는 전문기능인들이 기를 펴고 살 수 있겠는가.

하루빨리 불투명한 관념을 벗어난 정직한 사회가 되기를 손 모아 빈다.
(사)한국불교 금강선원 총재 활안 한정섭 |
2007-08-22 오전 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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